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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많은 한국인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죽자사자 환경(또는 상대방)에 적응하려 하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페르소나와 자신의 진짜 내면 사이의 간극이 심각할 정도로 커지는 경우가 많다. 가식적 페르소나와 진짜 내면의 차이는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여기에 온갖 영역에서 '단 하나의 정답'만을 추구하는 성향이 더해져 다른 나라였다면 굳이 가면을 쓸 필요가 없는 영역에서까지 가면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음식이나 영화에 대한 호오까지도 주류 감성에 속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궁예질을 동원한 재단과 평가를 당하고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쓸데없는 부분에서도 페르소나를 동원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영우 싫어하는 거 보니 국짐 지지자겠네'..
최근 예(구 칸예 웨스트)와 이혼한 킴 카다시안은 리얼리티 쇼에서 출발해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매체에서 가십 헤드라인을 독점한, 모든 관종과 인플루언서의 대모라 할 만한 인물이다. 최고의 스타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딱히 원천 기술이나 직업 없이(그는 가수나 배우도 아니다) 그냥 유명해져 버린 그의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카다시안이 갑자기 나이 40줄이 다 되어 이제는 변호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곳곳에서 비난과 비웃음이 빗발친 것은 누구나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주제를 모른다', '네가 놀던 물에서나 계속 놀아라' 등의 힐난이 줄을 이었고 실제로 카다시안은 로스쿨 학생들이 1년 수료 후 치르는 일명 '베이비 바(Baby bar)' 시험을 세 번이나 미끄러졌..
나르시시스트는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좋은/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고지식하고 나이브한 사람들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상황 해석이 주관적이라지만 명백히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구별되는 상황도 있는데 어떻게 모든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몰고 갈 수 있을까? 이를테면 어떤 시험을 치렀는데 시험을 잘 봤다면 누가 봐도 본인에게 좋은 상황이지만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면 반대로 누가 봐도 본인에게 나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지식한 이들은 시험 결과에 따라 본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르시시트는 그렇지 않다. 나르시시스트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마저도 얼마든지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유도하는 다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
겉으로 보기에 한국은 노력의 효용을 (지나치게) 신봉하는 나라로 보인다. 오죽하면 노력이 ‘노오력’이 되었을까. 시골 할머니들이 아이를 낳고도 바로 밖에 나가 밭일을 했다거나, 자수성가한 중년의 사업가가 평생 2시간 이상 자 본 적 없이 일만 했다는 식의 믿거나말거나 고생 배틀부터, ‘우리 부모/조부모 세대는 노력을 많이 해서 재산을 금방 불렸는데 요즘 젊은애들은 게을러서 취업도 못한다’는 한국 고속성장 모델에 대한 맹신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가 노력을 마법의 주문이자 무한의 자원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흙멘탈 증상 - '될성 부른 나무'에 대한 환상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주제이지만 한국에는 ‘될성 부른 나무’와 ‘될놈될’의 신화 또한 강력하다. 될 놈은 타고났기 때문에 뭘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