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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곧잘 내보냈던 류의 휴먼다큐로 대표되는 서민층의 자기 연민 플롯은 영화, 드라마, 문학 등 한국 문화 콘텐츠 전반을 지배했던 가장 흔한 플롯 중 하나이며, 한국 장년층들의 잠재의식에 깊게 새겨진 자기 인식이기도 하다. 모든 면에서 완전무결한 주인공과 모든 면에서 완전히 사악한 주변 요소의 결합은 이 자기 연민 포르노의 기본 공식이다. 이런 플롯에서 현실을 반영한다는 핑계로 고문 포르노처럼 늘어놓은 외부 요소들은 그게 경제적 빈곤이든, 정치적 폭압이든, 개인적 악연이든, 외관상으로는 심각해보여도 사실상 '이토록 완벽한 나'라는 감정이입 대상으로 만들어놓은 주인공이 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지를 억지로 설명하려다 보니 기계적으로 소환되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전지적 자아도취자의 희뿌연 ..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은 법적 면책특권을 누린다. 법적으로 위법 행위를 저질러도 몇 가지 제한 사항에만 걸리지 않으면 기소나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적 조치와는 무관하고 아무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이와 비슷한 특권이 존재한다.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짓, 또는 심지어 법적으로 처벌받을 짓을 했는데 그 당사자의 사회/문화적 지위로 인해 다른 이들에 비해 사회적으로 비판을 덜 받거나 안 받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여론의 심사에서 이렇게 까방권을 얻기에 좋은 지위 중 하나로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게 있다. 주로 사회적으로 권력이 있거나 문화적으로 다수의 통념과 욕망에 부합하는 유형일 때,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이런 사람의 지위에 오르기 쉽다. 도저히 내가 어떻게 바꿔..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한국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특정 후보에 대한 팬덤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 견원지간으로 보였던 일베/가세연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극우 진영과 클리앙/김어준 세력으로 대표되는 깨시민 진영은 미국 대선에서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며 이례적인 일치단결을 보여줬다. 한국도 아닌 미국 대통령 후보에 대한 전례 없는 이 팬덤의 의미에 대해서는 매일경제의 이와 같은 칼럼([노원명 칼럼] 트럼프 패배에 절망한 일부 한국인들에게)이 상당히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해당 칼럼의 내용을 요약하면, 깨시민 진영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에 트럼프의 기조가 도움이 되어 지지하는 것이고, 극우 진영은 트럼프가 정치적 올바름(PC)을 중시하는 문화와 중국을 깨부숴줄 것이라는 ‘환상’ 때문에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