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48)
흙멘탈리스트
이미 몇 물 간 트렌드인 듯하면서도 여전히 인기 키워드이기도 한 MBTI는 심리학의 많은 기준과 개념들이 그렇듯이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고 오해의 소지도 다분해 맹신하거나 과몰입하면 모르는 것만 못한 인간 분류기준이다. 사실 분류는 인간의 문명적 본능같은 것이다. 인간이 축적한 많은 지식이 합리적이고 유용한 분류를 통해 만들어졌다.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자 하는 통제욕의 일부이기도 하다. 때문에 분류에 대한 욕구 자체는 완전히 죽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문제는 불합리한 분류가 일어날 때이다. 분류가 인간의 근원적 욕구 중 하나이고 무의식중에 우리는 늘 분류를 하며 살기 때문에 인간은 분류 때문에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독버섯과 식용 버섯을 잘못 분류하면 어떻게 ..
영화 등을 보면 악당 조직에서 최고 보스보다 중간 보스나 행동대장급 인물이 더 지독하게 묘사되고, 두목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느긋한 태도에 문명적 대화가 가능해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물론 본질적인 사악함의 정도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어떤 대화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행동대장에 비해, 보스 쪽은 그나마 뭔가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어떤 거래 제안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두목 쪽이 차라리 덜 위험하고 덜 무서워 보인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답은 단순하다. 실제로 최초의 결정을 바꿀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것은 두목 뿐이기 때문이다. 최고 보스는 본인이 일의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 초안을 수정해 새로운 거래 제안을 고려해 볼 여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왼손을 펴보시라. 그리고 검지와 약지의 길이를 비교해보시라. 검지가 더 긴가? 아니면 약지가? 아니면 비슷한가? 한 연구에 따르면 왼손의 검지와 약지 길이 차이가 적을수록 IQ가 높아지는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즉, 통계적으로 검지와 약지 길이가 비슷할수록 IQ가 높고,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길수록 IQ가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태아 시절에 모체 내에서 노출된 호르몬의 성분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당신은 위 단락을 읽는 중 어떤 행동을 했는가? 아무리 짧은 찰나 동안이라도, 자신의 검지와 약지 길이 차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게 차이가 큰 건지 작은 건지 자문해보고, 웬만하면 최대한 두 손가락 길이를 비슷하게 보려고 애쓰지는 않았는가? ..
예전에 미국인들이 정답 있는 문제에서조차 각자의 답이 있다고 우기는 게 문제라면 한국인들은 반대로 정답 없는 문제에서조차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정답 있는 문제에도 없다고 우기는 미국, 정답 없는 문제에도 있다고 우기는 한국 https://dirtmentalist.tistory.com/16) 모든 문제에서 하나의 정답, 최소한 가장 좋은 답이 있을 것이라 믿는 태도는 대인관계에서 많은 마찰, 충돌, 갈등을 일으킨다. 답이 딱 하나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상이한 답을 내놓고 끝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하나로 합의를 보거나 어느 한 쪽이 파문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논쟁이 인신공격으로 번진다. 논쟁에서의 승리가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