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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나쁜 의도 없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나쁜 언행이 더 문제다

Dirt Mentalist 2022. 4. 25.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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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언행을 저질렀을 상황을 무마해보겠다고 제3자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

 

사람이 나쁜 뜻은 없었을 거야. 그냥 생각 없이 거지.”

 

말을 최대한 좋게 해석하자면 불쾌한 언행을 저지른 사람이 상대방에게 특별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해치려는 의도가 없고 행동에 고의성이 없으니, 사안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거나 사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이는 언행의 실질적 내용이나 결과와 무관하게 의도 초점을 해석이다. 때문에 해석은 본질적으로 가해자 중심적이며, 제아무리 예쁘게 포장해서 말한다 해도 애초부터 공정한 해석이 아니다. 많은 경우에 의도 유무는 당사자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상에서 사회인으로 생활하며 일의 결과가 아닌 의도로 평가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의도야 어쨌든간에 결과에 마땅한 책임을 지는 것이 성인의 의무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의도 있다고 해서 점수를 퍼주는 시험도 없고, 일을 잘해보겠다는 의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올려주는 회사도 없다. 결과가 나쁜데도, 그게 심지어 타인에게 해를 끼쳤는데도 의도가 좋았다 또는 적어도 나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해받는 것은 특별한 경우에 속한다. 특별한 경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

 

동일한 결과를 두고 순전히 의도의 차이 하나만으로 평가가 갈리는 대표적인 예로는 살인죄와 과실치사죄를 있다. 법정에서는 보통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살인을 훨씬 무거운 죄로 처리하며 과실치사죄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본다. 아닌게아니라 누구도 상상하고 싶은 상황은 아니겠으나 어떤 나쁜 상황에서는 정말 피해를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예기치 못하게 실수로 사람을 죽게 하는 경우가 발생할 있으며, 이런 경우를 명백히 살해 의도가 있었던 사건과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이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불공정한 처사일 것이다. 때문에 악의의 유무를 고려하는 것은 정당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악의의 유무로 죄의 경중을 평가하기 전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과연 사람의 의도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내리고 어떻게 있는가의 문제이다. 어디까지가 의도이고 어디까지가 생각 없는 행동인가? 그리고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무슨 기준으로 누가 판별하는가?

 

사실 의도치 않은 언행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는 가지로 나눌 있으며, 둘은 서로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하나는 자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가능성을 전혀 예측조차 하지 못한 경우로, 자신은 그저 뒷걸음질을 쳤을 뿐인데 하필이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을 넘어지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죽게 것과 같은 것이다. 뒷걸음질은 본인 아니라 3자가 보아도 문제 행동이 아니며, 이게 누군가에게 피해가 된다는 상상은 상식적으로 하기 힘들다. 이런 경우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가 의식은 물론이거니와 무의식에도 없었다고 있다. 영어로는 정직한 실수(honest mistake)’라고 표현할 만한 것이며, 통계학적으로 명백히 드문 케이스에 속하는 상황이다.

 

