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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 나르시시스트는 천재인가요?

Dirt Mentalist 2021. 11. 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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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아니요.

 

 

구체적으로:

 

미디어를 비롯해 자극적인 발언으로 인기를 얻는 대중심리학 자료들에서 크게 잘못 심어놓은 개념이 바로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등의 착취적 인간형을 천재로 보는 시선입니다.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는 머리가 너무나 좋고 능력이 출중하고 야심만만하고 이성적인 판단력이 뛰어나 일반인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커리어 면에서 승승장구하며 권력자와 리더가 된다는 환상이 만연한 나머지 은근히 선망하는 시선마저 있습니다. 이런 환상은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들이 원하는 타인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이 성향과 지능 및 재능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들 중 지능과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성공한 사업가나 정치가가 되는 것이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는 감옥에 갇히거나 패배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나르시시스트가 천재로 오해를 받는 이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나르시시스트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생각도 못할 기발한 방법으로 자기 이익을 취하거나 남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이는 세계관의 차이 때문이지 지능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시선이 나 자신에게 주로 향해 있는 사람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나의 행동부터 점검하고 계획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나의 노력 없이 남을 장기말처럼 움직여서 원하는 것을 얻어낼 생각부터 합니다. 집중 전략 분야 자체가 다른데 결론이 같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노력해서 얻어내는 것은 미련한 것이고 남을 이용해 얻어내는 것은 머리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르시시스트가 천재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실제로 나르시시스트의 가치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기가 노력해서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않으면 얻지 못하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노력을 치욕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본인 자신이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잔머리로 능력에 비해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효율적 인생을 사는 것에만 골몰하기 때문에 자기 발전의 노력에는 상대적으로 게으릅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축적되고, 결국 한때 수박 겉핥기식 재주로 반짝 관심을 끄는 경우는 있어도 특정 분야에서 거장이 된다든가 하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두 번째는 나르시시스트가 만족이란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나르시시스트가 눈이 높다고 오해하게 만듭니다. 나르시시스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를 만족시키려면 세계 최고급도 모자라다고 우기면 자신이 저절로 세계 최고 실세가 된 것으로 착각합니다. 실제 나르시시스트 부모들은 자식이 무슨 성취를 하고 무슨 효도를 해도 시큰둥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구경도 못한 경험을 시켜줬는데도 마치 많이 해봤다는 듯, 내 수준에 이건 마뜩찮다는 듯 트집을 잡고 심드렁해합니다. (물론 남들한테 이야기할 때는 반대로 엄청나게 부풀려서 자랑합니다.) 당황한 자식은 다음엔 뭘 더 어떻게 잘해드려야 트집을 안 잡힐까 궁리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는 눈이 높아서 만족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무런 기준과 감식안이 없기 때문에 만족을 할 수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나르시시스트가 세상을 보는 기준은 서열 뿐입니다. 자신이 서열 최고라고 주장하려면 모든 것이 자기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불평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열질을 통한 이미지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대상의 본질을 보지 못합니다.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해 아주 출중한 재능과 흥미를 타고난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언가에 대한 진정한 감식안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감식안이 없으니 뭘 해도 재미가 없는 겁니다. 제아무리 고급 클래식 공연을 보여줘도 클래식 음악을 모르는 사람에겐 그냥 졸릴 수밖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뭘 몰라 졸린다고 하긴 창피하니까 반대로 내 수준이 너무 높고 이건 수준이 너무 낮아서불만족스럽다고 상대를 후려칩니다. 심사위원 자리에 앉아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일단 점수를 짜게 주면 자기가 있어보일 것 같으니 그렇게 하는 것 뿐입니다.

 

