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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부모의 동기 부여에 대한 착각 4

Dirt Mentalist 2021. 12. 1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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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정적 평가와 비난을 많이 들을수록 동기 부여가 된다

 

 

전 애가 뭘 하든 언제나 잘못한 점을 콕 집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해요. 잘한 부분은 말할 거 없고요. 못한 부분을 지적해줘야 그 부분을 고쳐서 더 완벽해질 수 있는 거잖아요. 99개 맞고 1개 틀렸어도 1개 틀린 걸 보완하도록 엄하게 교육해요. 객관적이고 엄하게 꾸짖을 건 꾸짖어야 한다는 게 제 철칙이예요. 아무리 제 나름대로 잘했다 해도 늘 지적받을 건 있죠. 틀린 걸 지적해야 더 발전해서 더 완벽한 아이가 되는 거지, 잘한 거 칭찬해줘봤자 의미 없잖아요? 다 잘되라고 쓴소리하는 거니까 이게 훌륭한 교육이죠.”

 

 

한국은 논리적 토론 문화와 피어 리뷰 문화의 뿌리가 매우 약한 탓에 무언가에 대한 평가가 매우 사적이고 감정적인 경우가 많다. 친밀감이 느껴지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거리감이 느껴지면 부정적인 평가로 쏠린다. 이로 인해 객관적 평가라는 게 욕이나 비난과 동일시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의 국평오한국인들에게 객관적평가를 해보라고 하면 덮어놓고 트집을 잡아 비난과 비아냥만 연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객관적 평가라는 것은 사적 감정이 개입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평가하는 것인데, 본인과의 친밀감을 타인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한국인들에게는 거리를 둔 평가가 곧 부정적 평가와 동일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 객관적 평가를 해보라고 하면 상당수가 그냥 마음껏 욕해보라고 자리 깔아주는 것으로 착각을 한다. 자신이 뭔가를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만 가면 과도한 트집잡기로 상대방에게 갑질하려는 사람이 많은 것도, ‘팩트라는 단어 뒤에 전혀 상관이 없는 폭력이란 단어가 밀월관계처럼 따라붙게 된 것도 상당 부분이 객관적 평가가 뭔지 모르는 이런 사적 관계 중심의 문화 때문이다. 한때 일부 기업체들이 시행했던 소위 압박 면접이라는 것도 이런 토론맹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객관적 평가를 통해 권위를 확보해야 할 이들이 대관절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우격다짐으로 상대를 모욕해놓고 이것을 객관적 시선이라고 포장한 것이다.

 

 

이는 아이에게 엄한 교육을 한답시고 쓸데없이 트집을 잡거나 아이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침소봉대하는 어리석은 부모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패턴이다. 객관적 평가와 혹독한 비난을 동일시하는 부모는 자신이 아이를 더욱 가열차게 비난할수록 자신이 아이를 엄하게 잘 훈육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미성숙한 나르시시스트 부모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본인의 열등감과 결핍감을 아이에게 투사해 화풀이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자식을 올바르게 교육시키고 있다는 윤리적 명분까지 확보하는 이중 쾌감을 느끼곤 한다. 한국의 문화는 시험에서 딱 한 문제만 틀리고 다 맞은 아이에게 틀린 한 문제를 빌미 삼아 더 잘 하라고체벌을 가한다는 부모에게 충분한 명분을 제공한다. 이는 비단 일부 부모의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문화는 전체적으로 칭찬에 매우 인색하며, 외국인들의 눈으로 봤을 때는 정신병적 수준의 트집 잡기가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나라이다.

 

 

객관성에 대한 착각으로 인해 압박 면접식 평가가 만연하고 칭찬에 인색한 한국 문화는 단지 평가 대상자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거나 사회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드는 등의 감정적인 영역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단점 뿐 아니라 장점도 존재하며, 객관적 평가에는 이 모든 것이 반영되어야 한다. 명백히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엄연히 존재하는 한 부분을 누락시키고 다른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오히려 객관성을 잃은 태도이다. 때문에 장점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역시 객관적 평가를 불가능하게 만들며, 이는 잘못된 점을 교정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해롭다. 긍정적인 평가의 부재는 장점에 대한 보상 박탈이며, 이 보상 박탈이 반복되어 패턴이 되면 무엇이 좋은/옳은/잘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무너진다. 한마디로 잘하든 못하든 욕만 먹게 되어 있으니 평가 대상자는 무언가를 잘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긍정적 평가의 부재는 미성년일 경우에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대상자가 성인이라 해도 경향성에는 차이가 없다. 성인의 세계에서도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 모자란 부분 뿐 아니라 현재 잘 하고 있는 부분까지도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계획이 세워진다. 전투 계획을 세우면서 보급품 담당자에게 충분한 물자와 부족한 물자에 대한 현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조건 아무것도 없다고 우긴다면 이것은 현명한 전략일까? 또는 전투를 앞둔 군인들에게 너희는 모든 면에서 형편없어서 전쟁에서 모두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리더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야 군인들이 악으로 깡으로 더 가열차게 싸울 동기가 생긴다고 기대하는 이가 누군가를 리드할 만한 사회적 판단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한사코 자식의 단점만을 들추어 끊임없이 강조하는 어리석은 부모 역시 이런 예시와 다르지 않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단점을 모르는 것보다 장점을 모르는 것이 때로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봉건제 농경 사회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저 비슷한 일을 하며 상위 계급에 철저하게 복종하는 것만이 생존 방식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의 적성과 특징을 찾아 그 고유성이 사회적으로 가치있음을 인정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자신의 장점을 모른다는 것은 현대인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모른다는 것이며, 어떤 쪽으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어필시켜서 살아가야 할지 노력의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자식의 장점이나 성취는 하나도 언급하지 않고 모든 상황에서 그저 비난만 하면서 계속 노력을 강조하는 부모는 말에게 방향 지시도 없이 그저 계속 채찍만 휘두르는 기수와 다를 바가 없다. 동쪽으로 뛰어도, 서쪽으로 뛰어도, 빨리 뛰어도, 늦게 뛰어도 똑같이 말에게 채찍만 휘두르는 기수가 조련의 효과를 낼 리는 만무하다. 이런 행동을 하는 기수는 조련의 목적으로 채찍질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채찍질이라는 목적을 위해 조련의 명분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 다음에 계속

 

흙부모의 동기 부여에 대한 착각 1 - 결핍 정도와 동기 부여가 비례한다

흙부모의 동기 부여에 대한 착각 2 - 처벌에 대한 공포가 있어야 동기 부여가 된다

흙부모의 동기 부여에 대한 착각 3 - 타고난 조건이 나빠서 남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야 동기 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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