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나르시시스트 부모 (56)
흙멘탈리스트
최근에 인터넷에서 '우리 엄마 불쌍해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보았다. "우리 엄마 불쌍해.""우리 엄마 호강시켜드려야 해." 익숙한 말이다. 마치 사회적 본능처럼 한국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표현은 때로 농담처럼, 때로는 진지한 다짐처럼 쓰인다. 부모의 희생을 기리고, 보답하겠다는 선한 마음. 이 문장들 속에는 언제나 ‘효’라는 이름의 도덕적 명분이 깃들어 있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말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착하고 도덕적인 말이니까. 그러나 과연 그럴까? 1인자 나르시시즘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에 근거한 타인 착취 체제라면, 2인자 나르시시즘은 내가 아닌 타인 중심적 세계관에서 자신이 기여하는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핵심이다.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대학생 A씨는 언제나 자신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또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하며, 남보다 몇 배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다. A씨의 부모는 건강이 좋지 않고, 젊었을 때부터 유달리 많은 고생을 해왔으며, A씨를 키우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했고, 훌륭한 인격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주변인들로부터 배신을 당했으며, 비리로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 성공할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적어도 A씨가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그들의 인생사 이야기상으로는 그렇다. 한국 문화가 권장하는 착한 아이답게 자란 A씨는 부모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며, 부모님의 요구와 바람을 ..
A씨는 부모님과 살던 미성년자 시절에 사교육을 받아 본 일이 없다. 당연히 이는 주변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보육원에서조차 원생들에게 원하는 학원을 하나 정도는 보내주는 시대인데 A씨는 어린 시절에 흔하게 다니는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조차도 다녀본 일이 없다. A씨의 부모가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습관적으로 말하는 '돈이 없다'는 이유 외에도, 교육은 공교육만으로 충분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A씨의 부모는 A씨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늘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하며 A씨가 '잘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돈을 아끼는 게 최선이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돈 많이 들여서 교육시켰는데 바닥권이면 돈만 아깝잖아.""피아노 가르치면 뭐해? 내가 본 어떤 애는 몇..
한국에서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통계상으로 명확히 드러나던 남아 선호 사상이 사라질 때 즈음부터 이른바 '딸이 좋다'는 식의 여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나이든 계층에서 먼저 퍼져나간 '딸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트렌드는 대개 딸의 높은 '공감 능력'을 그 이유로 삼는다. 딸은 아들에 비해 공감 능력이 높고, 따라서 부모를 애틋하게 여기며 세심하게 보살펴 준다는 것이다. 성별에 근거해 특정 성별만이 '공감 능력이 높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런 기대를 가지고 특정 성별의 자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한국 부모식 나르시시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용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방적인 '공감' 요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