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43)
흙멘탈리스트
틀딱이라 생생하게 기억하는 10여년 전 한국 사회 분위기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 열풍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와 우상화는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로컬화되었을 때는 그 지역만의 새로운 맥락과 특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에 가미된 한국만의 로컬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vs 애플'의 대립 구도이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이는 말인 듯하지만 당시에는 애플 제품 지지자들을 '앱등이'로, 반대로 삼성 제품 지지자들을 '삼엽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더 불이 붙었던 이 대립 구도에서 ..
조금 지나면 금방 식을 휘발성 강한 이슈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터진 유명 스포츠 스타와 관련된 사기 사건에 대한 화제성은 가히 폭발적이다. 더불어 '사기'에 대한 이야기와 의견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속여넘기는 과정이 어떠했을지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추론 등이 줄을 잇는다. 이미 '사기'라고 딱지가 붙은 상태에서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하는 제3자는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속을 수가 있어?', '어떻게 저런 거짓말에 속을 수가 있어?'와 같은 생각을 하기 쉽다. 이번 사건은 특히 그러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려고 작정이나 한 듯, 직관적으로 봤을 때 황당무계해보이는 설정 일색이다. 아무리 사기 사건이 많은 한국이라 한들 웬만해서는 속이는 항목에 들어가..
한국은 신동과 천재, 그 중에서도 특히 신동에 대한 환상이 심한 나라이다. 그 이유를 키워드 하나로 정리하자면 가성비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가성비에 미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후기를 국가별로 정렬해보면 절대 다수의 한국인 리뷰에 '가성비'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영어로 번역된 버전을 보면 죄다 동일인이 쓴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구매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것이라면, 인생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노력 대비 성과에 대한 것이다. 즉, 한국에서 천재에 대한 환상이 심한 것은 인생에서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최선의 노력을 하는 대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려 하고,..
A는 뛰어난 육상 선수이다. 신체 조건도 타고났지만 늘 겸손하게 자신을 모니터링하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뛰어난 자기 성찰 능력도 갖추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하는 기질이 더해져 A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모두가 A에게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그의 주니어 기록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었고 많은 이들이 A의 미래에 대해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자리를 점쳤다. 그런데 땅 위에서는 그토록 출중한 A는 물에서는 맥을 못 춘다. 그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타고난 물 공포증도 있다. 한때 체력 훈련의 일환으로 수영을 고려해 수영을 배워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땅 위에서는 잘 발휘되던 운동 신경도 물 속에서는 물 공포증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A의 지인 중 한 명이 말했다. "다들 수영 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