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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부모의 독이 되는 대화 방식 3 - 특별함에 대한 호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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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부모의 독이 되는 대화 방식 3 - 특별함에 대한 호소

Dirt Mentalist 2022. 5. 29.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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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네가 노력을 안 하니까 그런 이름 없는 회사나 다니는 거야! 너는 어떻게 그렇게 한심하냐?”
아들: “전 진짜 노력했어요. 그래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빠: “그런 게 어디있어? 결과가 말해주는 거지! 결과가 나쁜데 노력했다고만 하면 누가 믿어주냐?”
아들: “그럼 아빠도 노력 안한 거예요? 아빠 직장도 별로잖아요!”
아빠: “이 새끼가 어디에서! 나는 열심히 살고 처자식한테 할 만큼 다 했어!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다!”
아들: “결과가 중요한 거라면서요!”
아빠: “난 너랑 케이스가 틀리잖아! 난 어린 시절에 너보다 훨씬 더 가난하게 살았어! 그리고 공부 너보다 훨씬 잘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대학 포기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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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화 속 아빠는 ‘특별함에 대한 호소(Special Pleading)’라고 불리는 논리적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아들을 비난하기 위해 결과만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다가, 그런 주장을 본인에게 적용하려 하자 갑자기 본인은 거기에서 예외임을 강변하고 있다. 타인에게만 엄격하고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캐릭터들이 보통 이런 오류를 자주 저지른다. 남에게는 얄짤 없이 엄격한 잣대로 평가질을 하지만, 본인만큼은 늘 정당한 핑계가 있다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는 것이다. 

독이 되는 부모가 위와 같은 논리로 자식의 입을 틀어막고 자식에게 부당한 짐을 지우려 할 때, 자식들은 다음을 기억해야 한다.

첫 번째, 이런 사람들이 주장하는 본인의 특별한 사정이나 조건은 그 자체가 거짓이거나 과장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부모의 말이라 할지라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부모를 나쁘게 생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자식 앞에서 권위를 세우기 위해 거짓으로 자기 변명을 하는 부모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게 되면 세상사를 판단하는 눈이 어두워진다. 사실상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을 매우 자주 발생하는 일로 착각하게 되거나, 얼마든지 해결책이 있는 상황도 해결책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이런 부모가 말하는 사정 자체가 어느 정도 사실이라 해도 그게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은 것인 경우가 많다. 막말로 남들도 그만큼의 사정은 다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부모가 너무나도 특별하게 기구한 운명이라 남들은 하나도 겪지 않는 인생의 풍파를 본인의 부모만 겪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가 의도적으로 유도해낸 착각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남’에는 자식도 포함된다. 즉, 부모의 자기 변명과 특별함의 호소는 정당하지만 나는 아무런 변명도 핑계도 내세울 것 없이 냉혹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자학적 태도는 불필요하다.


세 번째, 특별함에 대한 호소는 특권의식의 발현 증상 중 하나이므로 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인격 장애의 가능성이 높다. 어쩌다 사소한 것 몇 가지에 대해 예외적 케이스를 주장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본인 인생 전체나 본인의 존재 자체를 남보다 특별한 것으로 묘사하거나 일상 속에서 자주 본인만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식의 변명을 달고 다니는 사람은 위험한 특권의식의 소유자이다. ‘난 몸이 약해서 일 못하니까 네가 먹여 살려야 해.’, ‘내가 원래 좀 어리숙해서 이런 일은 남이 대신 해줘야 돼.’와 같이 일견 자기비하의 외피를 뒤집어 쓴 책임 전가도 자신의 특별함에 대한 호소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동일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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