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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새해가 되면 헬스장 등록이 급증했다가 이내 몇 개월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손님들이 많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만큼 목표를 세워도 오래 실행을 못하는 게 많은 이들이 가진 고질병이다. 대개는 이런 현상이 머리로 옳다고 생각하는 목표를 세워도 몸이 실행을 못 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격차를 채우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의지', '동기 부여' 등 외에는 별로 없다. 요즘 양자 물리학 등의 자기계발론화 등으로 인해 자유 의지란 없다는 말도 유행하고, 의지라는 게 있어도 한계가 있으니 의지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이 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생각도 실행률을 높이는 데 직접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의지가 '없다'고 생각하면 아예 방법이 안 나오고, 의지가 불필요한 습관을 만드는..
틀딱이라 생생하게 기억하는 10여년 전 한국 사회 분위기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 열풍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와 우상화는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로컬화되었을 때는 그 지역만의 새로운 맥락과 특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에 가미된 한국만의 로컬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vs 애플'의 대립 구도이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이는 말인 듯하지만 당시에는 애플 제품 지지자들을 '앱등이'로, 반대로 삼성 제품 지지자들을 '삼엽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더 불이 붙었던 이 대립 구도에서 ..
대형 클라이언트로부터 계약을 따내야 하는 한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회사는 적절한 스펙과 경험을 갖춘 A씨를 해당 업무의 추진 담당자로 결정했다. 이제 A씨의 임무는 클라이언트에게서 계약을 따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회사는 물론, 해당 업무를 담당할 자신의 개인적 능력도 설득력 있게 어필해야 한다. A씨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같은 목표를 두고 경쟁 중인 다른 회사의 다른 담당자들보다 자신이 더 해당 업무에 적절하다는 것을 성공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A씨가 느닷없이 겸손하게 군답시고 자신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자신이 아닌 경쟁 업체 담당자의 능력을 상찬하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면? 클라이언트가 '당신이 정말 이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
A는 뛰어난 육상 선수이다. 신체 조건도 타고났지만 늘 겸손하게 자신을 모니터링하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는 뛰어난 자기 성찰 능력도 갖추었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하는 기질이 더해져 A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모두가 A에게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그의 주니어 기록은 세계 정상급 수준이었고 많은 이들이 A의 미래에 대해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자리를 점쳤다. 그런데 땅 위에서는 그토록 출중한 A는 물에서는 맥을 못 춘다. 그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타고난 물 공포증도 있다. 한때 체력 훈련의 일환으로 수영을 고려해 수영을 배워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땅 위에서는 잘 발휘되던 운동 신경도 물 속에서는 물 공포증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었다. A의 지인 중 한 명이 말했다. "다들 수영 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