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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지난번 포스트에서 나르시시스트 부모는 순전히 자기 편의에 따라 자식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방임을 오간다고 썼다. 요약하자면 참견하고 간섭하는 게 본인에게 이익이 되면 그렇게 하고, 본인에게 이익이 될 게 없으면 못 본 체 하는 게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특징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실로 단순한 행동 패턴이지만 그들의 ‘부모’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자꾸 ‘철없는 자식 새끼들은 감히 헤아리지 못하는 부모의 깊은 뜻’으로 포장되어 피해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모순의 세계에서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에 매달리게 만든다. 강조하자면 여기에는 아무런 신비도, 수수께끼도, 형이상학도 없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의 패턴은 뭔가 털어먹을 게 있다 싶을 때마다 찾아와서 탈탈 터는 일진의 패턴 이상..
부모의 자식에 대한 과도한 통제는 보통 ‘과잉보호’, ‘헬리콥터 부모’ 등의 키워드로 대변되고, 자식에 대한 과도한 방임은 훈육 부족이나 방치형 아동 학대 등으로 인식된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두 가지는 상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가 교육열 높고 야심찬 부모의 아낌없는 지원 또는 24시간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설계하는 극성 부모를 연상시킨다면, 두 번째는 반대로 자식에게 관심이 없거나 게으른 부모, 더 나아가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는 부모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우 상반된 것으로 보이는 두 유형은 개인의 나르시시즘 발현 양상에 따른 차이일 뿐, 모두 부모의 나르시시즘이 보여주는 양극단이다. 전자가 자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발생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면, 후자는 자식 양육의 노동, 부담, 책임..
전통적인 한국 문화에서 부모라는 존재는 성역이다. 이제 한국도 현대 사회에 진입한 지 반백년이 넘게 지나 조금씩 ‘나쁜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면은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수준의 학대가 아닌 한, 한국 사회에서 부모를 ‘나쁘다’고 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정서 전반이 부모에 대한 연민을 당연하게 깔고 있고, 부모를 심판의 대상으로 놓을 만한 문화적 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자식에 대해서는 불효자, 패륜아, 호로자식 등 다양한 어감의 낙인이 존재하지만 여기에 상응하는 부모를 지칭할 간편한 표현은 없다.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이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문화권 및 시대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 때문에 ‘나쁜 부모’에 대한 논의는 의견이 잘 통합되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