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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이미 몇 물 간 트렌드인 듯하면서도 여전히 인기 키워드이기도 한 MBTI는 심리학의 많은 기준과 개념들이 그렇듯이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고 오해의 소지도 다분해 맹신하거나 과몰입하면 모르는 것만 못한 인간 분류기준이다. 사실 분류는 인간의 문명적 본능같은 것이다. 인간이 축적한 많은 지식이 합리적이고 유용한 분류를 통해 만들어졌다.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자 하는 통제욕의 일부이기도 하다. 때문에 분류에 대한 욕구 자체는 완전히 죽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문제는 불합리한 분류가 일어날 때이다. 분류가 인간의 근원적 욕구 중 하나이고 무의식중에 우리는 늘 분류를 하며 살기 때문에 인간은 분류 때문에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독버섯과 식용 버섯을 잘못 분류하면 어떻게 ..
최근에 인터넷에서 '우리 엄마 불쌍해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보았다. "우리 엄마 불쌍해.""우리 엄마 호강시켜드려야 해." 익숙한 말이다. 마치 사회적 본능처럼 한국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표현은 때로 농담처럼, 때로는 진지한 다짐처럼 쓰인다. 부모의 희생을 기리고, 보답하겠다는 선한 마음. 이 문장들 속에는 언제나 ‘효’라는 이름의 도덕적 명분이 깃들어 있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말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착하고 도덕적인 말이니까. 그러나 과연 그럴까? 1인자 나르시시즘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에 근거한 타인 착취 체제라면, 2인자 나르시시즘은 내가 아닌 타인 중심적 세계관에서 자신이 기여하는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핵심이다.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영어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Medium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 블로그가 워낙 한국 문화에 특화돼 있어서 굳이 영어 포스팅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한미 문화 차이에 대해 우연히 재미로 써보다가 완성이 되니 아까워서 그냥 어딘가에라도 올리고 싶어졌네요. 아직은 한 개의 글만 올라간 상태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다 보니, 사뭇 다른 관점과 내용을 담게 되었습니다. 첫 글은 '피해자 코스프레의 나라(https://dirtmentalist.tistory.com/144)'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한국어로 쓴 원글은 한국 문화에 좀 더 비판적인 어조였는데 영어로 쓰니까 거꾸로 북미 문화를 더 비꼬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욕하고 북미인들에게는 북미를..
영화 등을 보면 악당 조직에서 최고 보스보다 중간 보스나 행동대장급 인물이 더 지독하게 묘사되고, 두목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느긋한 태도에 문명적 대화가 가능해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물론 본질적인 사악함의 정도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어떤 대화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행동대장에 비해, 보스 쪽은 그나마 뭔가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에 적어도 어떤 거래 제안이라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이 보인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두목 쪽이 차라리 덜 위험하고 덜 무서워 보인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 답은 단순하다. 실제로 최초의 결정을 바꿀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것은 두목 뿐이기 때문이다. 최고 보스는 본인이 일의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계획 초안을 수정해 새로운 거래 제안을 고려해 볼 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