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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왼손을 펴보시라. 그리고 검지와 약지의 길이를 비교해보시라. 검지가 더 긴가? 아니면 약지가? 아니면 비슷한가? 한 연구에 따르면 왼손의 검지와 약지 길이 차이가 적을수록 IQ가 높아지는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한다. 즉, 통계적으로 검지와 약지 길이가 비슷할수록 IQ가 높고,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길수록 IQ가 낮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태아 시절에 모체 내에서 노출된 호르몬의 성분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당신은 위 단락을 읽는 중 어떤 행동을 했는가? 아무리 짧은 찰나 동안이라도, 자신의 검지와 약지 길이 차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게 차이가 큰 건지 작은 건지 자문해보고, 웬만하면 최대한 두 손가락 길이를 비슷하게 보려고 애쓰지는 않았는가? ..
2030 여성들 덕분에 이제 많이 완화된 현상이지만, 10년 전에만 해도 각종 강력범죄 사건이 화제가 되면 언론과 뉴스 소비자들이 증거도 없이 펼치는 '가해자 서사'가 여론을 점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특히 피해자가 여성일 때일수록,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일수록, 가해자가 이른바 '국민 정서'의 버튼을 잘 알아서 이에 맞게 자기 포장을 잘 할수록 심각했다. 일방적으로 살아있는 가해자의 말만 믿고 그에 따라 사건을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이 보자마자 친숙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믿어버리게 만든 것이다. 모든 서사는 사람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 팩트 순도 100%의 서사라 해도 그렇다. 팩트가 개별로서만 존재하면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가지고 사람..
한국인들의 과도한 피해자 코스프레 문화를 볼 때마다 한 인기 남초 커뮤니티에서 몇 년 전에 우연히 클릭했던 글의 내용이 떠오른다. 글의 내용은 팀장인지 과장인지 하여간 조금 직책이 있는 상사가 새로 들어온 여성 직원을 '못생겼다'는 이유로 싫어하는데 다만 당사자 앞에서는 절대 티 내지 않고, 부당 대우를 한 적도 없다, 그저 남직원들하고만 못생겼다고 뒷담화를 하고 점심 먹을 때 못생긴 여자 있으면 밥맛 떨어진다면서 다른 직원들하고만 점심 합석을 하는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나 부당 대우라고 볼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질문도 웃기지만 댓글 꼬라지는 더욱 가관이었다. 그 중 특히 2개가 눈에 띄었는데 하나는 '안 그래도 사회 생활 힘들고 피곤한데 남자가 밥 하나 편하게 못 ..
본격 '영화' 리뷰를 할 생각은 없다. 영화를 보고 생각난, 이 블로그의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토막으로 남기는 것에 가깝다. # 매버릭(그리고 현실 톰 크루즈)의 캐릭터, 그리고 이런 성향에 대한 시선에서 느껴지는 미국적인 분위기. 며칠 전에 봤던 뉴스가 떠올랐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17세 소녀가 5피트 깊이의 바다에서 패류를 캐다가 상어의 습격을 받고 구출은 됐지만 결국 다리 한쪽을 절단하게 됐다. 절단 수술을 앞둔 아이의 병실은 어떤 모습일까. 침대 곁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내준 상어 인형이 넘쳐나고 소녀는 선물에 기뻐하며 "다 나으면 바다로 돌아갈 거예요. 두려움에 지면 안 돼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관련 뉴스에는 정확히 1년 전, 데칼코마니같은 사건을 겪은 15세 소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