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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인간의 행동 패턴은 선형적 궤도보다는 사이클의 형태로 진행된다. 하나의 행동 및 그에 따른 결과는 별개의 이벤트로 존재하지 않으며, 거의 반드시 그 다음 행동의 동기가 되고 그러한 연쇄반응은 닫힌 고리 안에서 무한 되먹임을 발생시킨다. 어떤 사이클에 진입했느냐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천차만별의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사이클이 깨지지 않는 이상 이 차이는 시간에 따라 더욱 커진다. 사이클의 위력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시작과 종료 지점을 잡을 수가 없다는 데 있다. 본인도 어떻게 시작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선순환이든 악순환이든 한 번 빠지면 쉽사리 나오게 되지 않으며, 내가 속해 있지 않은 사이클은 어떻게 뛰어들어야 하는지를 도통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의 영..
“어릴 때 제대로 보살핌도 못 받고 자랐지만 늙은 부모 안쓰러워서 지는 게 이기는 셈 치고 최선을 다해서 효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해드려도 늘 불만이시고 칭찬 한 번 해주시는 법이 없네요. 거기다가 맨날 카톡으로 자기 살 베어서 부모 봉양한 효자 얘기같은 극단적 효 사상 강요 메시지를 줄기차게 보내셔서 정말 정 떨어집니다. 조금만 살갑게 해주셔도 훨씬 힘이 나서 더 잘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걸 모르실까요? 이런 태도가 오히려 역효과난다는 걸 정녕 모르실까요?” 이런 사례를 보고 부모가 어리석다, 자기 복을 자기가 차고 있다는 식의 평가를 하기는 쉽다. 무리한 요구로 반감이 들게 만들면 그것 자체가 '역효과'가 일어난 것이라고 판단을 끝내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자식을 차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비록 그 이유와 양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도, 현상적으로 자주 관찰되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사례도 제법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체 자녀 중 둘째이자 딸들 중 첫째인 이방카 트럼프를 최애 자식으로 여기고, 끝에서 두 번째 자식인 티파니 트럼프를 가장 푸대접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방카가 본인의 ‘favorite’임을 숨기지도 않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으며, 자식을 차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이방카가 백악관 실세로 떵떵거리는 동안, 티파니는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고작 월 500달러의 용돈 지원에 만족해야만 했다. 나이 차이를 감안해도 트럼프 정도의 재력에 월 500달러는 정말 심한 처..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후손 양육에 투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미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보다 힘도 약하고 사냥 기술도 떨어진다면 새끼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새끼가 부모 개체나 조부모 개체를 위해 희생한다면 그 종은 번성할 수 있을까? 성체의 새끼 부양은 자연의 순리이다. 이게 거꾸로 되면 그 종은 생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흙수저 집안에서는 이 구도가 뒤집혀져 있다. 어린이 보호를 최고의 윤리로 치는 서구권 문화에 비해 한국 문화가 전반적으로 노인 봉양에 치우져져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경향성이 흙수저 집안에서는 병리적 수준으로 치닫는다. 흙수저 집안의 구성원들에게서는 보통 지적 수준, 판단 능력,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준, 도덕성, 사회성 등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나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