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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습관 – 지속적인 계좌 확인

Dirt Mentalist 2022. 3. 18.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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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전쯤에서부터인가 주식 시장은 우상향이고 현금 가치는 우하향이므로 수십 년간 꾸준히 기계적 매수를 하거나 년마다 번씩 찾아오는 대하락기에 역발상으로 과감하게 투자하면 어렵지 않게 자본 수익을 거둘 있다는 재테크 상식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재테크 상식 고향은 미국이며, 이러한 투자 방식은 미국 재테크 서적의 대표적 주제로 가장 자주 반복 강조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던 개념이 대중화된 데에는 2013년 EBS 다큐 프라임 <자본주의> 방영이 계기가 되었던 같기도 하다. 즉, 신용을 통해 증명한 미래 가치로 돈을 빌릴 있고 모든 돈에는 이자가 붙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현금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이 (특정 정치 세력의 농간이 아니라) 자연 현상에 가깝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깨달은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현대 국가의 출발선에서부터 자본주의를 표방했던 국가 치고는 굉장히 늦은 깨달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뒤늦은 깨몽은 노동과 예금만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을 명박산성에 올라 시위하는 것이 아니라 재테크’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 이와 함께 한국의 IMF, 미국의 2008 금융 위기  굵직한 위기의 시기에 부자들은 오히려 자산 쇼핑을 해서 부자가 됐다더라 비밀 아닌 비밀이 널리 알려지게 되자 다들 그런 시기가 찾아오면 나도 똑같이 하겠다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니나다를까 팬데믹 사태가 터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이를 실제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동학파, 서학파, 부동산파 없이 자산에 대한 과열 매수가 2년간 지속되었다. 세계적인 락다운 사태 당시에 일어난 증권 시장 폭락 이후 뒤따른 유례 없는 V 반등에는 이런 겁없는 개미들의 매수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나스닥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초초위험군 투자 상품인 TQQQ 시총 10% 넘는 규모를 한국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선진국형 투자에 눈을 한국 개미들이 심지어 한국 시장 아니라 미국 시장의 반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 한국, 미국 없이 주식 시장이 개월간 조정 내지는 (일부 주식의 경우 반토막에 가까운) 폭락하게 되자 많은 투자자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현재의 동학 개미와 서학 개미들 상당수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다. , ‘주식 시장은 우상향이니 폭락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폭락했으니까 사자 결정했던 이들이 왜 갑자기 폭락을 두려워하게 된 것일까? 현금 보유자였던 당시와 주식 보유자인 지금의 입장이 다른 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른바 존버하면 오르게 돼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팬데믹 당시에도 그렇게 너도나도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가  대전제 이론만으로는 쉽게 통제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이 수십 년째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 ‘시장은 우상향이니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투자하라 조언이 너도나도 맞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대부분이 이를 지키지 못해 성공적인 장기 투자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통제되지 않는 심리 문제 때문이다.

 

