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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내러티브 없이 존재할 수 있는 문명인은 없다. 사회화된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자기도 모르게 기승전결의 구조를 덮어씌운다. 인간의 역사 자체가 내러티브와 함께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거기에 의존해 집단을 유지하고 문명을 창조했다. 수많은 전설, 신화, 경전들, 이미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판명난 것이 부지기수여도 고전적인 이야기들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인에게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한때 한 집단의 모든 사람이 믿고 따르도록 강요된 성경과 같은 고전적 이야기의 힘이 크게 약화된 21세기라 해도, 현대인의 내러티브 의존 역시 고대인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이야기가 좀..
본격 '영화' 리뷰를 할 생각은 없다. 영화를 보고 생각난, 이 블로그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토막으로 남기는 것에 가깝다. # 매버릭(그리고 현실 톰 크루즈)의 캐릭터, 그리고 이런 성향에 대한 시선에서 느껴지는 미국적인 분위기. 며칠 전에 봤던 뉴스가 떠올랐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17세 소녀가 5피트 깊이의 바다에서 패류를 캐다가 상어의 습격을 받고 구출은 됐지만 결국 다리 한쪽을 절단하게 됐다. 절단 수술을 앞둔 아이의 병실은 어떤 모습일까. 침대 곁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상어 인형이 넘쳐나고 소녀는 선물에 기뻐하며 "다 나으면 바다로 돌아갈 거예요. 두려움에 지면 안 돼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관련 뉴스에는 정확히 1년 전, 데칼코마니같은 사건을 겪은 15세 소년의 ..
뉴욕에서 시작한 공유 오피스 사업체인 위워크(WeWork)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애덤 뉴먼(Adam Newman)은 세상 모든 나르시시스트들의 선지자와 같은 존재였다. 비록 본인이 창업한 위워크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모양새가 좀 빠지기는 했으나, 내용 없는 허세, 근거 없는 자신감, 타인 조종 능력만으로 별다른 아이디어나 노력도 없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억만장자가 된 그의 이력은 알맹이 없는 나르시시스트가 나르시시즘적 개수작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의 최고봉을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레전드급 실리콘 밸리 거물들의 나쁜 유산이기도 하다. 잡스의 성공에 대한 분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그의 모든 특성이 신격화/낭만화되면서 ‘자기만의 현실왜곡장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 마크 맨슨 - 갤리온 - 2017 장점: 읽기에 재미있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 양상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문제점에 대해서도 위트있게 표현하고 있다. 단점: 현대인의 심리에 대한 신랄한 문제점 지적에 비해 그 근본을 파고드는 깊이나, 해결책/대안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분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논리가 치밀하지 못하고 초점 유지가 잘 되지 않아 명쾌하다기보다는 장황하게 느껴진다.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가볍게 읽으면서 통찰의 계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정체성을 개인적으로 요약하자면, ‘현자 타임에 빠진 젊은 미국 백인 남성의 달변가적 위트’라는 것이다. 달변가적 위트라 하면 마냥 칭찬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현자 타임에 빠진 젊은 미국 백인 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