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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신경 끄기의 기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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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신경 끄기의 기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Dirt Mentalist 2022. 4. 2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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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 마크 맨슨 - 갤리온 - 2017

장점: 읽기에 재미있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심리 양상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문제점에 대해서도 위트있게 표현하고 있다.  


단점: 현대인의 심리에 대한 신랄한 문제점 지적에 비해 그 근본을 파고드는 깊이나, 해결책/대안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분량이 적은 것이 아니라 논리가 치밀하지 못하고 초점 유지가 잘 되지 않아 명쾌하다기보다는 장황하게 느껴진다.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가볍게 읽으면서 통찰의 계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의 정체성을 개인적으로 요약하자면, ‘현자 타임에 빠진 젊은 미국 백인 남성의 달변가적 위트’라는 것이다. 달변가적 위트라 하면 마냥 칭찬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은 것이, ‘현자 타임에 빠진 젊은 미국 백인 남성’이라는 맥락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만큼 한계도 뚜렷하고 휘발성도 강하다.


책의 요점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제목이 말해주듯 ‘쓸데없는 데 신경쓰지 말고 인생의 핵심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겪는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을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는 것’으로 진단하고 그 해결책은 당연히 ‘쓸데없는 것을 쳐내는 것’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인들이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여러 양상을 방대한 사례와 함께 조목조목 신랄하게 비판하고, 이와 다른 올바른 삶의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묘사한다. 


그럼 저자가 말하는 ‘쓸데없는 것’과 ‘중요한 것’을 가르는 기준은 과연 무엇이며, 왜 현대인들은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며, 쓸데없는 것을 쳐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쳐야 하는 걸까? 사실 흥미 만점인 현실 비판에 비해 이 부분에 대한 통합적 고찰이 부족한 것이 이 책의 약점이다. 


저자가 8개 챕터별로 서술하는 바를 사례와 함께 읽으면 저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대략적인 감은 잡을 수 있다. 각 챕터의 소제목을 보면 책의 골자는 지나치게 애쓰지 말고, 스스로를 특별히 여기거나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실패와 고통과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해서 표현하자면 저자는 올바른 인생이란 담백한 인생관을 가지고 다소 재미없어 보이는 정도(正道)만을 뚝심있게 걷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고,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모든 것을 ‘쓸데없는 것’이라고 지칭하는 것 같다. 확실치 않은 ‘~것 같다’는 추정으로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례와 주장을 하나로 묶어 관통하는 종합적 통찰 부분이 책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게 싫어 특별한 성공을 하지 못하면 차라리 밑바닥에서 특별 취급을 받기 위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가족과 가까운 게 정상이고 건전한 건데 난 그렇지 못하므로 내 인생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기계적 자기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 타인에게 인정을 구걸하면서 이를 긍정성과 친절함으로 포장하는 비겁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등 개별 사례에 대한 저자의 비판적 시선과 위트있는 분석은 소위 맞말 대잔치이고 읽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읽고 나도 이를 하나로 관통하는 핵심 주장에 대한 천착이 부족한 관계로 메시지는 금방 휘발되어버리는 면이 있다. 빛나는 위트에 감탄하며 깔깔거려도 다음날이면 금방 잊어버리는 트위터 포스팅을 보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저자가 분석하고 있는 사례는 철저히 미국 문화, 그것도 미국의 젊은 백인 남성 집단 중심의 문화이다. 즉, 저자가 말하는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는’ 양상이 미국인들 기준이기 때문에 상당수가 한국 문화 기준으로는 적합성이 떨어진다. 저자가 러시아로 여행갔을 때 무뚝뚝한 러시아인들에게 충격을 받아 불평을 했다가 ‘너희는 왜 위선적 친절로 쓸데없는 치장을 해서 시간을 낭비하느냐’는 러시아 여성의 비난에 정신이 번쩍 났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를 계기로 늘 미소와 긍정적 이미지로 서로에게 호감을 사려는 미국식 문화가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는’ 대표적 양상 중 하나인 것으로 인지한 모양인데, 이는 미국 사회에서는 나름 적절한 지적일 수 있으나 한국에서는 전혀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이다. 


타인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미국 문화가 그토록 심각한 문제 현상이라면, 반대로 타인에게 무뚝뚝한 사회는 허례허식 없이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현인들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미국인들에게는 이런 시선이 신선해보일지 몰라도 한국인들이라면 실소가 나올 발상이다. 물론 이는 이 책만의 문제는 아니며,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나 심리 관련 서적 번역서들은 원본 국가와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태생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결국 독자가 알아서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며 읽어야 할 일이다.


전형적인 화이트 트래시의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깨몽’하여 전 세계를 여행하고 현대인들의 문제를 수집하여 불행과 행복을 가르는 비밀을 알아내 책을 쓰게 됐다는 저자의 행보는 현자 타임 달변 모음 같은 이 책의 이미지와 더없이 어울린다. 책의 부분 부분은 맞는 말로 채워져 있지만 종합적 통찰의 결여와 산만한 구성으로 인해 그 맞는 말들은 정곡을 찌르기보다 산발적으로 흩어진다. 현자 타임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나쁜 습관들을 이겨내게 하기엔 이 정도의 통찰로는 역부족일 것 같다. 이 역시 이러한 내용의 자기계발 장르 서적에서 자주 보이는 보편적 한계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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