심리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요인 중 하나로, 보유한 주식의 시장 가치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 시장은 평일마다 열리고 시장이 열려 있는 동안에는 시시각각 가격이 변한다. 어떤 뉴스가 뜨면 가격이 심하게 요동치기도 한다. 모든 것은 엄청난 심리적 자극을 준다. 후에 거시적인 차원에서 보면 작고 무의미한 움직임으로 판명날지 몰라도 한복판에서 실시간의 현재 경험하고 있을 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식 계좌가 보여주는 이런 역동적 실시간 변화는 진득하게 장기 투자하겠다는 계획에 가장 방해가 된다. 가지는 뇌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려면 뇌는 안정성을 지향해야 하며 작은 움직임 집중해서는 된다. 사실상 계획 자체나 향후 얻게 보상 등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서는 된다. 결정을 내리기 위한 연구에만 집중하고 결정을 내린 후에는 결정을 뒤집을 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올림픽을 위해 4 훈련 계획을 세운 운동 선수가 어느 하루는 기분 좋다고 오버트레이닝을 하고 다음날은 기분 나쁘다고 훈련을 빼먹는 식으로 해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만무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식 차트는 끊임없이 무의미한 신호를 보내 투자자의 기분을 흔들어놓는 기계와도 같다. '네가 좋아하는 연예인 열애설 터졌다', ' 경쟁자는 이번에 광고 모델 제의받았대', ' 인스타그램에 악플 달렸더라' 등등 선수의 진짜 목표와는 무관하지만 선수의 기분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잡신호를 계속 유출하면서 일정과 컨디션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말로는 장기 투자를 한다고 해놓고 계속해서 이렇게 자극적인 정보 확인하면 뇌는 혼동을 일으킨다. 매일같이 무언가를 확인하며 결과 데이터를 뇌에 입력시키는 행위는 뇌에게 그 정보에 대처해 자꾸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하라고 압력을 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장기 투자하기로 했다는 명분 하에 아무것도 하지 라고 명령하니 뇌는 상반된 압력에 피로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자극받고도 흔들릴 있어.’라고 생각하며 자극에 자신을 노출시켜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자기 기만이다. 뇌는 자극을 받는 순간 벌써 에너지를 사용한 것이며, 해당 자극이 관심 영역에서 아예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일정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에너지 소모는 의식의 영역에서 짓누르며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피할 있는 게 아니다. 백그라운드 프로그램의 창이 보인다고 해서 리소스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계좌를 자주 확인하는 행위는 심지어  대상이 주식 계좌처럼 변화무쌍하지 않은 지루한 현금성 계좌라 해도 피로감을 일으킨다. 미국의 경우, 젊은 시절 거액의 모기지를 집을 빨리 사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미국인들은 (한국보다는 보편화가 늦었던) 온라인 뱅킹 도입 이후 갑자기 본인이 주택 모기지를 갚는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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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를 매일, 여러 , 즉시, 간단하게, 불시에 확인할 있게 되었다는 문제다. 모기지는 사실 계약 시점 이후부터는 신경을 이유가 없다. 신경쓴다고 달라지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모기지 상환은 서프라이즈가 없는 지루한 게임이다. 모든 것은 계산한대로, 예측한대로, 계약한대로 흘러간다. 계약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문제가 발생할 뿐이다. 따라서 모기지 계좌를 하루에 수십 확인해봤자 계좌는 그냥 똑같이 예측 가능한 상태만을 보여줄 뿐이다.

 

제정신인 이상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걸 머리로는 알아도 사람이 계좌를 자꾸 확인하다 보면 이상한 감정이 올라오게 되어 있다. 계좌를 시간 전에 확인하고도 앱을 열어 계좌를 확인하고 변화가 없는 상태에 왠지 모를 실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심리 상태는 스스로의 상환 속도가 실제보다 느리다고 느끼게 한다.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을 당연히알고 앱을 열어 확인을 했지만 이런 무의미한 행동에도 분명 에너지가 투입되었으므로 뇌는 행동이 무의미한 것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사용한 뇌는 보상을 바라게 된다. 결국 앱을 여는 무의식적인 행동이 뇌로 하여금 거꾸로 행동에 의미가 있다고 믿게 만든다. 이성적으로는 뻔한 결과를 알지만 뭔지 모를 기대감이 형성되는 것은 본인이 사용한 에너지에 대한 보상 욕구이다. 바보같지만 알면서도 실망하는 이유가 그래서이다.

 

보상 심리는 추가적인 문제도 일으킬 있다. 어떻게든 보상 욕구를 해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충동적인 투기 수익 추구 쪽으로 이어질지, 정크 푸드 탐닉으로 이어질지, 그도 아니면 주변 사람에 대한 짜증 폭발로 이어질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참아낸다 해도 참으면 참는대로 본인의 정신적 피로도가 올라가게 된다. 이쪽이 투기보다야 나을 있겠지만 어떤 식으로는 대가가 없을 수는 없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확인을 자주 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할 쉽게 확인할 있는 것까지는 편리함이라고 있지만, 필요없는 타이밍에 펼쳐지는 정보는 생활의 훼방꾼일 뿐이다. 스마트폰 앱은 많은 경우에 우리의 메모리에 상주하며 에너지를 좀먹는다. 디지털 시대의 많은 것들이 그렇듯 시장에서 진짜 상품은 앱이 아니라 사용자이며, 이제 스마트폰의 간편함은 나를 돕는 간편함이라기보다는 기업들이 관심, 시간, 정신적 에너지를 탈취하는 것의 간편함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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