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48)
흙멘탈리스트
지난 며칠 한국을 시끄럽게 만든 시청 교통사고에 대한 뉴스 몇 개를 보면서 거슬리는 취재 경향이 있었다. 바로 운전자 또는 운전자 부부의 '사후 태도'에 지나치게 돋보기를 들이대며 그들을 악마화하려는 태도였다. 어떤 뉴스는 급발진이 의심될 정도로 결과가 극악하고 기이했던 사고에 대해 그 경위를 중립적으로 궁금해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그들의 태도를 문제 삼아 사고에 범죄적 의도가 있다는 가설을 무리하게 승인하려는 취재 경향을 보였다. 과연 그 사고가 급발진인지 아니면 살인마의 질주인지를 밝히는 데 운전자 및 그 가족의 '사후 태도'가 그렇게 중요할까? 여기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운전자가 억울할 수도 있으니 헤아려주자거나, 사고 이후의 태도가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때로 범죄자들의 사고 이후 태도는 수..
틀딱이라 생생하게 기억하는 10여년 전 한국 사회 분위기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 열풍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한 숭배와 우상화는 한국에서만 일어났던 일은 아니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는 했지만 모든 트렌드가 그렇듯이 로컬화되었을 때는 그 지역만의 새로운 맥락과 특색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계적이었던 스티브 잡스 숭배 열풍에 가미된 한국만의 로컬 맥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vs 애플'의 대립 구도이다. 요즘에는 많이 안 쓰이는 말인 듯하지만 당시에는 애플 제품 지지자들을 '앱등이'로, 반대로 삼성 제품 지지자들을 '삼엽충'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과 애플의 법정 공방으로 인해 더 불이 붙었던 이 대립 구도에서 ..
조금 지나면 금방 식을 휘발성 강한 이슈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 터진 유명 스포츠 스타와 관련된 사기 사건에 대한 화제성은 가히 폭발적이다. 더불어 '사기'에 대한 이야기와 의견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속여넘기는 과정이 어떠했을지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추론 등이 줄을 잇는다. 이미 '사기'라고 딱지가 붙은 상태에서 매체를 통해 사건을 접하는 제3자는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속을 수가 있어?', '어떻게 저런 거짓말에 속을 수가 있어?'와 같은 생각을 하기 쉽다. 이번 사건은 특히 그러한 생각을 불러일으키려고 작정이나 한 듯, 직관적으로 봤을 때 황당무계해보이는 설정 일색이다. 아무리 사기 사건이 많은 한국이라 한들 웬만해서는 속이는 항목에 들어가..
한국은 신동과 천재, 그 중에서도 특히 신동에 대한 환상이 심한 나라이다. 그 이유를 키워드 하나로 정리하자면 가성비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가성비에 미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후기를 국가별로 정렬해보면 절대 다수의 한국인 리뷰에 '가성비'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영어로 번역된 버전을 보면 죄다 동일인이 쓴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구매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것이라면, 인생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노력 대비 성과에 대한 것이다. 즉, 한국에서 천재에 대한 환상이 심한 것은 인생에서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최선의 노력을 하는 대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