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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예전에 미국인들이 정답 있는 문제에서조차 각자의 답이 있다고 우기는 게 문제라면 한국인들은 반대로 정답 없는 문제에서조차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정답 있는 문제에도 없다고 우기는 미국, 정답 없는 문제에도 있다고 우기는 한국 https://dirtmentalist.tistory.com/16) 모든 문제에서 하나의 정답, 최소한 가장 좋은 답이 있을 것이라 믿는 태도는 대인관계에서 많은 마찰, 충돌, 갈등을 일으킨다. 답이 딱 하나이기 때문에 같은 문제에 대해 서로 상이한 답을 내놓고 끝나는 상황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하나로 합의를 보거나 어느 한 쪽이 파문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논쟁이 인신공격으로 번진다. 논쟁에서의 승리가 너..
오늘부터 누군가 당신에게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연습' 또는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이기 위한 연습'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을 과연 이 훈련을 열심히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신 뿐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다. 제아무리 강철같은 의지의 달인이라 해도 하늘을 나는 연습 따위를 열심히 할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그건 불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일에는 성실한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도리어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제정신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는 특허청에서 '영구 동력 기관' 따위를 애초에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과도 같다. 패배가 100% 예정된 일에는 애초부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흔히 무언가에서 성공하려면 자신..
새해가 되면 헬스장 등록이 급증했다가 이내 몇 개월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이 많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만큼 목표를 세워도 오래 실행을 못하는 게 많은 이들이 가진 고질병이다. 대개는 이런 현상이 머리로 옳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세워도 몸이 실행을 못 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격차를 채우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의지', '동기 부여' 등 외에는 별로 없다. 요즘 양자 물리학 등의 자기계발론화 등으로 인해 자유 의지란 없다는 말도 유행하고, 의지라는 게 있어도 한계가 있으니 의지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생각도 실행률을 높이는 데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방법이 안 나오고, 의지가 불필요한 습관을 만드는..
틀딱이라 생생하게 기억하는 10여년 전 한국 사회 분위기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 열풍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와 우상화는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로컬화되었을 때는 그 지역만의 새로운 맥락과 특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에 가미된 한국만의 로컬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vs 애플'의 대립 구도이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이는 말인 듯하지만 당시에는 애플 제품 지지자들을 '앱등이'로, 반대로 삼성 제품 지지자들을 '삼엽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더 불이 붙었던 이 대립 구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