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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부모의 가정교육이 엉망이 되는 이유

Dirt Mentalist 2024. 10. 3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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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씨는 언제나 자신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또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하며, 남보다 몇 배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다. A씨의 부모는 건강이 좋지 않고, 젊었을 때부터 유달리 많은 고생을 해왔으며, A씨를 키우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했고, 훌륭한 인격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주변인들로부터 배신을 당했으며, 비리로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 성공할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적어도 A씨가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그들의 인생사 이야기상으로는 그렇다.

 

한국 문화가 권장하는 착한 아이답게 자란 A씨는 부모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며, 부모님의 요구와 바람을 최선을 다해 충족시켜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A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해 자신의 불쌍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는 것이 자기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동시에 세상의 순리를 되찾는 사회 정의라 생각한다.

 

그런데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A씨는 유학, 타 지역 취업과 같은 진로는 고려한 적이 없다. 이렇다 할 꾸준한 직업이 없는 부모님의 생활비를 보조해야 하기도 하고, 일상생활도 힘겨운 부모님을 옆에서 늘 직접 돌봐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진로와 일상생활이 워낙 부모님이라는 요인에 의해 제약을 자주 받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A씨에게 부모님 건강이 정확히 어떻게 안 좋으신 건지 종종 묻는다.  

 

"부모님은 어디가 아프신데?"

"아버지는 위염 말기야."

"헉, 위암 말기라고?"

"아니, 위염. 위염 말기는 위암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은데, 그래도 언제 갑자기 어떻게 될지 모른대."

"....어머니는?"

"어머니도 맨날 아버지 간호하시느라 몸이 많이 여기저기 아프셔. 뚜렷한 병명은 없는데 의사가 온몸이 시한폭탄이라고, 일같은 거 하면 5년 내로 돌아가실 가능성이 99%라고 했대."

 

A씨의 대답을 듣는 주변인들은 십중팔구 석연찮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남의 부모님 얘기에 딴지를 걸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집요한 질문은 하지 않는다. 부모님의 증상은 A씨가 초등학생 시절부터 자신의 부모님에게 직접 10년 이상 들어온 내용이다. 하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부모님이 '위염 말기'와 '시한폭탄' 상태에 놓여있다는 명제는 A씨에게 거의 구구단 수준의 상식으로 새겨져 있다.

 

A씨는 부모님을 감히 의심할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으며, 의대생도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말이 남에게 이상하게 들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는 위염에 '말기'라는 개념이 없으며 그의 아버지가 지나친 흡연으로 호흡기가 좋지 않을 뿐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또한 '뚜렷한 병명이 없는데 온몸이 시한폭탄이며 일을 하면 5년 내로 죽을 확률이 99%'는 괴상한 진단을 내릴 의사는 없으며 따라서 자신의 어머니는 사실 의사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는 것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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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례의 A씨는 자신의 부모님을 너무 믿은 나머지 부모님이 자신을 속이기 위해 한 어이없는 거짓말을 타인에게까지 그대로 옮기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나르시시스트의 가정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나르시시스트는 언제나 자신이 최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자신에게 이익이 오도록 상황을 조종하며, 이를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한다. A씨의 부모는 한국 나르시시스트 부모들의 기만 소재 중 가장 애용되는 건강 문제로 A씨를 속이고 있다. 그리고 A씨는 이런 거짓말에 속아 자신의 생활과 진로를 제한당하고 있다.

 

A씨가 부모님의 거짓말 때문에 생활과 진로를 제한당하는 것도 문제지만, 문제는 단지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A씨는 부모님의 그 수준 떨어지는 거짓말을 남에게 그대로 옮기는 바람에 본인을 스스로 바보로 만들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거짓말에도 수준이 있는데 보통 감추려고 하는 현실이 미천할수록 거짓말의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A씨 부모의 거짓말은 사회적으로 수준 낮은 거짓말에 속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세뇌를 당한 A씨는 부모의 자기 변명용 창작 세계관을 철썩같이 믿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식 자체가 뒤틀리게 되었다. 위염에도 암처럼 '말기' 개념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세상에서 혼자 믿게 되었고, 의사가 '일을 하면 5년 내로 죽을 확률이 99%'와 같은 사이비 진단을 내릴 수도 있는 세상에 혼자 살게 되었다.

