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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사람은 보통 나이를 먹을수록 일면 보수적인 태도를 장착하게 된다. 그러나 나이 먹는 것에 따라 필연적으로 생기는 보수성은 본질적으로 흔히 말하는 정치적 보수성과는 좀 차이가 있다. 물론 정치에서의 보수와 진보가 개인 일상 생활과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아주 연관성이 없다고는 볼 수 없으나, 젊었을 때 창조론의 공교육 커리큘럼 진출을 반대하고 동성 결혼에 찬성하던 사람이(즉, 미국 민주당 포지션) 갑자기 어느날 나이 마흔/오십/환갑을 먹었다고 의견을 정반대로 돌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나이를 먹어서 보수화된다는 것은 좀 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이다. 나이를 먹으면 기본적으로 사고가 패턴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핵심은 사고 내용이 아니라 '패턴화'에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여 습관화된 뇌의 경로..
예전에 한 몇 년간 우연히도 유독 조씨 성을 가진 유명인들이 한국에서 자주 문제가 되는 것 같은 시기가 있었다(그래봐야 고작 손에 꼽을 만큼이지만). 아마도 유독 시끄러웠던 사건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스캔들이었을텐데 그 어떤 게시판을 봐도 끝없는 조만대장경에 대한 풍자가 넘쳐날 때 가끔 조씨라는 성씨 자체를 문제 삼는 이들이 있었다. 물론 이게 조국 스캔들과 관련해서 별로 중요한 여론이었던 건 아니지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성씨니 관상이니 혈액형이니 MBTI니 하는 것들에 미신적으로 집착해서 이를 판단 기준으로 삼으려는 건 한국인들의 사라지지 않는 보편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편견은 사회에서 공적인 아젠다로 채택되기는 힘들어도 의외로 개인의 일상 속에서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의거해서 무언가를 행하거나, 또는 강박적인 시도를 멈출 수 없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반드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만 투자를 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투자'는 특별한 의미는 아니다. 무언가를 한 번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투자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어떤 대상이나 목표에 시선이 가고, 그것을 원하게 되고, 시도하는 모든 과정에는 시간, 감정, 에너지가 들어간다. 아무리 가벼운 투자도 여전히 투자이며, 따라서 모든 투자에 수반되는 심리적 현상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동일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사람이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하거나 적대적인 행동을 취할 때, 이는 적어도 자..
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따위의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런 종류의 생각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소해 보이는 발언 한 마디에서 여러 가지를 연상하게 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종종 발생한다. 재계 순위를 다투는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수면에 대해 매우 대조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도 그랬다. 인터뷰 등에서 베이조스는 '8시간을 자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반면에 머스크는 '6시간 이상은 자지 않는다'거나 '잠을 잘 시간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머스크의 이런 태도는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그는 최근 트위터 직원들에게도 잠을 자지 말라는 식의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안다. 수험생 사이에 '4당5락'과 같은 말이 돌았던 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