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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의 자기계발 - 두려움은 머리를 나쁘게 만든다

Dirt Mentalist 2022. 6. 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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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구 칸예 웨스트)와 이혼한 킴 카다시안은 리얼리티 쇼에서 출발해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각종 매체에서 가십 헤드라인을 독점한, 모든 관종과 인플루언서의 대모라 할 만한 인물이다. 최고의 스타임은 분명하지만 사실 딱히 원천 기술이나 직업 없이(그는 가수나 배우도 아니다) 그냥 유명해져 버린 그의 캐릭터가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런 카다시안이 갑자기 나이 40줄이 다 되어 이제는 변호사를 하겠다고 나서자 곳곳에서 비난과 비웃음이 빗발친 것은 누구나 뻔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주제를 모른다', '네가 놀던 물에서나 계속 놀아라' 등의 힐난이 줄을 이었고 실제로 카다시안은 로스쿨 학생들이 1년 수료 후 치르는 일명 '베이비 바(Baby bar)' 시험을 세 번이나 미끄러졌다. 그러나 결국 네 번째에는 시험에 통과했고 아직도 그의 변호사 되기 여정은 진행 중이다.

 

킴 카다시안이 정말 변호사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 분명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안 어울려!'를 외치는 와중에도 변호사를 하겠다고 나선 그의 정신 상태만큼은 전형적인 금수저 멘탈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건 본인만큼은 '내가 까짓 거 못할 게 뭐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카다시안 본인은 대학도 나오지 않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이미 남부러울 것 없이 대성공을 거둔 상태이고, 사실 아버지가 유명 변호사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미 필요한 도움을 줄 인맥도 있는 상태이다. 남들 눈에는 느닷없고 뜨악해보일지 몰라도 본인 입장에서는 그 영역이 금지 구역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킴 카다시안의 이런 거칠 것 없는 금수저 마인드를 정반대로 뒤집으면 흙수저 마인드가 된다. 이것도 저것도 다 못 할 것 같고, 여기도 저기도 다 가면 안 될 것 같은 금기 투성이의 마인드, 심지어 스스로 잘 해서 이룬 성취마저도 스스로 믿지 못해 '임포스터 증후군(Imposter Syndrome)'에 빠지는 자기 신뢰 제로의 상태가 바로 흙수저 마인드이다. 민주주의 시대에 계급이 어디에 있고 금기가 어디에 있냐고 하지만 법적/제도적 자유가 곧 실질적 기회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사회적 고정관념과 편견에 그대로 순종해 스스로를 금지 구역에 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한, 나의 법적 자유는 그저 문서상의 자유일 뿐이다.

 

흙수저 집안의 아이가 이런 금기 가득한 정신 세계를 가지게 되는 것은 성장환경의 영향이다. 흙부모식 가정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아이를 인생의 당당한 주체로 키우기보다 남의 눈치를 보며 쉴 새 없이 도망다니기 바쁜 겁쟁이로 키운다는 것이다. 흙부모들은 수십 년간 사회경제적 계급의 밑바닥에 머무르며 발전이나 상승을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고, 무언가를 주도하거나 조직을 책임져 본 적도 없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 나아가 인생을 산다는 것은 늘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굴욕적으로 버티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본인이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도 한평생을 그런 위치에서 그런 경험만 하며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러한 세계관에 갇힐 수밖에 없다. 악의가 없는 흙부모조차도 자식에게 노력이란 그저 남의 눈치를 열심히 보면서 모욕적이고 희망 없는 상황을 꾸역꾸역 버티기만 하는 것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먹고 사는 방법밖에는 모르기 때문이다.

 

불가촉 천민 마냥 이렇게 고개를 쳐박고 땅만 쳐다보는 처세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안 그래도 좁았던 흙수저의 운신 영역은 더욱 좁아진다. 세상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시간만큼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아지고, 따라서 감히 하지 말아야 할 것, 가지 말아야 할 곳도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덩달아 심리적 두려움도 눈덩이처럼 커져 나중에는 마치 고개를 들어 세상을 정면으로 보는 순간 신성모독죄로 당장 모가지가 날아갈 것 같은 공포에 잠식당하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두려움이 내면에 끼치는 영향이다. 두려움은 외적 활동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도 금기 영역을 세운다. 내 머릿속 세계조차도 두려움에 마비되어 자유롭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내 생각조차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세뇌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남의 의견이나 세상을 쓸데없이 대단하게 생각하는 경향은 같은 정보나 지식도 훨씬 이해하기 힘들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자신이 늘 하던 패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정보, 지식, 생각은 모두 두려움의 원천이 되어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때문에 결국 피하려 하게 되고, 이는 사람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요컨대 두려움은, 머리를 나쁘게 만든다.

 

혹시 자신의 출신 환경이나 주변인들의 모습 또는 남의 말만을 레퍼런스 삼아 나에게 어울려보이는 자리를 찾았는가? 명확한 이유 없이 어릴 때부터 세뇌되듯이 설정된 모호한 의미의 '주제'와 '분수'가 내 진로 결정의 기준이 되었는가? 거기에서 버티기만 하는 것이 노력이고 최선을 다 하는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가? 그래야만 한다는 다른 근거가 있는가? 없다면 당장 머리를 리셋하고 머릿속 모든 금기 구역을 없앤 뒤 어디로 갈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근거 없는 믿음을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당신의 머리는 점점 더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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