이와는 달리 명백히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는데 개의치 않는 것이 습관화되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다가 큰 사단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일평생 타인을 폭행하는 것이 습관화된 사람이 누군가를 때리다가 죽이는 경우(또는 죽을 때까지 때리는 경우) 대표적이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습관은 일단 고정된 이후부터는 의식의 영역이 아니다. 때문에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뭔가를 의도하거나 계획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며, 이로 인해 습관성과 익숙함에 기인한 범죄는 '충동성' 또는 '우발성'의 가면을 쓰고 법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정직한 실수'와 비슷한 원리의 처벌 경감 요인으로 작용한다(ex. 습관적 폭력 남편의 아내 폭행 살해는 충동적 폭행 치사로 분류되고, 오래된 폭력에 딱 한 번 저항하다가 남편을 살해한 아내는 계획 살인으로 보는 시선. 오히려 후자가 더 생존 욕구에 의한 충동과 우발 아닐까?). 이는 사람의 의식-무의식이 작동되는 방식에 대한 명백한 무지를 반영한다. 의도/계획성의 유무를 죄질에 반영하는 법적 논리에는 문제가 없으나, 무엇이 의도/계획성인지를 판단하는 그 이전 단계의 명제가 인간에 대한 몰이해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습관으로 인한 무의식적 악행이 과연 1회성의 의도보다  나쁘다고 있을까? 습관의 당사자는 명백히 자신의 선택으로 잘못된 사상과 행동을 지속해 습관화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의도가 없었던 아니라 원래는 의도가 명백히 있었는데 모종의 이유로 용케 대가를 치르지 않고 비슷한 짓을 워낙 많이 저지르다 보니 효율성을 선호하는 뇌가 해당 사안에 대한 사고 상당 부분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옮겨 판단 경로를 짧게 만든 뿐이다. 이것이 바로 습관의 메커니즘이다. , 의도와 계획이 명백히 있지만 사고 경로가 짧아 워낙 빠르게 행동하다 보니 남의 눈에 과정이 보일 뿐이다. 또는 악인의 습관적 악행에 주변인들의 습관까지도 물들어 이것이 그저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악인의 비정상적 습관으로 인해 디폴트 상태가 이상하게 설정되다 보니 폭력은 일상이요 피해자가 죽은 것은 어쩌다 운 나쁘게 일어난 우연적 사건처럼 보이고, 가해자는 장기간에 걸쳐 이 모든 원인을 명백히 자신의 선택으로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소 거칠어서 재수없게 큰 일에 휘말렸지만 적어도 악의는 없었던 순진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습관성은 실수’, ‘충동성’, ‘우발성등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하도 악행이 습관화되어서 '해도 된다', '원래 그래왔다'는 안일한 생각에 잠식당하면 처벌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지기 때문에 의식의 영역에서 계획할 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단지 의식 영역의 개입도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죄의 경감 요소로 볼 수 있을까? 이를 '실수', '우발성', '충동성'과 같은 선상으로 볼만한 것인가? 습관성이 죄의 경감을 위한 적절한 핑계가 된다면, 모든 죄는 처음 저지를 가장 죄질이 무겁고 일단 습관화되고 나면 죄가 훨씬 가벼워진다는 이상한 논리가 성립된다. 이런 논리에 입각한다면 모든 처벌은 초범에게 가장 강력하게 때리고 재범에게는 관대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러한 무지와 모순이 법정에서조차 횡행하는 것이 현재의 현실이다.

 

한국에는 사석에서도 습관적으로 짧은 판단 경로에 휘둘려 부적절한 언행을 저지르는 이들을 보고 ‘사람이 좀 거칠지만 악의는 없다’, '생각 없이 행동할 뿐 나쁜 사람은 아니다' 식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역시 인간의 정신 구조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내는 위험한 오판이다. 이는 습관화되어 거침없이 나오는 악행을 일종의 불가항력적 자연 현상으로 오해하는 것이며, 질서에 복종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뭐하러 남의 쓰레기같은 습관에 본인이 적응하려고 하는가? 정신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그러한 악인을 보고 사악한 행동이 습관화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한 당사자의 자기 통제력 부족과 사회의 직무유기에 거부감과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 정상이다.

 

사람이 나쁜 뜻은 없었을 거야. 그냥 생각 없이 거지.”

 

다시 생각해보자. 사람이 나쁜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나의 입장에서 중요한가? 나쁜 의도만 없으면 안전한 사람인가? 나쁜 의도를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조차 나쁜 언행을 불가항력처럼 제어하지 못하는 사람이 위험한 사람은 아닌가? 생각 없이 악행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라면 평소 얼마나 습관적으로 악행을 해왔다는 것일까?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도 습관적으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이 나쁜 의도까지 가지면 어떻게 될까?

나에게 중요한 것은 타인의 행동 결과이지 타인의 의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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