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전체 글 (181)
흙멘탈리스트
노력을 ‘노오력’으로 바꿔부르는 요즘 젊은이들의 시니컬한 시선으로 인해 많이 약화되기는 했지만 한국은 아직도 개인의 노력을 통한 ‘환경 극복’ 신화가 맹위를 떨치는 나라다. 아무리 푸념 섞인 수저론이 유행하고 공정하지 못한 대물림에 대한 비판이 빗발쳐도, 기회의 불평등함에 대한 개인의 호소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진짜 능력있는 사람들은 불평을 안 한다’는 부정확한 팩트부터 ‘될놈은 어떻게 해도 된다’는 결과론적 순환논리에, ‘**살 이후로는 부모나 환경 탓이 아니라 본인 탓’이라는 자의적인 원칙까지, 환경의 강력한 영향에 대한 부정 논리는 다양하고도 강고하다. 환경 탓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직도 삶에 대해 유효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심지어 본인에게 그 말이 적용될 때는 분개하..
상류층의 자신감이 아래 계급에까지 이어져 제임스 브라운의 “Living in America”와 같은 노래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미국같은 국가와 반대로 흙수저의 인정 욕구가 국가 정체성의 원형이 되는 흙조선은 유독 해외에서 뭐 상탔다는 것에 과열 반응을 한다. 외국 유명인들에게 “두유 노 김치?”하며 매달리는 욕구와 일맥상통한다. 원래 권위에 약한 성향에 사대주의가 결합하니 해외 수상이 절대반지로 여겨지는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은 언급되는 상이 정말 권위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그냥 언론이 떠드는대로 그 상이 엄청나대요, 엄청난 거 받았으니 엄청난 사람이 맞겠죠 하고 떠드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고소와 의 일격으로 이미 예전의 위치를 잃었다지만 죽음을 계기로 일부에게 또 다시 상찬을 받고 있는 김기덕이 이..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곧잘 내보냈던 류의 휴먼다큐로 대표되는 서민층의 자기 연민 플롯은 영화, 드라마, 문학 등 한국 문화 콘텐츠 전반을 지배했던 가장 흔한 플롯 중 하나이며, 한국 장년층들의 잠재의식에 깊게 새겨진 자기 인식이기도 하다. 모든 면에서 완전무결한 주인공과 모든 면에서 완전히 사악한 주변 요소의 결합은 이 자기 연민 포르노의 기본 공식이다. 이런 플롯에서 현실을 반영한다는 핑계로 고문 포르노처럼 늘어놓은 외부 요소들은 그게 경제적 빈곤이든, 정치적 폭압이든, 개인적 악연이든, 외관상으로는 심각해보여도 사실상 '이토록 완벽한 나'라는 감정이입 대상으로 만들어놓은 주인공이 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를 억지로 설명하려다 보니 기계적으로 소환되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전지적 자아도취자의 희뿌연 ..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법적 면책특권을 누린다. 법적으로 위법 행위를 저질러도 몇 가지 제한 사항에만 걸리지 않으면 기소나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적 조치와는 무관하고 아무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이와 비슷한 특권이 존재한다.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짓, 또는 심지어 법적으로 처벌받을 짓을 했는데 그 당사자의 사회/문화적 지위로 인해 다른 이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비판을 덜 받거나 안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여론의 심사에서 이렇게 까방권을 얻기에 좋은 지위 중 하나로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게 있다. 주로 사회적으로 권력이 있거나 문화적으로 다수의 통념과 욕망에 부합하는 유형일 때,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이런 사람의 지위에 오르기 쉽다. 도저히 내가 어떻게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