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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나르시시스트의 성격을 ‘냉혹하고 감정이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나르시시스트의 계산적인 면모를 이성적 면모로 오해하거나, 나르시시즘과 소시오패시즘 또는 마키아밸리니즘을 혼동해서 일어나는 착각이다. 나르시시즘과 소시오패시즘은 유사한 면도 많고 현실적으로 두 가지 기질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매우 많기는 하나, 그럼에도 둘은 개념적으로는 분명 차이가 있다. 편의적으로 둘을 순도 100%의 나르시시즘과 순도 100%의 소시오패시즘으로 나눈다면, 후자는 냉정한 심리를 동반할 수 있지만 전자는 그렇지 않다. 나르시시스트는 오히려 더 감정적이 되기 쉽다. 다만 그 감정이 늘 자기중심적인 것으로 한정되어 다채롭지 않을 뿐이다. 나르시시스트가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람들이 극단적 자기중심성의..
한국의 부모-자식 관계가 워낙 안전 거리나 경계선 없이 밀착되어 있어 개인의 정체성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정도인 이유는 한국인들이 사실이 아닌 두 가지 명제를 의심 없이 사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부모와 자식의 이해관계는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명제 중 한국인들의 머리에 더 뿌리깊이 박혀 있는 것은 후자이다. 놀랍게도 첫 번째 명제를 불신하는 사람들마저도 두 번째 명제는 철썩같이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모두가 알고 있는 부모-자식 관계에서 어떤 자식이든 잘 되면 부모에게는 자랑거리가 생기며, 연을 끊은 상태가 아니라면 자식이 성공했을 때 떡고물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애정 없고 나쁜 부모라도 자식..
당신과 함께 갇혀 있는 굶주린 사자들의 목적은 단 한 가지, 당신을 잡아먹는 것 뿐이다. 정신적 뱀파이어인 나르시시스트의 목적 역시 단 한 가지, 주변인이 가진 것을 빼앗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주변 사람은 먹잇감이지 동등한 소통 대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를 지속하려면 그만큼 빼앗기는 게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빼앗기지 않으면 관계도 지속되지 않는다. 결국 ‘나르시시스트와 잘 지내면서 피해 안 당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빼앗기면서 빼앗기지 않는 방법’이라는 형용모순과 같다. 애초에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나르시시스트 앞에서 당당하게 굴고 똑똑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피해를 안 당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당당하고 똑똑하게 보이면 나르시시스트의 면전에서 막말을 듣고..
나르시시스트가 유발하는 괴로움을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하면서도 올바른 대처법은 그 어떤 경우에도 단 한 가지 뿐이다. 연을 끊는 것이다. 그런데 연을 끊어야 한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아이, 그런 거 말구요, 전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면서 피해만 안 당하는 현명한 방법이 필요한 거거든요.” 이렇게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본인이 원하는 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답안이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은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올바른 대처 방법이 ‘연 끊기’라는 조언을 들으면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바로 귀를 닫아버린다. 그러나 여기에서 잘못된 것은 ‘연 끊기’라는 답이 아니라 본인의 질문이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