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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오은영 박사식 상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방송 등 매체를 통한 상담의 한계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오은영 박사급의 국민 멘토가 출연해 불특정 다수의 국민을 상대로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누구의 심기도 건드리거나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둥글게 둥글게 진행하는 상담은 진실을 진실대로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오은영 박사는 방송에서 부모의 문제 행동을 세심하게 지적하면서도 언제나 하나의 전제만은 견고하게 유지한다. 바로 '모든 부모는 자식을 당연히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는 사실이 아니다.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으면 문제 지적과 해결에도 한계가 있다. 사랑하지 않는, 심지어 싫어하고 미워하는 상대와 한 지붕 아래에서 수도 없는 이해관계 충돌을 겪으며 살아야 한다면 이것은 출구 없는 지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답지 않게 흥행이 매우 부진했지만 만듦새에 대한 평가가 좋았던 2021년작 뮤지컬 는 1961년에도 만들어진 적이 있다. 그 작품도 당시 유명 감독과 배우가 참여한 대작이었고 결국 영화는 할리우드 고전으로 남았지만 전혀 몰입을 못 하고 봤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알못이라는 점, (뮤지컬인만큼) 다소 단순한 스토리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스필버그 버전의 최근작 스틸샷을 처음 본 순간 다른 이유를 하나 더 깨달았는데 그건 옛날 버전 영화의 색감(특히 배우들 얼굴에서 느껴지는)이 굉장히 이상해보였다는 것이다. 색보정이 잘못된 건가 의심하며 봤던 기억이 나는데, 알고 보니 이는 배우들을 백인 고정 관념 속 푸에르토리코계 히스패닉처럼 보이게 하려고 모두에게 동일한 톤의 메이크..
A의 부모는 둘 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으며 현재 전형적인 흙수저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가난한 이유를 '학벌주의 대한민국'의 탓으로 돌리며 자식인 A 앞에서 학벌주의 문화를 자주 비판한다. "한국은 실력이나 인성이 아니라 학벌만 보는 곳이야. 아주 썩은 곳이지. 그래서 내가 요 모양 요 꼴로 사는 거다." 텔레비전에 좋은 학교를 나온 유명인이 출연하면 부모는 이런 사람들을 자주 욕한다. "저런 것들 실력도 없는 주제에 다 학벌만 믿고 까부는 거야. 주입식으로 달달달 외우는 거 하려고 덤비면 누군 못하냐? 학창 시절에 시키는대로 달달달 외우는 거 좀 잘 했다고 평생 저렇게 호의호식하는 게 말이 돼?" 그런데 A의 부모는 A에게는 늘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며 A의 성적에 ..
한국에서 남을 깎아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말을 뱉어놓고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이 있다. 바로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서로 친하지도 않고 걱정할 사이가 아닌 경우에도 저런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다들 거짓말이라는 것을 내심 알면서도 한국 문화의 특성상 겉으로나마 '걱정해주는 사람'에게 화내면 화낸 사람이 비난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속으론 화가 나도 아무 대꾸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부모가 이런 말을 한다면? 부모는 당연히 자식을 걱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부모가 걱정을 빙자해 다른 목적의 말을 하는 상황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걱정할 수 있는 권리'를 악용하는 경우는 굉장히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