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

나쁜 부모가 되는 원인 - 나르시시즘 본문

흙멘탈리스트/나르시시스트 부모

나쁜 부모가 되는 원인 - 나르시시즘

Dirt Mentalist 2021. 1. 19. 02:53
반응형
반응형

전통적인 한국 문화에서 부모라는 존재는 성역이다. 이제 한국도 현대 사회에 진입한 지 반백년이 넘게 지나 조금씩 ‘나쁜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면은 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수준의 학대가 아닌 한, 한국 사회에서 부모를 ‘나쁘다’고 정의하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 정서 전반이 부모에 대한 연민을 당연하게 깔고 있고, 부모를 심판의 대상으로 놓을 만한 문화적 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쁜 자식에 대해서는 불효자, 패륜아, 호로자식 등 다양한 어감의 낙인이 존재하지만 여기에 상응하는 부모를 지칭할 간편한 표현은 없다. 좋고 나쁜 것에 대한 판단이 본질적으로 주관적이고 문화권 및 시대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 때문에 ‘나쁜 부모’에 대한 논의는 의견이 잘 통합되거나 집중되지도 않고 나오는 즉시 문화적으로 무력화되기도 한다. 

나쁜 부모가 보이는 언행은 다양하지만, 모든 유형을 아우를 수 있는 공통적 특성이 있는데 바로 자기애성 성격장애(나르시시즘)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정신 건강에 대한 현대적 상식이 퍼져나가면서 나쁜 부모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최근 인터넷에 종종 등장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이고 때에 따라 이로 인한 문제를 겪을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고 자기 성찰이 결여돼 있어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이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볼 수 있다.

성격장애는 정신장애와 달리 질병이 아니다. 상담 치료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으나 예후가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은 업계 종사자들도 모두 인정한다(그래서 보통 상담 치료가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격장애가 당사자가 아니고 그 피해자들이다). 성격장애는 생화학적인 조절 능력 부족과 무관하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조현병처럼 약으로 완화시킬 수 없다. 

성격장애의 원인은 문제적 세계관이다. 사고방식의 문제라는 말이다. 자신이 타인에 비해 잘난 존재이거나 특별 대우를 받을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인의 경우, 본인의 언행이 아무리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더라도 모든 도덕 관념과 행동 기준이 이미 자기중심적으로 짜여진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문제로 여기지 못한다. 

한국 사회의 윤리관은 부모를 완전체 자리에 올려놓으며, 이 문화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문제적 세계관을 부추기는 토양이 되기 쉽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특별한' 관계로 여겨지는 가족 관계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인들이 가장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관계로 꼽힌다. 가족 관계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것이 부모-자식 관계이다. 부모-자식 관계가 특별하다는 것은 팩트이므로 이런 명제 자체가 문제라 할 수는 없다. 사회가 부모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위치는 차세대 구성원을 길러내기 위해 애정과 책임감을 가질 것을 기초 전제로 해 부여하는 일시적 특별 지위이다. 부모가 이를 본인 편의적인 특권으로 해석할 경우,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학대자/착취자가 될 수 있다. 일각의 사회 통념은 ‘모든 부모는 자식을 사랑한다’는 말로 후자의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이는 당위 또는 바람일 뿐, 현실과 다르다. 자기 존재의 특별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상, 부모-자식 관계에서 이 장애의 발현이 극대화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제3자에게는 비교적 멀쩡한 사람이 자식에게만 악성 나르시시스트로 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는 그래도 되는 특권적 위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부모의 양육 방식에 길들여진 자녀는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문제를 겪는다. 부모의 편의를 위해 자의적으로 설정된 비대칭적이고 불합리한 관계가 곧 ‘사랑’을 기초로 한 '특별한 관계'라고 세뇌받은 자녀는 건강하고, 행복하고, 긍정적인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자라게 된다. 나르시시스트 부모를 둔 자식들의 증상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문제를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신 건강이 전체적으로 병들게 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부모라는 특정인의 이해관계에 맞게 기만적으로 설계된 세뇌성 교육을 받은 자녀는 자존감도, 판단력도 정상적이기 힘들다.


하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실제로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장애라는 이름이 붙어 병명처럼 들리긴 하지만 생리적 문제가 아니므로 의학적 증상이라 보기 힘들고, 판단 기준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상식 기준의 영향을 심하게 받기 때문에 사회 통념의 맹점이 그대로 반영되는 면도 크다. 또한 상당수의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 연쇄살인범이 이웃에게 갖은 친절을 베풀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범죄 성향을 숨기듯, 자기애성 성격장애자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대놓고 자기 의도를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 지속 가능한 장기적 이기심 충족을 위해서는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인들은 사회 통념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사회 통념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한다. 때문에 사회 시스템으로 이를 인식하고 해결하기는 힘들다. 피해 당사자의 객관적 인식과 개인적 노력이 현재 존재하는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