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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대학생 A씨는 언제나 자신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 그는 언제나 또래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하며, 남보다 몇 배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부모님 때문이다. A씨의 부모는 건강이 좋지 않고, 젊었을 때부터 유달리 많은 고생을 해왔으며, A씨를 키우기 위해 특별한 희생을 했고, 훌륭한 인격과 재능에도 불구하고 쉴 새 없이 주변인들로부터 배신을 당했으며, 비리로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해 성공할 기회를 박탈당해왔다. 적어도 A씨가 부모님으로부터 직접 전해들은 그들의 인생사 이야기상으로는 그렇다. 한국 문화가 권장하는 착한 아이답게 자란 A씨는 부모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며, 부모님의 요구와 바람을 ..
오늘부터 누군가 당신에게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연습' 또는 '염력으로 물체를 움직이기 위한 연습'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을 과연 이 훈련을 열심히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당신 뿐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다. 제아무리 강철같은 의지의 달인이라 해도 하늘을 나는 연습 따위를 열심히 할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그건 불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일에는 성실한 노력을 투자하는 것은 도리어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에 아무도 제정신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이는 특허청에서 '영구 동력 기관' 따위를 애초에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과도 같다. 패배가 100% 예정된 일에는 애초부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흔히 무언가에서 성공하려면 자신..
지난 며칠 한국을 시끄럽게 만든 시청 교통사고에 대한 뉴스 몇 개를 보면서 거슬리는 취재 경향이 있었다. 바로 운전자 또는 운전자 부부의 '사후 태도'에 지나치게 돋보기를 들이대며 그들을 악마화하려는 태도였다. 어떤 뉴스는 급발진이 의심될 정도로 결과가 극악하고 기이했던 사고에 대해 그 경위를 중립적으로 궁금해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그들의 태도를 문제 삼아 사고에 범죄적 의도가 있다는 가설을 무리하게 승인하려는 취재 경향을 보였다. 과연 그 사고가 급발진인지 아니면 살인마의 질주인지를 밝히는 데 운전자 및 그 가족의 '사후 태도'가 그렇게 중요할까?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운전자가 억울할 수도 있으니 헤아려주자거나, 사고 이후의 태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 범죄자들의 사고 이후 태도는 수..
A씨는 부모님과 살던 미성년자 시절에 사교육을 받아 본 일이 없다. 당연히 이는 주변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보육원에서조차 원생들에게 원하는 학원을 하나 정도는 보내주는 시대인데 A씨는 어린 시절에 흔하게 다니는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조차도 다녀본 일이 없다. A씨의 부모가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습관적으로 말하는 '돈이 없다'는 이유 외에도, 교육은 공교육만으로 충분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A씨의 부모는 A씨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늘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하며 A씨가 '잘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돈을 아끼는 게 최선이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돈 많이 들여서 교육시켰는데 바닥권이면 돈만 아깝잖아.""피아노 가르치면 뭐해? 내가 본 어떤 애는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