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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자신의 특별함에 대한 믿음은 대개 오만함이나 자신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집착의 정체는 정반대로 ‘지금의 나는 견딜 수 없다’는 자기혐오일 수도 있다. 흔히 부자들은 보수적이라고 한다. 여기서 보수란 정치 성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있는 걸 지키려는 태도이다. 있는 걸 지키려는 이유는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유별난 선택을 하기보다는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을 선호한다. 하루 아침에 인생을 상전벽해로 바꿔줄 무언가를 굳이 바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특별해 보이는 선택에서 위안을 받는 이유는 지금 내 상황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흙멘탈일수록 이상한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 곧 지구에 외계인이 쳐들어올 것이고 인간의 돈 따위는 무의미해질 것이니 적금 따위 모두 다 해약해서..
역기능 가정에서 부모에게 제대로 된 양육은커녕 착취와 학대를 받으며 자란 흙수저를 보면 사람들은 보통 이런 오해를 하기 쉽다. "저렇게 지옥같은 바닥에서 살았으니 만족 기준이 그렇게 안 높겠지? 뭘 가져본 적이 없으니 눈이 낮고 목표도 낮을 것이고 조금만 풍요로워져도 만족하겠지." 근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흙수저가 실제로 남들 앞에서 말하는 ‘명시적’ 목표는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리적 허점과 고장난 뇌 보상 회로는 오히려 흙수저에게 강한 보상, 빠른 보상, 끊임없는 보상을 원하게 하기 쉽다. 그래서 의식 차원에서의 목표 수준은 낮아도 몸이 갈구하는 도파민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게다가 흙수저는 '남보다 뒤쳐져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절박함에 사로잡힌다. 평범한 길로는 안 되고 무언가 특별..
흙수저가 도구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어릴 때부터 도구를 써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흙수저는 아무런 도구 없이 맨주먹으로 인생을 사는 것을 강요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의 문제점을 잘 모른다. 결핍이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는 신화를 무맥락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핍이 있어야 동기 부여가 된다.”“결핍 때문에 맨주먹으로 살다 보면 더 강해지고 유능해지고 나중에 도구가 주어지면 훨씬 더 잘하지 않나요?” 과연 그럴까? 며칠 동안 만든 간석기로 토끼를 사냥해 겨우 끼니를 채우기에 급급했던 석기 시대인을 갑자기 현대 사회로 데려오면 그가 유능한 인력이 될 수 있을까? 간석기만으로도 생존했던 사람이니까 컴퓨터를 주면 너무 신나서 막 수천, 수만 배의..
“그거 알아요? 앞으로는 가족의 추억이란 것도 개념이 달라질 거예요!” “그렇죠. 비싼 디즈니랜드 데려갈 필요가 없어요. 그냥 디즈니랜드 배경에 애 사진을 합성해서 짠 보여주세요. 너 갔다왔다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네가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을 못 하는 거라고 해버리세요!” (일동 웃음) 한 테크 팟캐스트에서 패널들이 농담처럼 주고받은 대화다. AI 시대에 실제로 벌어질 법한 풍경이다. 그런데 과거를 조작하는 데 정말 AI가 필요할까? 그렇지는 않다. 과거 조작은 GPU 한 장 없던 시절부터 멀쩡히 돌아가던,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가장 오래된 알고리즘이다. 이들은 희망사항으로 가득한 평행우주를 렌더링하는 것이 일상이다. 과거 조작은 본질적으로 이력서 조작이다. 자소서를 부풀리는 이유는 뻔하다. 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