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흙멘탈리스트/나르시시스트 부모 (57)
흙멘탈리스트
만 4세인 A는 엄마 B씨와 함께 외출길에 나섰다. A는 엄마와 외출하는 것이 좋지 않다. 엄마는 늘 A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속도대로 걸어가는데 또래에 비해서도 키가 작은 편인 A는 어른의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힘겹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힘들다 말할 수도 없는 것이 그랬다가는 “엄마가 더 힘들어!”라고 눈을 부라리는 B씨의 불호령에 혼쭐이 난다. 하지만 엄마인 B씨의 속도를 따라가려면4세에 불과한 딸 A는 반 뛰다시피 해야 하고 그런 페이스로는 금방 숨이 차기 때문에 오래 걸을 수가 없다. 그러면 엄마인 B 씨는 딸인 A의 팔을 아프게 잡아당기며 질질 끌듯이 이동하고 A는 팔이 아픈 것은 물론 때로는 넘어져서 다치기도 한다. 외출길이 일종의 고행인 셈이다. 그날도 여지없이 B씨는 딸인 A의 짧은 보폭은..
나르시시스트는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좋은/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고지식하고 나이브한 사람들은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상황 해석이 주관적이라지만 명백히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구별되는 상황도 있는데 어떻게 모든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몰고 갈 수 있을까? 이를테면 어떤 시험을 치렀는데 시험을 잘 봤다면 누가 봐도 본인에게 좋은 상황이지만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면 반대로 누가 봐도 본인에게 나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지식한 이들은 시험 결과에 따라 본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르시시트는 그렇지 않다. 나르시시스트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인에게 불리한 상황마저도 얼마든지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유도하는 다수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
과학계에서의 이론 논쟁을 제외한 다른 종류의 논쟁,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의 가치관 논쟁에서는 사실상 합의된 논리 체계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즉, 사회적 사안에 대한 논쟁이나 일상 대화 속에서는 논리라는 게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저마다 자기 주장이 논리적이며 상대방은 감정적이라고 비난하기 바쁘지만 사회적 문제는 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 사람마다 다른 가치 평가 기준을 통일시킬 수 없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무엇이 정말 논리적인지 따지기 어렵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논쟁은 논리보다 어떤 가치관이 더 인정받느냐의 문제이며, 여기에서 논리가 수행하는 역할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화 속에서 논리의 기능과 효과를 과대평가한다. 이런 기대는 굉장한 시간 및 에너비 낭비를 야기한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의 눈에 완벽하게 보이는 사람은 없다. 다양한 사람의 다양한 잣대로 인해 그 어떤 사람도 비난하기로 작정을 하면 난도질할 명분을 무한하게 뽑아낼 수 있다. 세상을 대상으로 여론 몰이를 잘만 하면 한 사람을 괴롭히고 무너뜨릴 사냥 원정대 한 팀 정도는 거뜬히 꾸리고도 남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먼치킨 영웅 김연아도 여성의 사회생활이나 노출 등을 죄악시하는 히잡의 나라로 가면 전국민의 돌팔매 대상이 될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는 누구에게나 흠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좋아한다. 세상의 많은 일들은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인간의 현실 인식은 객관적이지 않다. 저마다 자신의 관찰이 정확하다고 믿지만 단순한 시각, 청각, 미각, 촉각에서마저도 인간의 뇌는 강력한 주관적 개입을 행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