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를 어렵게 만드는 습관 – 조급함

흔히 사람들은 투자라는 단어에서 돈을 떠올린다. 그러나 투자에서 돈보다 더 핵심이 되는 요소는 시간이다. 사실 모든 형태의 투자에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노력, 감정, 관심 등을 쏟는 것도 얼마든지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투자든 시간이 소모되지 않는 투자란 없다. 모든 투자는 자신이 들인 돈이나 노력에 이자가 붙어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는 행위이며, 이자라는 것은 필히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만 붙게 마련이다. 제아무리 큰 돈을 빌려줬다고 한들 바로 다음날 상환하라고 하면 투자라고 볼 수 없으며, 고작 하루 동안 내줬던 그 돈에 대한 대가를 기대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물론 현실 주식 시장에는 온갖 형태의 단기 투자 방식이 존재한다. 주식을 단 몇 달, 며칠, 심지어 단 몇 초만에 사고 팔며 이익을 취하는 방법도 있으며 이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이는 ‘투자’의 정의에 맞는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단기 투자가 옳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데이트레이딩이나 스캘핑 같은 방식의 매매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투자와는 메커니즘도 다르고 필요한 지식과 기술도 다르다는 말이다. 이 차이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투자의 속성에 대한 이해 결여 때문에 장기 투자든 단기 투자(?)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조급함은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식 투자를 잘한다는 말은 뉴스와 시류를 빠르게 읽고 신속하게 줄을 잘 바꿔 선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는 실제 현실과 크게 다르다. 그러한 이미지의 투자를 지향해 어마어마한 자금 회전율을 자랑하는 20대 남성이 주식 투자 수익률 최저를 기록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물론 단기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노하우는 일반적인 투자 상식과 지식으로 배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위해 더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 영악한 입장 전환이 아니라 몇 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경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할 요소를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다. 즉, 좋은 투자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나 회사를 알아보고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보다 미래에 더 성장할 싹에 돈을 걸어야 돈이 그와 함께 자라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투자 결정 과정은 본인의 적성과 재능을 파악해 본인이 오래 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 쪽에 전념하려는 진로 설정 과정과도 비슷하다. 장기적 유지 및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진로를 정하면 안 되는 것처럼,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당장 월급을 좀 더 많이 준다고 해서 몇 년 후에 파산할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바보같은 행동이듯, 투자에서 당장의 이익에 대한 조급함에 장기적인 비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바보짓이다.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흙수저들은 경제적으로나 경제 외적으로나 이러한 조급함에 취약해지기 쉽다. 가난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일까? 그러한 경우도 있겠지만, 흙수저들이 인생에서 조급함에 휘둘리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집안 분위기상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라이프스타일이 인생의 기준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경제적 안정성이 부재한 흙수저 집안에서는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이 중시되며, 인생의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극단적으로 회피하려는 성향이 나타난다.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미래의 일에 대비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의 푼돈이 훨씬 더 가치있는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개인의 경쟁력 및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교육이나 건강에 들이는 비용에 대해서도 인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현실적'이라는 말로 포장되곤 하는 이런 근시안적 삶의 태도는 실은 시간의 위력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이는 당연히 투자관에도 영향을 미치며, 흙수저들의 장기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또한 부모가 평생 지식/기술 숙련도가 낮은 단순 업무에 종사하며 자산 축적 없이 근근이 생활을 이어온 경우, 그런 동시에 다른 세상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반지성적인 태도를 가진 경우, 부모의 세계관 속에서 시간이란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에게 불리해지기만 하는 것으로 각인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고 나아졌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서는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경험을 쌓는 것이 어렵고, 시간이 갈수록 자신의 영역이 넓어질 일도 없다. 오히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곧 경쟁력 하락, 건강 악화, 매력 저하, 자질 하락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가장 싱그러운 20대가 인생의 모든 면에서 정점으로 남게 된다.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그런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며 경험과 지식이 더욱 확장되어 해당 분야의 베테랑이 되고, 자산을 축적한 사람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재산이 자연스럽게 불어난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젊음을 상찬하지만 생물학적인 부분을 빼고 사회적 정체성만을 보면 나이든 사람들이 가진 것이 훨씬 많은 것이 보통이다. 사람은 젊음을 잃어가면서 어느 정도의 자산, 경력, 경험, 안정성, 노하우, 인맥, 명성, 신용도 등을 얻는다. 젊음만 잃고 이 중 그 어느 것도 얻은 것이 없다면 인생을 잘못 산 것이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시간에 따라 자신의 노력으로 무언가가 발전해나가는 것을 경험한 이들은 시간의 흐름을 적대시하지 않으며 조급해하는 경향도 훨씬 덜하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발전과 축적을 전혀 경험해보지 못하고 나이만 먹은 이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자신의 인생에도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지금 당장 눈 앞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것에만 주목하며, 이들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단지 노화를 의미할 뿐이다.

 

만약 흙수저가 이러한 부모의 세계관을 그대로 물려받는다면 자신에 대한 투자건 자산에 대한 투자건 성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열심히 살겠다고 수백 번 다짐을 하고 초인같은 의지를 발휘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 노력 공식에서 시간 요소가 빠져있는 한, 모든 일은 작심삼일로 끝나거나 남이 만든 트렌드의 뒤꽁무니 쫓기가 되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게 된다.

 

조급함은 단순히 일 처리의 속도 문제가 아니다. 조급하다는 것은 이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시간이라는 자원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할 줄 모른다는 뜻이다. 투자 실패를 피하려면, 시간과 싸우지 말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투자에는 시간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