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
흙수저의 자기 관리 우선 순위 - 신체 점검 및 관리 본문
한국인, 특히 한국 흙인들의 사고 방식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로 인생에 대해 실제적인 사고, 실체 위주의 사고를 잘 못 한다는 것이 있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인생에 대해 substantial한 사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를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잘 와 닿지 않고 설명하기에도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여기에서 'substantial'이라는 표현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의미가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진짜(real)'라는 의미, 두 번째는 '물리적(physical)'이라는 의미, 세 번째는 '기본/근본(essential)'이라는 의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흙계급은 실체 위주의 사고를 하지 못하면서 자기 인식은 사뭇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개의 흙계급 구성원들은 열악한 환경 조건으로 인해 자신이 '물질'과 '현실'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여기에 집착하며, 현실적인 입장에서 물질적 이익을 철저히 추구하는 행동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분명한 실체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 사람의 판단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현실적이 되고 싶고 이익을 챙기고 싶어도 무엇이 진짜 현실인지, 무엇이 진짜 이익인지를 가려내지 못해서 문제가 된다. '나는 현실적인 사람이 되겠어!', '나는 이익을 철저히 챙기고 살겠어!' 같은 자의식이 자동으로 본인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자의식이 앞서면 근시안적이고 피상적인 것에 집착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인생에서 중요한 실체를 따라간다는 말은 지금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소소하고 확실한 이익 따위에 집착한다는 말이 아니라, 반대로 눈 앞에서 바로 시시각각 변하지 않을 근본적인 요인을 관리하는 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는 말이다.
인생을 구성하는 '실체' 중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자신의 신체이다. 이것은 애매하게 '중요한 것 중 하나'도 아니고 딱 단수로 집어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체의 건강과 자유를 확보하는 것은 모든 자기 관리의 알파와 오메가이다. 이게 특히 흙수저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흙수저들이 신체 건강과 자유가 금수저들에 비해 크게 침해/제한당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겉으로 보이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자유로움과 풍요로움 때문에 이것이 가려져 현실 파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막말로 '요새 굶는 사람이 어디 있냐'와 같은 인식은 경제적 계급 차이로 인한 명백한 신체/건강 상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 아사자도 별로 없고 영유아 사망률도 매우 낮아진 지 오래되었으니 이제 경제적 계급은 다만 화려함의 차이일 뿐, 신체의 기본 건강 상태같은 것은 계급과 무관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흙수저 집안의 경제적 무능력과 부모의 무관심/적대감으로 인해 흙수저 자식들이 신체적으로 큰 피해를 입는 일은 아직도 많다. 극단적으로는 정신적/물리적 학대를 통해 흙수저 자식들이 사망/자살에 이르거나,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자식에게 장애/중병/만성질환/만성통증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자식을 좋지 않은 환경으로 내몰다 보니 온갖 종류의 폭력, 스토킹 등의 범죄 대상으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병원에 데려가야 할 상황에서 제 때 데려가지 않아 간단한 치료로 끝났을 일을 장기적인 고통이나 영구적 결함으로 끌고 가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또는 어릴 때부터 자식을 피보호자가 아닌 늙다리들의 보호자로 써먹으면서 자식에게 자유 시간을 전혀 허락하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 자식을 신체 거동의 자유가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경우는, 흙수저들이 현대 사회의 지향과 무관하게 부모에게 신체가 저당잡히고, 건강을 크게 훼손당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드라마틱한 사례가 아닌 비교적 소소한 사례에서도 금수저와 흙수저의 신체 상태 차이는 명백하게 벌어질 수 있다. 인간은 명백히 동물이며 탄화수소로 구성된 물질적 신체를 가지고 있다. 신체가 없으면 존재도 없다. 그리고 이 신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려면 외부에서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요즘 굶어죽는 사람 없다, 요즘에는 먹을 거리가 풍부하다는 말은 아무거나 아무렇게나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며 모든 사람의 신체 상태가 똑같다는 말은 더더구나 아니다.