세 번째는 나르시시스트가 빅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을 파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기꾼 역술인들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과 유사합니다. 40/50대 중년 여성이 들어오면 남편 바람이나 자식 입시가 문제일 거라고 예측하고, 20대가 들어오면 취업이나 연애 문제일 거라고 예측해 선수를 치는 방식입니다. 나르시시스트가 사람을 귀신같이파악하고 구워삶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을 매우 뻔하게 보고 대다수가 해당될 것 같은 빅 데이터에 대충 때려박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 다소 평범하고 뻔한 유형의 사람일수록 나르시시스트를 만나면 저 사람이 나의 모든 것을 너무 잘 파악한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이게 안 맞는 사람과 맞딱뜨리면 굉장히 불편한 상황이 벌어지고 나르시시스트는 실체를 들키거나 엄청난 비호감을 사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전혀 안 맞는 프로필을 들이대면서 너 이런 사람이지? 이런 사람이어야 해. 뻔해. 내가 다 알아.’와 같은 태도를 보이는 나르시시스트를 불쾌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르시시스트가 사람을 귀신같이 이용해먹는다, 모든 사람을 다 속일 수 있다는 것은 환상입니다. 실제로는 아무리 출중한 나르시시스트도 열 명 중 최소 두 세 명에게는 굉장한 불쾌감을 심어주고 나쁜 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착취를 유지하느냐고요? 소심한 사람들이 세상사에 대해 흔히 오해하는 것이 한 두 사람에게라도 나쁜 평가를 받고 실체를 들키면 그 즉시 인생이 끝장나는 줄 안다는 것입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열 명 중 세 명이 나르시시스트를 극렬하게 싫어한다 해도 그들이 나르시시스트에게 이미 홀딱 넘어간 사람을 도시락 사들고 쫓아다니면서 직접 말려줄까요? 아니면 나르시시스트 부모를 둔 자식이 부모의 문제를 모르고 계속해서 착취당할 때, 부모의 실체를 아는 부모의 고등학교 동창이 직접 팔 걷어부치고 그 집 자식을 구원해줄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착취자 본인이 빠져나오지 않는 한, 수만 명의 비난도 나르시시스트의 시스템을 파괴하지 못합니다. 남의 인생은 남의 인생이니까요.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해도 호구 한 명만 구하면 나르시시스트는 거기에 의존해 잘 먹고 잘 살 수 있습니다

 

물론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과 착취 대상자 사이를 최대한 떼어놓기 위해 다양한 고립 작전을 펼칩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 사람을 낚는 행위를 그만두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이가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자신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나르시시트는 전혀 두려워하지도,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계산이 빠르고 딱 이익만을 위해 돌진하는 과감한 선택 및 집중력이 나르시시스트의 능력이라면 능력입니다.

 

기본적으로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타인의 인정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려는 욕망에 중독된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타인의 인정을 갈구한다는 것은 단지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정도의 의미가 아니라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빼앗거나 원하는 반응과 인식을 끌어내야만, 즉 착취해야만 자기 존재감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나르시시스트가 원하는 타인의 인정, 타인의 애정은 결국 '타인이 자발적으로 착취당해주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심한 경우, 같은 돈을 벌어도 내 노력으로 벌면 삶의 의욕을 전혀 못 느끼거나 오히려 불쾌해하고 남에게서 부당하게 빼앗아야만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을 느낍니다. 이 '짜릿함'이 나르시시스트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삶의 보람입니다. 마약 중독자가 금단 현상에 빠지면 마약 할 돈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나르시시스트 역시 타인에게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고 합니다. '매우 강한 욕망'이라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정말 타인의 반응이 없으면 죽어버릴 것 같은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그 절박함이 마약 중독자와 유사합니다. 어떻게든 죽지 않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사람은 평온한 상태에 비해 사고 범위도 확장되고 행동력도 앞서게 되며, 과감성도 증가합니다. 나르시시스즘은 확실히 이런 면 때문에 종종 사람을 활기넘치고 유능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그에 반해 나르시시스트 최대의 약점은 인지 부분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 인식 자체가 왜곡되어 있습니다. 단지 이기적이라 문제라는 게 아니라 상황 판단 자체가 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빅 데이터에서 어긋나는 드문 유형의 사람, 자신을 이미 간파하고 있거나 자신보다 머리가 좋은 사람에 대해서는 예측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된 예측을 절대 수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이 나르시시스트의 영역에 나타나면 다른 제3자들마저도 나르시시스트의 이미지가 허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며, 나르시시스트의 왕국에는 균열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르시시스트는 자기가 예측/통제할 수 없는 특이한 유형의 사람, 자신보다 잘난 사람의 존재 자체를 매우 싫어하며 어떻게든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거나, 사회 생활에서 끌어내리려고 온갖 권모술수를 동원하거나, 최대한 피해다닙니다. 

 

여담으로,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유형이 천재라는 인식을 심어준 유명 영화 캐릭터 중 하나는 <양들의 침묵> 시리즈의 한니발 렉터입니다. 한니발 렉터는 본인이 의사이면서 식인을 하는 연쇄살인범입니다. 직업적으로 훌륭할 뿐 아니라 예술과 문화에 대한 조예도 높고 재주도 많습니다. 때문에 이 캐릭터는 소위 '천재 사이코패스'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설에도 분명히 나오지만 한니발 렉터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가공의 캐릭터라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기도 하지만, 진지하게 분석을 한다 쳐도 그는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유형에 맞지 않습니다. 적어도 전형은 절대로 아닙니다. 전형적인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는 본질적으로 매우 비굴하고 기회주의적이며 자신만의 가치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한니발 렉터 류의 안티히어로 캐릭터가 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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