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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몸은 기억한다>

Dirt Mentalist 2022. 4. 4.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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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베셀 반 데어 콜크 – 을유문화사 – 2014

 

장점: 저자의 풍부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례의 흥미로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쉬운 설명,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임상의로부터 얻을 있는 실질적인 도움과 위로.

 

단점: 없음.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PTSD 아니라 종류를 막론하고 모종의 정신적인 괴로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 & 그냥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은 사람.

 

 

책은 1960년대 말부터 수련을 시작한 미국의 정신과 의사가 PTSD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집대성해 책이다. 저자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참전 군인, 성폭력 피해자, 아동학대 피해자, 빈민가 범죄 피해자 등을 치료하며 자신이 발견하고 이해하게 사항을 마음과 , 나아가 신체의 연결 고리에 대한 관점 중심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가 처음으로 환자를 대면하기 시작한 1960년대는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사회 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비민주적이고  정신의학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던 시기였으며, 따라서 정신과 의사들의 당시 치료 방식은 심하게 말해 이게 의사인지 간수인지 수가 없는 순간이 많을 정도로 원시적/권위적이었다. 저자는 의대 시절 근친상간 성폭력이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며발생해도 문제 아니라는 식으로 아무렇게나 쓰여진 교과서를 봐야 했고, 결국 그는 자신이 목격한 현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 교과서 서술을 폐기하고 스스로 없는 길을 만들어 걸어가야 했다. 새로운 이론이나 접근법을 접할 때마다 열광했다가 실망하고, 의심했다가 수용하는 혼란과 좌충우돌을 겪으며 조금씩 발전하게 본인의 개인적 여정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때문에 책은 현대 정신의학계의 발달상과 패러다임 변환을 보여주는 역사서의 재미도 포함하고 있다.

 

연구서는 아니지만 지식 위주의 저서이고, 임상의로서 실용적으로 열린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신경과학계의 관점을 벗어나지 않으며, 다루는 분야는 PTSD 제한되어 있는 보이지만, 사실상 우울증이든 무기력증이든 모든 종류의 심리적 상처나 괴로움에 어떤 다른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저서보다 도움이 만한 책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로 정신적 상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인간 정신, 정체성, 나아가 인간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때문에 책은 도서 시장에서 상처입은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어주겠다거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겠다거나 하는 마케팅 대상에 어울리는 것이 아님에도, 결과적으로는 가장 훌륭하게 그러한 역할을 있다.

 

과학 연구자의 이성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환자를 실험실 쥐마냥 대상화하지 않고 통합적 인격체로서 서술하는 책의 톤이 훌륭하며, 매우 다양한 조건에서 만난 막장 드라마 뺨치는 환자들의 사례가 이해 못할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사실은 인간의 너무 인간적인공통 특질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도 흥미롭다. 인류가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못했듯, 저자 역시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PTSD 결국 정복하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성과와 한계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값싼 위로를 약속하는 솜사탕같은 책보다는 실제적 성과와 솔직한 한계를 남김없이 드러내주는 책이 누구에게든 도움이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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