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르시시스트부모 (59)
흙멘탈리스트
A씨는 부모님과 살던 미성년자 시절에 사교육을 받아 본 일이 없다. 당연히 이는 주변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보육원에서조차 원생들에게 원하는 학원을 하나 정도는 보내주는 시대인데 A씨는 어린 시절에 흔하게 다니는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조차도 다녀본 일이 없다. A씨의 부모가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습관적으로 말하는 '돈이 없다'는 이유 외에도, 교육은 공교육만으로 충분해야 한다는 가치관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A씨의 부모는 A씨에게 기대를 걸지 않았다. 늘 최악의 경우만을 상정하며 A씨가 '잘 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돈을 아끼는 게 최선이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돈 많이 들여서 교육시켰는데 바닥권이면 돈만 아깝잖아.""피아노 가르치면 뭐해? 내가 본 어떤 애는 몇..
한국에서 21세기 초까지만 해도 통계상으로 명확히 드러나던 남아 선호 사상이 사라질 때 즈음부터 이른바 '딸이 좋다'는 식의 여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로 중장년층 이상의 나이든 계층에서 먼저 퍼져나간 '딸이 있어야 한다'는 식의 트렌드는 대개 딸의 높은 '공감 능력'을 그 이유로 삼는다. 딸은 아들에 비해 공감 능력이 높고, 따라서 부모를 애틋하게 여기며 세심하게 보살펴 준다는 것이다. 성별에 근거해 특정 성별만이 '공감 능력이 높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런 기대를 가지고 특정 성별의 자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한국 부모식 나르시시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식을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용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방적인 '공감' 요구는..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답시고..." 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오늘도 자신을 향해 눈을 흘기는 부모의 불평을 참아내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에 진학한 A씨는 얼른 취업해 돈을 벌라는 부모의 지시를 무시한 죄로 늘 가시방석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도 학교 랩에서 받는 벌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사정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취업한 직장인들만한 수입은 되지 않는다. "너같은 애는 한시라도 빨리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무조건 장땡이야." A씨의 부모는 A씨의 진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그 이유의 중심에는 늘 돈이 있다. A씨는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오히려 진로가 더 잘 될 수도 있다거나, 자신의 성향상 공부가 맞는 길이라고 설명하는 등 여러모로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한국은 신동과 천재, 그 중에서도 특히 신동에 대한 환상이 심한 나라이다. 그 이유를 키워드 하나로 정리하자면 가성비 때문이다.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가성비에 미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서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후기를 국가별로 정렬해보면 절대 다수의 한국인 리뷰에 '가성비'라는 개념이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영어로 번역된 버전을 보면 죄다 동일인이 쓴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구매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이 가격 대비 성능에 대한 것이라면, 인생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노력 대비 성과에 대한 것이다. 즉, 한국에서 천재에 대한 환상이 심한 것은 인생에서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최선의 노력을 하는 대신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뽑아내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