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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부모의 동기 부여에 대한 착각 1

Dirt Mentalist 2021. 11. 1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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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과정에서 자녀에게 인생 및 여러 목표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인생은 말 그대로 행동의 동기를 찾지 못해 생기와 자발성이 없는 인생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생명체로 태어난 이상 아예 아무런 동기도 없는 경우는 찾기 힘들지만, 동기 부여가 잘 되어있는 사람과 잘 되어있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동기 부여는 내적인 행복도나 만족도 뿐 아니라 외적인 성취도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자녀의 동기 부여가 잘 되길 바라지 않는 부모는 별로 없다. 심지어 방임형이나 통제형의 나쁜 부모조차도 자녀에게 손이 갈 필요가 없도록, 또는 자신을 빛내주길 바라는 마음에 자녀의 동기 부여가 잘 되기를 바란다. 문제는 나쁜 부모의 경우, 이런 동기 부여가 자기중심적인 욕심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되어 정반대의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음은 독이 되는 부모가 자녀에게 잘못된 동기 부여를 시도하는 대표적인 유형을 정리한 것이다.

 

 

1.     결핍 정도와 동기 부여가 비례한다

 

전 애한테 무조건 돈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요. 네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있으면 네가 나중에 돈 벌어 사라고 하죠. 좋은 물건도 사주지 않고 일부러 난방도 좀 춥게 해요. 안 맞는 옷 불편하다고 해도 참고 입으라고 해요. 주제를 알아야 되니까. 괴롭고 결핍이 있다는 걸 느껴야 악착같이 돈을 벌겠다고 다짐하지 않겠어요?”

 

결핍이 있어야 발전과 개선을 위한 동기 부여가 생기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결핍필요의 다른 말이지 가난의 다른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가난에서 발생한 필요가 동기 부여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가난이 곧 유용한 결핍이 되는 것은 아니며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는 모든 결핍이 가난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결핍이 동기 부여로 연결되는 과정은 결핍이 필요를 부르고 이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무언가가 필요한데 없으니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내겠다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결핍이 동기 부여까지 성공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결핍은 결핍인데 어떤 구체적인 필요로 연결되지 않거나, 그 필요한 것을 본인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지 못하면 결핍은 그냥 불편이나 상처로 남는다.

 

위와 같은 사례의 부모는 동기 부여에 적절한 결핍이 어떤 결핍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상당수의 부모가 이를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아이를 마냥 굶기고 고생시키고 하대하면 결핍이 생기고, 이 결핍이 클수록 그 큰 구멍을 메우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열심히 할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기대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미성년의 나이에 본인이 극복할 방법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결핍, 기본 생활과 신체 감각에 불편을 초래하고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지는 수준의 결핍,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강제 부여되는 결핍 등은 동기 부여로 이어지기보다는 성장의 방해 요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절대적인 안정과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의 특성상 결핍은 활기 대신 무기력을 불어넣는다. 노동 능력과 법적 권리가 없는 어린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결핍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하거나 보완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기의 많은 일들은 성인기의 일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훨씬 민감하기 때문에, 그 당시에 주어지지 않으면 무의미해지거나 불가역적인 손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성장기에 입고 싶었던 옷, 가지고 싶었던 장난감을 '나중에 네가 돈 벌어서 직접 사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 물건은 성인이 되면 의미가 없는 물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어른의 눈높이에서 결핍 수용을 결정하고 강요하거나, 결핍을 많이 주면 줄수록 좋다고 믿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앞서 말했듯, 동기 부여에 필요한 결핍은 가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적 제약만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도 착각이다. 결핍을 느낀다는 것은 무엇이든 현 상태가 완전하거나 완벽하지 않아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배부르고 등 따시면 아무런 결핍을 느끼지 않을 거라는 전제는 인간을 인간이 아닌 돼지로 보는 발상이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계획이나 발상, 충분히 발휘되지 않은 상상력, 제한된 시간, 물리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선택권, 조율과 타협이 필요한 주변인과의 의견 차이, 심심한 여가 시간 등도 일종의 결핍이다. 굳이 경제적 빈곤이라는 조건 없이도 이러한 것을 통해 동기 부여의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생명의 위협, 신체적 불편, 존재에 대한 모욕감을 느낄 필요 없이 이런 문명적 수준의 결핍으로 아이에게 동기 부여를 일으키는 방식이 사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아이를 '다소 따분하고 심심한' 환경에서 키우는 것이 창의력 신장에 좋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의 모든 시간을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로 채워주지 않고 내버려두는 수준만 되어도 아이를 긍정적으로 자극하기 위한 결핍으로는 충분하다. 

 

모든 종류 및 수준의 결핍이 다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정도가 심한 절대적 수준의 결핍은 막바로 영구적 손상이나 실패를 야기한다. 결핍이 모종의 동기를 부여하는 경우에도 그 수준에 따라 자극되는 동기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짐승 수준의 결핍을 주는 데만 집중하면 아이의 정체성에서도 짐승의 면모만이 자극을 받는다.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결핍감을 느낀 아이는 문명 사회에 적합한 사회적 동기보다는 의식주 수준의 생존만을 목표로 하는 동물적 수준의 동기가 자극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핍을 경제적 빈곤의 의미로만 해석하는 부모들은 이러한 것을 알지 못한다. 이들은 결핍이 동기로 이어지는 과정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 그저 본인들의 희망사항을 편리하게 도식화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경제적 무능함이 고스란히 자식의 동기 부여로 전환되는 피그말리온의 연금술을 기대하며 자녀들을 위험한 결핍의 트라우마로 내몬다

 

 

- 다음에 계속

 

흙부모의 동기 부여에 대한 착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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