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43)
흙멘탈리스트
한 게시판을 구경하다가 본 광경. 누군가가 '딩크가 사회적 소수자'라는 표현을 쓰자 다른 누군가가 발작을 하기 시작한다. 대충 요지는 '어디 감히 사회적 소수자라는 용어를 아무데나 갖다 쓰느냐'는 것이다. 그들을 사회적 소수자라고 칭하는 것이 '다른 소수자를 모욕하는 것', '딩크는 자기들이 자기네 좋자고 한 결정인데 왜 그들을 사회적 소수자로 봐줘야 하느냐' 등등의 표현이 줄을 잇는다. 황당무계한 상황이다. 이 사람은 어디에서 이상한 한국어를 배운 것일까? 소수자는 말 그대로 사회에서 소수에 속하는 사람을 칭하는 용어일 뿐이다. 소수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말 그대로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할 것', 단 한 가지이다. 그런데 왜 이 단어가 무슨 훈장이라도 되듯 절대 상대에게 붙여줄 수 없다고 부들대는 사..
A: 댁의 아드님이 학교에서 힘 약한 아이들을 때리고 왕따를 시켜서 학폭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증거도 여럿 나왔습니다. 조치 방식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니 참석해주세요. B: 어이없네요. 애초에 다른 인간에게 돌을 던질 만큼 깨끗한 인간이 있나요? 사람 다 거기에서 거기인데 제 아들만 죽일놈 만드는 거 뭐죠? 아프리카에서는 독재자들 땜에 오늘도 수만 명이 죽어나갔을 텐데 제 아들이 뭘 그렇게 대역죄를 지었다는 거죠? 게다가 지금 북극에서 빙하가 녹고 있는데 그런 게 중요한 문제인가요? 또 넓게 보면 우리는 모두 기껏해야 우주의 먼지같은 존재인데 이런 게 무슨 의미죠? A: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B: 아, 선생님은 지금 제 아들 빼고 다른 사람들은 완벽하다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지금 아프리..
"그 사람은 어차피 안 변해." "그 분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누군가를 위와 같은 말로 표현했을 때, 이는 그 자체로 딱히 칭찬은 아니다. 위와 같은 표현은 사실 어딘가 완벽하게 정당화할 수 없는 성향을 가졌거나 그런 일을 저질렀을 때 더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어찌 보면 비판의 의미가 강하게 내포된 것처럼 들리기도 하고, 그런 의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텍스트적 의미만 놓고 보면 그 사람이 일종의 구제불능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사람'에게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이러한 표현 앞에서 딱히 반박을 하지 못하거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와 같은 표현은 실드치지 않는 척 하는 실드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그런 의도로..
기독교 같은 유일신 종교를 저열한 수준으로 믿는 이들에게서는 유독 주기적인 자의식 세탁 양상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일주일 내내 죄를 지어 놓고 일요일에 교회에 가서 십일조를 내고 예배를 보면 갑자기 성스러워진 기분을 느낀다든지, 어느 순간 무언가 성령적으로 강한 느낌을 받고 회개했다는 주관적인 주장을 내세워 자신을 전혀 다른 새 사람으로 봐주길 원한다든지, 종교에 귀의했거나 신앙이 심화된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이전 죄는 모두 용서받은 것이라고 선언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모두 자신의 내적 신분을 세탁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드러낸다. 이런 유일신 종교에서는 신과 인간이 이분화되어있기 때문에 신에게 의탁하면 불가능한 것이 없고, 인간 세상에서 내가 행한 짓의 의미는 굉장히 축소되어버린다. 신이 용서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