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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의 이상한 완벽주의

Dirt Mentalist 2022. 12.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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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서 누구 한 사람이라도 나를 싫어하거나 나에게 나쁜 평가를 하면 견딜 수가 없다.

-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동의해주고 허락해주는 선택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 내 능력치를 조금이라도 앞서는 도전적인 일은 불안해서 할 수 없다.

- 조금이라도 욕 먹을 가능성이 있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늘 내 행동이 괜찮은지 남에게 물어보고 다닌다.

-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따르는 행동을 하느니 차라리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 모든 이들에게 100% 칭찬 들을 수 있는 모습이 아닌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흔히 '완벽주의'라고 하면 유능하고 프로페셔널한 사람의 태도가 떠오르고 때문에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개념이 그렇듯 완벽주의도 이상한 맥락으로 들어가면 백해무익한 태도가 되고 만다. 완벽주의가 위에 나열한 경우처럼 적용되는 경우가 그렇다. 흙멘탈 중에는 위와 같은 양상을 보이면서 자신이 완벽주의자라고 착각하거나 주장하는 경우가 유독 많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종류의 '완벽주의'는 사실상 프로페셔널한 의미의 완벽주의와는 무관하며, 리스크 회피, 주관 없음, 용기 없음, 자기 검열, 타인 눈치 보기 등의 속성을 모에화하고 정신승리하는 것에 가깝다. 막말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변화도, 피드백도, 결과도 없게 되는데,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완벽'이라고 치장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생에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행동에 따른 결과를 책임질 일 자체가 발생하지 않으니 당분간은 안전하게 느껴지고 욕 먹을 일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발전도 없다. 그리고 전혀 발전 없이 움직이지 않는 인생은 생각보다 안전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해 인생에서 리스크를 모조리 원천 차단하려면 집구석에서 쳐박힌 채 옴짝달싹 안 하는 게 최고이다. 오직 리스크만 고려하고 리스크 회피만을 유일한 신조로 삼는다면 사람을 만나는 것에도 리스크가 따르니 하지 말고, 운동도 부상 위험이 있으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그런 인생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말해 흙멘탈은 리워드가 아닌 리스크 계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사람의 마인드가 이렇게 흘러가는 데에는 대개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만(열악한 환경 조건은 사람을 리스크에 과민 반응하게 만든다)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그로 인한 결과가 자신의 인생을 좀먹고 있다면 이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젯거리이다. 리워드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리스크 회피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경우, 별 것도 아닌 리스크를 매우 치명적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며 1개를 잃고 100개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 '1개'의 손실을 견디지 못해 100개의 이득을 스스로 포기하는 미련한 선택을 하게 되기도 한다.

 

완벽주의는 어디까지나 구체적인 태스크를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옵션 가운데에서, 이성적으로 자기 타협을 하지 않고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말한다. 구체적인 태스크가 아니라 막연하고 추상적인 자신의 전체적 이미지 유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거나, 작업의 퀄리티가 아니라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타인의 피드백에 기준을 두고 있다거나, 진행 중인 태스크가 없어서 아무 피드백도 없는 진공 상태를 '완벽'으로 포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건 제대로 된 완벽주의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이상한 완벽주의를 가진 흙멘탈들은 대개 남을 평가할 때도 매우 인색해진다. 흙수저 계급이 가십에 열을 올리고 타인 일에 관심이 많고 연예인 비난 등에 골몰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그래서이다. 남에 대한 이들의 신랄한 평가만 듣고 있자면 세상 일은 온통 쉬워보이고, '욕 먹을 게 빤한데 나대는' 많은 이들이 어리석어 보이기 십상이다. 이렇게 인스턴트 자기 만족을 위해 완벽주의 기준에 입각한 손쉬운 타인 비난을 선택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도피적이고 기만적인 행동이다. 때문에 아무리 겉으로 틀린 게 없어보이는 입바른 말을 한들, 결국 허망하고 의미가 없다. 자기 인생을 살지 않고 남에 대한 (아무도 듣지 않는) 훈수질과 평가질을 통해 일시적/순간적 정신승리를 추구하는 인생은 제아무리 (비난/비웃음받을 짓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관점에서) 완벽해보이고 떳떳해보여도 결국 공갈빵으로 끝나고 만다.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함'이라는 기준을 함부로 들이대는 이들은 대개 제대로 된 사회 경험이나 도전의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렇기 때문에 비현실적인 진공 상태를 완벽함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흙부모 아래에서 자란 흙수저들은 자기 인생에서 실전으로 행하는 행동 없이 남의 인생에 대해 입만 털어대는 부모의 태도를 그대로 이어받아 엉뚱한 곳에 과몰입하며 자기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세뇌 노예 1'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환상 속에서나 존재 가능할 부모의 가혹하고 비현실적인 잣대로 인해 자기 검열이 심해져 아무것도 못하는 겁쟁이가 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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