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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스토킹에 대한 사회 인식이 저열한 이유는 가해자가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강렬한 애정'의 일종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르시시스트의 'Love bombing'이 피해자들을 끌어들이는 원리와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본질적으로 애정과 전혀 다르다. '건강하지 못한 애정' 따위의 표현도 틀렸다. 세상에는 '건강하지 못한 애정'의 범주에 드는 일도 분명히 있고 이로 인한 강력 사건 발생도 가능하기는 하나, 대개 나르시시스트 스토커의 살인은 그런 범주조차도 아니다. 스토커가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예측/예상/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주가 자기 중심으로 돌지 않으면 수용을 못한다는 것이다. 거절당한 스토커는 실연을 당했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
사실 인간 대부분이 대략 80년간의 수명을 당연히 기대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신생아를 보고 그 중 몇이나 살아남을까, 30세의 성인을 보고 저 사람이 언제 죽을까와 같은 생각을 더이상 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100세 만기 보험 상품과 연금 상품이 팔리고, 최소 12년 이상의 공교육 투자가 합당한 세상이 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나면 대략 80년간 살게 되겠거니 하는 추정을 하고, 이 추정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기치 못하게 침해되면 우리는 이를 비극으로 인식한다. 고작 몇 백년 전만 해도 한 집안에서 아이 열 명을 낳으면 절반 이상 어릴 때 죽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물리적 힘이나 사회적 권력이 우위에 있는 자가 공공연하게 다수의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흔했..
아무리 입 아프게 수십 번을 떠들어도 한국의 국평오 기성세대가 절대로 입력하지 못하는 사실 중 하나가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며, 공적인 시스템이나 제도 부분에서 웬만한 타 선진국 못지 않다는 것이다. 국가 행정 시스템이나 집행 면에서 한국만큼 잘 돌아가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되지 않는다. 특출나게 한국이 뒤쳐져 있는 일부 영역이 없지는 않으나(ex. 장애인 복지)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유지되고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한국 사회의 공적 복지 시스템은 사적 네트워크에 의존한 약자 보호/복지/돌봄 기능의 최저 수준을 이미 한참 추월한지 오래다. 이를 부모-자식 관계에 대입해보면, 형편없는 부모보다 보육원이 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더이상 자식을 살해한 부모를 두고 '동반자살'이라..
부당하게 욕 먹는 여론은 아니라지만 조수미의 호텔 라이프가 액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초호화 인생' 같은 프레임으로 화제가 되는 것은 정말 여지없는 흙조선식 흙발상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한국 예능의 속성상 애초에 일부러 그렇게 초점을 맞춰서 찍었으니 대중의 여론도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호텔이란 늘 여행, 호캉스와 연결되는 단어이니 본인의 프레임에 대한 메타 인지가 없으면 1년에 300일을 호텔 스위트룸에서만 지낸다는 조수미의 생활이 '호화'의 개념으로만 이어지는 것이다. 조수미에게 호텔 숙박은 출장갔을 때 호텔에 묵는 것처럼 업무의 당연한 연장선이지 휴양이 아니다. 게다가 음악인의 세계 투어 공연은 웬만한 일반인의 출장보다 훨씬 더한 중노동이다. 어느 음악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