 

A씨가 서둘러 외부 세계의 객관적 지식으로 자신의 잘못된 정보를 교정하지 않으면 타인으로부터 무식하다는 평가를 받거나, 더 최악인 경우에는 본인이 부모와 같은 거짓말쟁이 또는 사기꾼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사기꾼은 A씨가 아닌 A씨의 부모이지만 자기도 모르는 새 사기꾼이 창조한 세계관을 타인에게 퍼뜨리고 다니는 A씨 역시 남들 눈에는 동일하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의학 문제 전반에 대한 판단력이 떨어지고, 다른 사기꾼에게 속을 가능성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높아진다. 의사가 '일을 하면 99% 확률로 5년 내에 죽는다'와 같은 비과학적인 진단을 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릴 때부터  자란 사람이라면 '만병통치 옥장판' 따위의 개념에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가정교육'에서는 이런 문제가 속출한다.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 과학적 팩트이며, 그것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올바른 교육이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지구가 자기 중심으로 돈다고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 성공적일 수가 없다. 부모의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할수록, 그들이 가르치는 세상의 모습과 팩트 사이 간극은 더 커진다. 자기 정당화에 눈이 먼 부모가 세상을 이상한 곳으로 묘사하고 상식을 왜곡하는 일은 흔하다. 제아무리 자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좋은 책을 읽으라고, 교양을 쌓으라고 윽박질러봤자 집안에서 보고 듣는 스토리가 왜곡된 상식을 기초로 하고 있는데 사고력이 제대로 성장할 리가 없다.

 

특히 위와 같이 기본 상식에 어긋나는 교육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나르시시스트에 흙부모의 정체성이 더해졌을 때 더 커진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엘리트 부모라면 상대적으로 자기 방어를 덜 해도 되기 때문에 굳이 사회의 기본적인기능에 대한 거짓말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흙부모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평생 반백수로 지내며 가족을 힘들게 한 나르시시스트 아버지라면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만 한다. 앞서 말했듯이 감추려 하는 현실의 상태가 안 좋을수록 거짓말의 수준도 떨어지고 설정에 무리수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몸이 너무 아프고 피곤해 일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을 정당화하려면 없는 병도 있다고 지어내거나, 사람은 원래 30대부터 골병이 든다고 주장하거나, 자신이 일종의 특수 체질이라 진단되지 않는 병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야 한다. 자신이 부모의 담당의를 직접 만날 수도 없고, 아직 30대가 되어보지도 않았고, 부모의 체질이 진짜 특수지 감별할 지식도 없는 어린 자식으로서는 그런 말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르시시스트 부모를 가진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가정 내에서 벗어나 외부와의 접촉을 늘려야 한다. 외부 지식을 습득하고 외부인과 교류하고 외부의 시선을 참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릴 때부터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자기편의적으로 성의 없이 지어낸 거짓말을 상식으로 믿게 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그 모든 거짓말을 다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대개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주먹구구로 지어낸 거짓말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거짓말조차 상호모순적인 경우가 많고, 이는 이것대로 자식에게 또 다른 정신적 혼란과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한 그나마 위의 사례처럼 팩트 체킹이 가능한 것은 교정이 쉬운 편이며, 더 위험한 것은 반증이 애매하게 불가능한 주관적 영역의 거짓말이라는 점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를테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엄청난 명감독이라고들 떠들지만 사실 진짜 유식한 사람들은 다 싫어한다."

와 같은 말은 어떤가. 이런 말은 팩트 체크가 불가능하다. '진짜', '유식한', '싫어한다'의 개념이 모두 주관적이고 회색 지대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식하면서 스필버그를 싫어하는 개별 사례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가 모종의 개인적인 이유로 스필버그 감독 개인 또는 그의 영화를 엄청나게 싫어하는데 자신의 취향을 더 있어보이도록 하기 위해 저런 말을 마구잡이로 지어내 자식에게 세뇌시켰다면 그 자식은 과연 언제쯤 '진짜 유식한 사람들은 스필버그를 다 싫어하는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르시시스트 부모 아래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이처럼 내가 나를 제한하는 여러 잘못된 명제를 '가정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흡수하지 않았는지를 잘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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