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나르시시스트 부모 (53)
흙멘탈리스트
한국에서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통계상으로 명확히 드러나던 남아 선호 사상이 사라질 때 즈음부터 이른바 '딸이 좋다'는 식의 여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나이든 계층에서 먼저 퍼져나간 '딸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트렌드는 대개 딸의 높은 '공감 능력'을 그 이유로 삼는다. 딸은 아들에 비해 공감 능력이 높고, 따라서 부모를 애틋하게 여기며 세심하게 보살펴 준다는 것이다. 성별에 근거해 특정 성별만이 '공감 능력이 높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런 기대를 가지고 특정 성별의 자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한국 부모식 나르시시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용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방적인 '공감' 요구는..
개인차는 있지만 나르시시스트 중에는 옛 시절을 선호하고 현대 사회를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이 반대의 경우보다 많다. 이는 절반 쯤은 주어진 환경에 대해 늘 자동 불평을 하는 나르시시스트의 특징 때문이다. 즉, 나르시시스트가 하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은 현재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불평의 연장선상이다. 나르시시스트의 불평은 주변인에게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며 일종의 습관이다. 때문에 이들의 현대 사회에 대한 불평과 비판에 무슨 대단하고 심오한 내용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어떤 시대에 갖다 놔도 불평을 할 이들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전근대 사회에 비해 나르시시스트를 실제로 더 불쾌하게 만들거나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특징도 분명히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인간 ..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답시고..." 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오늘도 자신을 향해 눈을 흘기는 부모의 불평을 참아내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에 진학한 A씨는 얼른 취업해 돈을 벌라는 부모의 지시를 무시한 죄로 늘 가시방석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도 학교 랩에서 받는 벌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사정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취업한 직장인들만한 수입은 되지 않는다. "너같은 애는 한시라도 빨리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무조건 장땡이야." A씨의 부모는 A씨의 진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그 이유의 중심에는 늘 돈이 있다. A씨는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오히려 진로가 더 잘 될 수도 있다거나, 자신의 성향상 공부가 맞는 길이라고 설명하는 등 여러모로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A씨에게는 위로 아들 둘, 막내딸 이렇게 세 명의 자녀가 있다. A씨는 '자식 농사'를 잘 지었다고 주변의 부러움을 받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 세 명이 모두 공부를 잘 했고 사회적으로 번듯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아들 둘은 모두 A씨가 바라마지 않던 의사가 되었고 막내딸은 IT를 전공했는데 얼마 전 미국의 가장 유명한 IT 대기업 중 하나의 본사에 취업을 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A씨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지인들 앞에서 겉으로는 모든 게 만족스러운 것처럼 이야기하며 자식 셋을 모두 자랑한다. 그러나 실제 A씨의 마음 속에는 요새 불만이 한가득이다. 이유는 막내딸의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다. 막내딸은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AI 전공으로 석사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니 어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