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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자려고 노력한다는 베이조스와 안 자려고 노력한다는 머스크

Dirt Mentalist 2022. 12. 28.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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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이유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따위의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그런 종류의 생각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소해 보이는 발언 한 마디에서 여러 가지를 연상하게 되는 경우는 필연적으로 종종 발생한다. 재계 순위를 다투는 제프 베이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수면에 대해 매우 대조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보았을 때도 그랬다.

 

인터뷰 등에서 베이조스는 '8시간을 자려고 노력한다'고 말하는 반면에 머스크는 '6시간 이상은 자지 않는다'거나 '잠을 잘 시간이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머스크의 이런 태도는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서, 그는 최근 트위터 직원들에게도 잠을 자지 말라는 식의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안다.

 

수험생 사이에 '4당5락'과 같은 말이 돌았던 1970년대식 사고, 즉 한국의 전통적인 꼰대식 세계관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태도야말로 '성공하는 사람의 태도'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잠을 안 잔다는 것을 자랑하고 다니는 머스크의 태도에서 (더 중요한 다른 여러 징후들과 함께) 그가 사기꾼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할리우드 배우들과 사귀려고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그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보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이 그렇다. 잠을 많이 안 자려고 한다는 그의 주장이 정말로 사실이라면 그는 크게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고, 만약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는 국평오에게 먹히는 뻔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성인이 되어 나이를 먹고 지위가 올라가거나 하는 일의 규모가 커질수록, 일과 관련된 양적 지표보다는 질적 면모의 의사결정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 기업의 CEO라면 특히 그렇다. 게다가 베이조스나 머스크처럼 나이가 이미 청년기에서 멀어져 버린 상황이라면 건강과 체력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이 하는 일이 양적으로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므로 불가항력적으로 잠을 줄여야 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경우는 꽤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최대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 잠을 많이 못 자는 상황에서도 지향만큼은 반대로 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잠을 줄인다고 자랑하는 것은 시험이 코 앞이라 단기 벼락치기를 해야 하는 수험생 마인드 또는 시간만 때우면 돈을 받는 시급제 알바 마인드에 가깝다. 그 나이에, 그 위치에 그런 자랑을 하는 것은 전혀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 그저 학교에서 모두 똑같은 시험을 보고 나오는 성적표 하나가 모든 결과 평가의 잣대일 때는 인생이 단순할 수밖에 없다. 이때는 양적 노력의 효과가 가장 좋은 시절인데, 역설적으로 그 시절에는 대부분이 그런 노력을 하기 싫어한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양적 노력보다 현명한 의사결정이나 전체를 보는 통찰이 중요해지는 때가 오면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 성인의 인생에는 시험 기간이라는 것이 따로 있지 않으며, 자신의 성취도 역시 금방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절대적인 선이나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목표, 성취 기준, 방법론을 알아서 설정해야 한다. 이 자유도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미도 없는 양적 지표에 집착하면서 소탐대실을 불러올 멍청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실제적으로 무언가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는 대신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혀 밤을 꼬박 세우면서 이러한 고통을 '노력'으로 착각하곤 한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어리석은 시급제 알바 마인드의 소유자들에게 자신을 어필하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잠 안 자는 슈퍼맨 같은 유치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그 잠자는 시간을 아껴 사방에서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며 자식을 연달아 낳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이다. 그가 테슬라라는 회사의 말도 안 되는 시총을 유지하고 이를 ATM 기기로 써먹으며 다른 여러 부실 회사를 끌고 가려면 반드시 자기 우상화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최대 리스크가 오너 리스크라는 우스개는 테슬라의 최대 투자 매력 요인이 바로 머스크의 대중적 인기였다는 뜻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잠을 줄여봤자 CEO로서 별로 쓸모있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를 천재로 보는 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그는 아마도 할리우드 배우처럼 좋은 성형외과, 피부과를 알아보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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