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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한국에서는 부모-자식 관계를 부모가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헌신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대단한 애정과 헌신을 보여주는 모습을 근거로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는 자식을 낳고 길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이미 부모가 일방적인 희생을 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에 가깝다. 밥 굶기지 않고 학교 꼬박꼬박 보내줬으면 다른 것이야 어찌 됐든 부모로서 할 일은 다 한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자식으로서는 갚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은혜를 입은 것이라고 과대포장하는 경우도 흔하다. 사람마다 천양지차로 다른 부모-자식 관계를 이렇게만 설명하는 이유는 자식이 부모로 인해 얻는 이익은 큰 데 반해 부모가 자식으로 인해 얻는 이익은 없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인식은 자식이 어린 시절 부모가 제공한 기본 의식주 비용에 대..
한국처럼 ‘차카게 살자’가 국민적 세뇌에 가까운 나라에서는 상당수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인생의 쓴맛을 본 이후에야 남에게 인정받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보다 자기 방어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 맺힌 경험 이후 나이가 들어 형성되는 이 자기 방어 기제는 종종 개인 권리가 어릴 때부터 당연시되는 서양인들의 그것과 달리 지나치게 감정적인 과도 보상 형태를 띠어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너 나 무시하냐’며 악을 쓰는 중/노년 진상들을 대량 양산한다.) 인터넷에서 수년간 떠돌고 있는 ‘분식집 무전취식’ 사건이 알려주듯, 분명 어떤 사람들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사실 이런 위험성은 호의가 1회성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멘탈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타인의 호의를 고맙게 여기지만, 흙..
한 초등학교 학급. 특정 구역 청소를 맡은 네 명의 아이들이 함께 청소를 하는데 그 중 유독 한 명인 A가 다른 아이들에게 잔소리, 지적, 지시를 한다. 본인도 함께 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선생님처럼 진두지휘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참다 못한 B가 반발한다. “누가 너보고 리더하랬어? 명령하지 마.” 아닌게아니라 지시를 일삼는 A는 학급 임원도, 청소부장도 아니며 그냥 평범하기 짝이 없는 반 구성원 중 하나이다. A는 마땅한 반발에 씩씩거리다가 사라지더니 이내 다른 학급 친구인 C를 달고 왔다. C는 작심한 듯 A를 대변해 다른 아이들을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왜 말을 안 들어? 여기에서는 엄연히 A가 책임자인 거 몰라?” “왜 걔가 책임자인데?” “너 지금 싸우고 싶어서 일부러 개기니? 당연한 걸 왜 따져..
사람은 누구나 어릴 때는 부모와의 강한 일체감을 느끼다가 사춘기 이후가 되면 비로소 부모와 자동으로 연동되지 않는 본인만의 정체성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도달한 흙수저들이 더 나은 인생을 추구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본인의 부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보호자 없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인간 어린이는 자신의 보호자를 절대적 존재로 인식한다. 어린아이들이 부모를 절대적 존재로 여기는 것은 동물적인 생존 본능상 당연하며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릴 때는 지구가 네모나다는 거짓말조차 부모의 입에서 나오면 무조건 믿었던 아이들은 커갈수록 외부 레퍼런스를 이용해 부모의 언행을 평가하게 되며, 이는 성인의 판단력을 갖추기 위한 성장의 당연한 절차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