인체는 생각보다 매우 예민하며 아주 작은 미네랄 차이, 호르몬 차이, 신경전달물질의 차이로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상류층이나 엘리트층으로 갈수록 이에 대한 지식도 많고 자신의 퍼포먼스에 기대치도 높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의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야 퍼포먼스도 최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에 흙부모들은 이러한 부분에 지식이 아예 없거나, 있다 한들 자신의 무능력한 입장에 대한 방어 심리 때문에 기본적 신체 관리의 중요성을 무시해버리거나 그 기준을 크게 낮춰 잡는 경우가 많다. '자식 성적은 금수저와 비교, 밥상은 아프리카와 비교'한다는 인터넷 밈에서도 드러나듯, 그저 밥만 안 굶겨서 숨만 쉬게 해 놓으면 똑같은 것이라고 세뇌하는 것이다. 이런 부모는 당연히 자식에게 신체 관리의 중요성 및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없으며, 도리어 고의적으로 자식이 본인 신체의 중요성을 가장 낮은 순위에 두게끔 유도한다.
이러한 부모 밑에서 자신의 신체 관리에 대한 낮은 기준을 당연시하며 자라게 될 경우, 어른이 되어 독립을 하고 경제적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후에도 이 관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죽지만 않고 살아있으면 똑같은 상태일 거라는 착각에 밥은 아무거나 먹고 배만 채우면 되고, 괜히 돈 들여서 운동이니 뭐니 하는 것도 유난 떠는 것이고, 돈에 눈이 먼 병원 의사 배 채워주기 싫으니 웬만하면 병원 따위는 쌩까고 하는 식으로 만용을 부리며 오로지 자기 신체를 제외한 다른 외적 부분에서의 성취나 재산 축적 등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면서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의료 다큐 등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큰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들기 전에는 정말 절대 다수가 이렇게 자부한다).
흙수저라고 해서 자신의 능력이나 꿈에 대해 제한을 가질 필요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명백히 물질로 구성된 신체에 대해서는 절대 상식적 수준 이상의 오만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다 한들 인간의 신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며, 신체가 버틸 수 있는 유해 요인 한도의 개인별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도식적으로 말해 흙수저라고 해서 박사 학위를 따거나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건강에 자신 있으니 강철같은 의지를 발휘해 하루 3시간만 자고 일하겠다거나 삼시 세끼 맨밥에 간장만 비벼 먹으면서 밥값을 아껴 투자하겠다거나 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전자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일이지만 후자는 전혀 될 법한 계획이 아니다(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다음 35살 때쯤 급사하고 싶다면 괜찮은 계획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상당수의 한국인들이 이를 반대로 생각한다. '가난한 집 출신이니까' 주제에 맞게 꿈을 낮춰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휴일도 뭣도 없이 투잡 쓰리잡으로 푼돈이라도 긁어모으자는 식의 계획에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태생이 외계에서 온 슈퍼맨이고 크립토나이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천하무적일 운명을 타고났다는 증거가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하게 '건강은 자신 있으니까', '강철같은 의지로', '남들이 아무도 못하는 수준까지', '의사가 말리는 수준까지' 순전히 신체 하나를 갈아넣어 뭔가를 해보겠다는 다짐은 단언컨대 재계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계획보다도 훨씬 주제 넘은 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신체가 망가지면 존재가 망가지는 것이고, 신체가 소멸되면 존재가 소멸되는 것이다. 신체는 곧 본인의 생명이고 존재이다. 가장 마지막까지 가장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지, 다른 이익과 맞바꿔먹을 대상이 아니다. 또한 신체는 명백히 물질로 이루어진다. 외부에서 무엇이 유입되고, 내가 외부에서 무엇을 접촉하는지를 과학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제대로 먹지 않으면 체내에서는 필수 물질을 합성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머리가 나빠지는 것을 포함해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 운동량이 부족해도 마찬가지이다. 물질을 의지로 극복해보겠다는 꿈은 절대로 기특하지 않으며, 본인이 질량보존의 법칙을 뒤집고 자연발생설 따위를 주장해 근대의 천재 과학자들이 이룩해 놓은 현대 과학의 기초 명제를 모조리 반증하겠다는 야심과도 같다.
의학적으로 진단내릴 수 있는 병이 없다 하더라도 흙수저들의 신체 상태는 최적 상태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특정 영양소가 모자란 경우도 부지기수이고, 당뇨가 아니더라도 혈당 조절 능력이 좋지 않아 하루 중 기분 변화가 심하다거나(당연히 집중력이 저하된다), 수면의 질이 나빠서 자기도 모르는 새 노화가 급 진행되고 있다거나, 자세가 잘못 잡혀 있어 뼈가 조금씩 뒤틀리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목숨이 붙어 있고 숨을 쉬고 있다고 해서 신체 상태가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따라서 흙수저들은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으로 무엇보다 자신의 신체 상태부터 점검하고 최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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