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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많은 심리학 개념이 그렇듯, '나르시시스트' 혹은 '나르시시즘'은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대중에게는 생소한 용어였다. 하지만 요즘은 SNS나 일상 대화에서도 이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도 ‘가스라이팅’과 더불어 사용량이 폭증한 심리 용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나르시시스트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면, 사람들이 진짜 나르시시스트를 더 잘 알아볼 수 있을까?애석하게도, 그 답이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언뜻 생각하면 개념이 익숙해질수록 식별 능력이 올라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르시시스트’라는 낙인이 우후죽순 남발되면서 잘못된 판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용어가 대중화되면 늘 그렇듯, 오용도 늘어난다. 개념은 사라지고,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쓰는 새로운 욕설로 기능하는 일이 ..
이미 몇 물 간 트렌드인 듯하면서도 여전히 인기 키워드이기도 한 MBTI는 심리학의 많은 기준과 개념들이 그렇듯이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고 오해의 소지도 다분해 맹신하거나 과몰입하면 모르는 것만 못한 인간 분류기준이다. 사실 분류는 인간의 문명적 본능같은 것이다. 인간이 축적한 많은 지식이 합리적이고 유용한 분류를 통해 만들어졌다.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자 하는 통제욕의 일부이기도 하다. 때문에 분류에 대한 욕구 자체는 완전히 죽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문제는 불합리한 분류가 일어날 때이다. 분류가 인간의 근원적 욕구 중 하나이고 무의식중에 우리는 늘 분류를 하며 살기 때문에 인간은 분류 때문에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 독버섯과 식용 버섯을 잘못 분류하면 어떻게 ..
최근에 인터넷에서 '우리 엄마 불쌍해 증후군'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을 보았다. "우리 엄마 불쌍해.""우리 엄마 호강시켜드려야 해." 익숙한 말이다. 마치 사회적 본능처럼 한국인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 표현은 때로 농담처럼, 때로는 진지한 다짐처럼 쓰인다. 부모의 희생을 기리고, 보답하겠다는 선한 마음. 이 문장들 속에는 언제나 ‘효’라는 이름의 도덕적 명분이 깃들어 있다.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말의 선의를 의심하지 않는다. 착하고 도덕적인 말이니까. 그러나 과연 그럴까? 1인자 나르시시즘이 자기중심적 세계관에 근거한 타인 착취 체제라면, 2인자 나르시시즘은 내가 아닌 타인 중심적 세계관에서 자신이 기여하는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핵심이다. 불완전한 자기 자신을 직접적으로..
영어권 독자들을 대상으로 Medium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 블로그가 워낙 한국 문화에 특화돼 있어서 굳이 영어 포스팅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한미 문화 차이에 대해 우연히 재미로 써보다가 완성이 되니 아까워서 그냥 어딘가에라도 올리고 싶어졌네요. 아직은 한 개의 글만 올라간 상태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영어권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작성하다 보니, 사뭇 다른 관점과 내용을 담게 되었습니다. 첫 글은 '피해자 코스프레의 나라(https://dirtmentalist.tistory.com/144)'에서 시작한 글입니다. 한국어로 쓴 원글은 한국 문화에 좀 더 비판적인 어조였는데 영어로 쓰니까 거꾸로 북미 문화를 더 비꼬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한국인들에게는 한국 문화를 욕하고 북미인들에게는 북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