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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경제 관념의 문제 - 단리적 사고

Dirt Mentalist 2022. 10. 13.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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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경제 관념 진단 체크리스트

1.    나의 경제관과 직업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를 피하고 안정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2.    조금이라도 불확실성이 있거나 보장이 되지 않는 것에는 시간과 돈을 들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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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항목: 21~25

 

지난 팬데믹 기간에 미국 연준에서 파격적인 제로 금리를 시행함으로써 불어닥친 자산버블 및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힘입어 웬만한 한국인들도 이제 장기적 복리 투자의 결과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에 대한 환상이 심해져 '장기투자할 거니까 상관없다'는 식의 마인드로 고위험 레버리지에 무작정 뛰어드는 부작용이 더 심해 보일 정도이다. 

 

사실 한국인들이 예금 아닌 투자에 눈을 뜨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다. 미국 주식, 코인 투자 등이 유행하기 전에는 한국인들은 투자에 대해 너무 몰라서 문제였다. 이슬람 금융 체제가 아닌 이상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돈은 시간에 따라 불어나는 것이 원칙이다. 모든 물가는 오르게 되어 있고 모든 돈에는 소액이더라도 이자가 붙는다. 세계가 무슨 음모에 빠져서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경제 원리상 그렇게 되는 것이 기본이다. 이 와중에 어떻게 굴려서 더 불어나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재테크이며, 잘못된 곳에 돈을 두어 원금만 유지된다면 실질적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나한테만 가혹한 무슨 대단한 사회 비리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사이클이 반복될 때마다 명목 숫자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돈을 그 흐름에 노출시키지 못하고 잠재운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 

 

예전에는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비유하자면 돈은 복리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데, 돈을 보는 사고방식은 철저히 단리적 차원에 머무른 것이다. '월급을 몇 년치를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가'와 같은 계산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돈은 시간에 따라 가치가 크게 변화하므로 '월급을 원금으로 수십 년 모아서'와 같은 사고방식은 돈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이 아니다. 특히 박스피에 집값 정체까지 더해져 '하우스푸어'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직업으로 공무원 인기가 최상으로 치솟던 시기에는 이런 단리적이고 근시안적인 사고가 맹위를 떨쳤다. 나이든 세대 중에서는 아직도 이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돈벌이와 수입을 '시급'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이런 단리적 사고와 맞물려 한층 더 단순한 양적 사고를 부추긴다.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시간당 얼마로 계산하고, 더 벌려면 몇 시간을 더 일해야 하고 등등의 사고 회로만 돌리다 보면 돈벌이의 본질이 '내 시간을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산술급수적으로 정확히 계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부분의 흙수저 부모는 이렇게 딱 시간을 투입한만큼만 벌어들이는 시급제/일용직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라이프스타일로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그러한 시스템에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식에게도 같은 시선을 강요한다. 따라서 대개의 흙수저들은 어릴때부터 같은 시간을 투입해도 전혀 다른 차원의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경우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후에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모른 채 이런 사고에서 급히 벗어나려 하다가 무모한 한탕주의식 투자/사업에 뛰어들어 고생을 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단리적이고 산술급수적이 사고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고가 돈에 적용될 때보다 나 자신의 가치, 나아가 나의 인생에 적용될 때이다. 돈이 복리로 불어난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뇌에 축적되는 지식이나 스킬, 그로 인해 생성되는 나라는 사람의 고유성과 부가가치 또한 복리로 불어난다는 사실이다. 괜히 '나 자신'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투자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이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립서비스가 아니며, 낭만이 1%도 포함되지 않은 진실 그 자체이다. 특히 젊을수록 그렇다. 

 

문제는 아직 자신의 분야에서 복리적 효과를 누린 적이 없는 젊은이들일수록 이를 뼈저리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수가 통장 잔액 몇 만 원,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 늘리자고 이를 자기 발전의 기회와 엿바꿔먹어 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흙수저들은 인생을 개선할 수도 없는 소액을 아끼거나 벌어보자고 돈보다 훨씬 더 비싼 젊은 시절의 시간과 기회를 낭비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푼돈이 아쉬운 흙부모나 주변 흙어른들은 이런 근시안적 행위를 보고 말리거나 안타깝게 여기기는커녕 '기특하다'고 칭찬하고, 그 칭찬은 또 다시 흙수저들의 족쇄가 되어 본인이 악순환에 빠진 줄도 모르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다가 젊은 시절의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자기 자신의 지식과 스킬 확장을 위한 투자를 하고, 한 가지 분야에 수 년 이상씩 집중해 자신만의 암묵지를 쌓는 등의 행위가 나중에 어느 정도로 자신의 인생을 (무형적으로) 개선할지 및/또는 실질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성할지는 단순한 단리적, 산술급수적 계산으로는 예측할 수 없다. 인간의 뇌 기능은 전체 무게나 뇌세포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망의 퀄리티로 결정되는데 이는 일시적인 각성이나 의지, 일회성/단기적 수행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 반드시 장기적으로 집중력을 발휘했을 경우에만 훌륭한 기능의 연결망을 만들어낼 수 있다. 복리에서 시간의 효과를 빼고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그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자신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뭘 조금 배우거나 해 보다가 잘 안 되는 것 같으면 금방 때려치워버린다. 자식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식이 하는 일이 자기 눈으로 봤을 때 금방 돈으로 못 바꿔먹을 것 같으면 '그딴 거 뭐하러 하냐/배우냐'는 비난을 하며 이른 포기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고작 1시간짜리 강연이나 한 페이지짜리 글에 수 백, 수천 만 원의 돈을 받는 사람들은 그냥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거나, 또는 더러운 세상의 협잡으로 만들어진 불공정 거래의 화신들이다. 산술급수적 정량주의만을 장착한 세계관은 물량 공세로 대체할 수 없는 '품질'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며, 이것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시너지와 화학작용을 거친 결과물이라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반드시 시간의 투자가 필요한 복리의 효과는 무시하고, '내일 당장 원금 300%의 수익'과 같은 단리 차원에서의 대박만 꿈꾸게 되는데 당연히 후자와 같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리/시급 계산에만 익숙한 이들은 금방 돈이 안 될 것 같은 일에 도전하거나, 무언가를 초보로서 배우는 일을 경멸하고 그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긴다. 지금 당장 '시간x시급'의 계산 결과가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취급한다. 남의 초라한 출발을 보고 단리적 사고로 제멋대로 포물선을 그려 그들의 미래를 예단한다. 그리고 몇 년 후, 몇 십 년 후 그런 초라한 출발과 수년간의 고전을 이겨내고 전혀 다른 차원에 올라선 사람들을 보고는 어리둥절해한다. 세월이 쌓일수록 차이는 더욱 극심해지고 차이가 벌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게 해서 실제 지난 세월은 30년인데, 아직도 단리적 사고에 머무르는 사람의 패턴으로는 300년이 지나도 따라잡을 수 없는 간극이 벌어진다. 단지 재산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더 큰 맥락에서 인생의 질 자체도 그렇게 된다. 왜? 복리는 사람의 내면과 인생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30년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체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간극은 갑자기 엄청난 거액을 들여 몸 관리를 한다고 줄여지지 않듯, 사람의 능력과 판단력 등 무형적 자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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