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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내러티브 없이 존재할 수 있는 문명인은 없다. 사회화된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끊임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자기도 모르게 기승전결의 구조를 덮어씌운다. 인간의 역사 자체가 내러티브와 함께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거기에 의존해 집단을 유지하고 문명을 창조했다. 수많은 전설, 신화, 경전들, 이미 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판명난 것이 부지기수여도 고전적인 이야기들은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대인에게까지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한때 한 집단의 모든 사람이 믿고 따르도록 강요된 성경과 같은 고전적 이야기의 힘이 크게 약화된 21세기라 해도, 현대인의 내러티브 의존 역시 고대인들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이야기가 좀..
대중이 휩쓸리는 트렌드 흐름은 과도한 수준까지 진행된 다음에야 진정되는 경우가 많다. 한 쪽으로 너무 쏠린다 싶다가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 이번에는 반대로 너무 쏠리게 되는 식이다. 막말로 중간이 없다. 이는 군중 심리에 크게 의존하는 경기 사이클이나 주식 시장의 양상에도 잘 드러난다. 거시적으로 보면 객관적 경제 지표나 재정 정보 등이 대략 반영되지만 이것이 단 몇 달, 며칠 또는 몇 시간 단위로 정확하게 반영되지는 않는다. 긍정적인 뉴스든 부정적인 뉴스든 언제나 과열 양상으로 감정적 반응을 보이는데 그러다가 반대 방향의 전망이 우세해지기 시작하면 또 당분간은 반대 방향으로 과열 양상을 보인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럭저럭 합리적 반영이 되는 것 같아도, 단기적인 그래프는 언제나 들쭉날쭉이다. ..
새해가 되면 헬스장 등록이 급증했다가 이내 몇 개월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이 많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만큼 목표를 세워도 오래 실행을 못하는 게 많은 이들이 가진 고질병이다. 대개는 이런 현상이 머리로 옳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세워도 몸이 실행을 못 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격차를 채우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의지', '동기 부여' 등 외에는 별로 없다. 요즘 양자 물리학 등의 자기계발론화 등으로 인해 자유 의지란 없다는 말도 유행하고, 의지라는 게 있어도 한계가 있으니 의지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생각도 실행률을 높이는 데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방법이 안 나오고, 의지가 불필요한 습관을 만드는..
틀딱이라 생생하게 기억하는 10여년 전 한국 사회 분위기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 열풍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와 우상화는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로컬화되었을 때는 그 지역만의 새로운 맥락과 특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에 가미된 한국만의 로컬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vs 애플'의 대립 구도이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이는 말인 듯하지만 당시에는 애플 제품 지지자들을 '앱등이'로, 반대로 삼성 제품 지지자들을 '삼엽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더 불이 붙었던 이 대립 구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