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
FAQ - 나르시시스트는 완벽주의자인가요? 본문
결론:
남들에게만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나르시시스트식의 ‘완벽주의’에 어울리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적 사정이 썩 좋지 못해 외식을 하고 싶은데 좋은 곳은 가지 못하고 김밥천국에 간 사람이 김밥천국 메뉴를 싸구려라고 비웃고 거기에 있는 손님들을 비하하며 수준 안 맞아 같이 밥을 못 먹겠다고 난리를 피운다고 가정합시다. 고급 식당과 비교해가며 김밥천국을 비하하고 이딴 식으로 음식 만들지 말라고 장광설을 늘어놓습니다. 이런 사람은 완벽주의자일까요?
나르시시스트식 완벽주의라는 것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본인의 사정 때문에 김밥천국에 자기 발로 와놓고 고급 레스토랑 수준과 다르다며 멀쩡한 김밥천국이 뭘 잘못한 것처럼 말하는 게 나르시시스트식 완벽주의입니다. 완벽해야 하는 대상에서 본인은 쏙 빠지고 오로지 주변에만 평가의 잣대를 들이밉니다. 본인을 돌아보고 본인 일을 철저하게 해내는 그런 종류의 완벽주의와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요컨대 나르시시스트의 완벽주의는 일방적으로 타인에게만 적용됩니다. 본인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남은 완벽하지 못하다고 무한하게 트집을 잡습니다. 본인에 대해서는 1) 이미 완벽하다고 착각을 하거나 2) 완벽하지 못해도 그럴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3) 완벽하지 못해도 대접을 받아야 하는 특별한 신분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본인에게 걸맞은 사람이 되려면 주변이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으로 높은 기준을 내세울 뿐 아니라 그 기준이 모두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한마디로 나르시시스트의 완벽주의는 근거도 없이 ‘내가 남들에게 완벽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의 표현일 뿐입니다.
나르시시스트 부모 중에는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본인은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본인보다 객관적으로 더 잘나거나 열심히 사는 자식들을 깎아내리고 모자란다고 호통을 칩니다. 표면적으로는 호통칠 이유가 언제나 있습니다. 모두가 모든 일에서 세계 1등을 할 수는 없으니 트집을 잡자면 언제든 잡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에게도 이런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자식에게는 이 경향이 몇 배 쯤 더 심해집니다. 사회에서 만난 제3의 지인을 이런 식으로 무작정 깎아내리면 본인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지만, 자식에게는 아무리 높은 기준을 내세워도 ‘자식이 더 잘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으로 위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식에게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고, 심지어 학대를 해놓고도 뻔뻔하게 최고의 성취와 부모 대접을 요구합니다. 자식이 잘할 것이라고 믿어준다거나 잘 되길 빌어주는 게 아니라, 본인같은 훌륭한 부모에게 효도를 해야 하니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르시시스트의 끝도 없는 불만족과 트집을, 그들이 눈이 높다거나 완벽주의적인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나르시시스스트의 사기 행각에 속아넘어가는 것입니다. 타인과 환경에 대해 근거 없이 ‘내 수준에 안 맞아’라며 불만을 터뜨리며 ‘더, 더, 더, 더’를 요구하는 나르시시스트는 그냥 본인 노력 없이 남의 성취로 호가호위하고 싶어하는 도둑 심보를 드러내는 것 뿐입니다. 본인의 수준은 본인의 행동과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남에게 나를 이렇게 봐달라라고 강요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마음 약한 사람들이 나르시시스트의 요구에 넘어가 나르시시스트가 봐달라는대로 봐주는 거울 노릇을 하기 시작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자신만의 작은 성 속에서 나름대로 환상을 충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여기에 중독되어 특유의 증세가 더 심해집니다.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노력 따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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