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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조금 지나면 금방 식을 휘발성 강한 이슈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터진 유명 스포츠 스타와 관련된 사기 사건에 대한 화제성은 가히 폭발적이다. 더불어 '사기'에 대한 이야기와 의견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속여넘기는 과정이 어떠했을지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추론 등이 줄을 잇는다. 이미 '사기'라고 딱지가 붙은 상태에서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하는 제3자는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속을 수가 있어?', '어떻게 저런 거짓말에 속을 수가 있어?'와 같은 생각을 하기 쉽다. 이번 사건은 특히 그러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려고 작정이나 한 듯, 직관적으로 봤을 때 황당무계해보이는 설정 일색이다. 아무리 사기 사건이 많은 한국이라 한들 웬만해서는 속이는 항목에 들어가..
나이를 먹어가며 가장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나이가 정말 숫자에 불과한 허상이라는 것이었다. 젊었을 때도 '이론적'으로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기성세대가 되어 사회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동세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1차원적으로 목격하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때문에 진중권이 친구 조국의 온갖 비리를 알게 되고 나서 남몰래 울었다던 고백을 했을 때 그 나이브함에 일견 짜증이 나면서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한 사회의 통념은 현재 그 사회를 이끄는 중장년층의 이데올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현재 경제적,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강한 허리층의 취향에 따라 사회가 휘둘린다는 것이다. 현 시점의 사회를 지배하는 사회 통념과 주류 질서에는 생각보다 심오한 의미가 없다. 이..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답시고..." 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오늘도 자신을 향해 눈을 흘기는 부모의 불평을 참아내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에 진학한 A씨는 얼른 취업해 돈을 벌라는 부모의 지시를 무시한 죄로 늘 가시방석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도 학교 랩에서 받는 벌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사정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취업한 직장인들만한 수입은 되지 않는다. "너같은 애는 한시라도 빨리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무조건 장땡이야." A씨의 부모는 A씨의 진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그 이유의 중심에는 늘 돈이 있다. A씨는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오히려 진로가 더 잘 될 수도 있다거나, 자신의 성향상 공부가 맞는 길이라고 설명하는 등 여러모로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한국은 신동과 천재, 그 중에서도 특히 신동에 대한 환상이 심한 나라이다. 그 이유를 키워드 하나로 정리하자면 가성비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가성비에 미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후기를 국가별로 정렬해보면 절대 다수의 한국인 리뷰에 '가성비'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영어로 번역된 버전을 보면 죄다 동일인이 쓴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구매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것이라면, 인생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노력 대비 성과에 대한 것이다. 즉, 한국에서 천재에 대한 환상이 심한 것은 인생에서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최선의 노력을 하는 대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