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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틀딱이라 생생하게 기억하는 10여년 전 한국 사회 분위기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 열풍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와 우상화는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로컬화되었을 때는 그 지역만의 새로운 맥락과 특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에 가미된 한국만의 로컬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vs 애플'의 대립 구도이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이는 말인 듯하지만 당시에는 애플 제품 지지자들을 '앱등이'로, 반대로 삼성 제품 지지자들을 '삼엽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더 불이 붙었던 이 대립 구도에서 ..
결혼과 출산을 주변 친구들보다 훨씬 일찍 한 부부가 있었다. 아이가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가 되자 이 젊은 부부는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아이는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듯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 부모가 열을 올리고 아이를 잡는 만큼 아이의 신경은 온통 그런 부모의 통제를 최대한 피하고 도망다니는 데 쏠리게 됐다. 부모와 완전히 동상이몽이 된 아이를 두고 부모는 속이 터져나갔고, 그들은 어느날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답답한 심정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도대체가 애가 세상을 몰라. 부모가 죽도록 고생하면 뭐해. 진짜 학생 때부터 죽도록 공부하고 죽도록 노력해서 취업하고 죽도록 자식 새끼 먹여살리자고 뛰어다니면 뭐하냐고! 그 새끼는 하나도 몰라!" 순간 친구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가 이내 불가항력..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언행을 저질렀을 때 상황을 무마해보겠다고 제3자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이 나쁜 뜻은 없었을 거야. 그냥 생각 없이 한 거지.” 이 말을 최대한 좋게 해석하자면 불쾌한 언행을 저지른 사람이 상대방에게 특별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해치려는 의도가 없고 행동에 고의성이 없으니, 사안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언행의 실질적 내용이나 결과와 무관하게 ‘의도’에 초점을 둔 해석이다. 때문에 이 해석은 본질적으로 가해자 중심적이며, 제아무리 예쁘게 포장해서 말한다 해도 애초부터 공정한 해석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 의도 유무는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회인으로 생활하..
한국인들은 소위 ‘현실적’인 사고를 좋아한다. 뭐든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흔하게 하고, 뭔가에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딱지가 붙으면 부담 없이 쉽게 조롱하고 비난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진짜 현실적일까? 한국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다음 대화를 살펴보자. 아버지: 넌 앞으로 뭘 할 거냐? 아들: 사업을 해보려고요. 아버지: 그게 되겠냐? 요새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우리 집안에 대대로 성공한 사업가가 없거든!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아들: 제가 생각해놓은 계획이 있어요. 철저히 준비했고 자본금도 얼마 안 들어서 리스크도 적어요. 아버지: 얘가 이렇게 현실을 모르네. 사업하다가 망한 사람이 더 많아! 위의 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