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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 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상처받았음을 알리면 죄책감을 느끼나요?

Dirt Mentalist 2021. 10.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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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스트 부모에게 상처받았음을 알리면 죄책감을 느끼나요?

 

결론:

아니요.

 

구체적으로:

 

나르시시스트는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유형의 착취자들이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이 공감 능력이 없어서’, ‘못돼먹어서’, ‘이기적이라서’, ‘냉정해서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정확한 설명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그저 겉보기 현상을 추상적으로 묘사한 것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형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거의 되지 않습니다.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유형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남들 앞에서 연기를 할 때 보이는 모습과 무관하게 내면이 텅 비어 있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면적으로 비어 있다는 것은 무식하다거나 교양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반응이 없을 때에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혼자만의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뜻입니다. 도덕 관념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성격, 취향, 적성, 흥미, 인생의 목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이라는 걸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체성과 가치관은 모두 타인에게 모종의 반응을 이끌어내거나 타인의 시선에 자신이 특정한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선택한 것들이며, 진짜 정체성이 아닙니다. 심한 경우에는 하다 못해 영화 취향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거짓말을 밥먹듯 하며,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대답을 합니다. 본인이 뭘 진짜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냥 그런 개념 자체가 매우 취약하거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외계인이 인간의 껍데기만 쓰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멀쩡한 인간 연기를 하지만 실제로는 무언가에 대한 소속감도, 애정도, 관심도 없습니다. 사회에 적응해야 살아남고 원하는 쾌락도 얻을 수 있으니 법과 도덕을 존중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그럴싸한 문명인 흉내를 내기 위해 뭘 배워보려고도 하지만 본질적인 관심이 없으니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그치고 맙니다.

 

결국 내면에 아무런 열정이 없으니 외부적 자극을 끊임없이 조달하지 않으면 인생이 재미가 없습니다. 나르시시스트가 괜히 정신적 뱀파이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닙니다. 뱀파이어가 남의 피를 빨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나르시시스트는 혼자 있으면 텅 빈 자신의 내면만 가지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어 돌아버리기 직전이 됩니다. 자신의 모든 성향이 타인의 시선이라는 맥락 하에서 구성된 것이므로, 남 앞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던 일도 자랑할 사람 없이 혼자 하면 재미가 하나도 없게 됩니다. 결국 끊임없이 말초적인 쾌락을 추구하거나, 다른 사람의 관심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받아야 합니다. 요컨대 나르시시스트의 정신 상태는 인스타그램에 중독되어 24시간 타인의 반응과 본인의 온라인 이미지에만 골몰하는 사람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죄책감이라는 것은 철저히 내부 기준의 산물입니다. 외부의 처벌이나 타인의 시선과 무관하게 오로지 본인 내면의 기준에 따라 느끼게 되는 감정이므로, 내면적 정체성이 없으면 죄책감도 없습니다. 앞에서 인간의 껍데기를 쓴 외계인이라고 말했듯, 겉으로 보이는 그 나르시시스트는 사실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존재가 없으니 공감을 느끼라고 말할 대상도 없습니다. 나르시시스트에게 공감 능력이나 냉정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인터넷 검색 엔진에다 대고 왜 공감 능력이 없느냐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검색 엔진이 사업적으로 최적화된 알고리즘에 따라 크롤링 봇이 수집한 빅 데이터를 보여줄 따름인 것처럼, 나르시시스트는 본인이 인간 사회에서 크롤링 봇처럼 수집한 결과에 따라 구성한 이미지를 보여줄 따름입니다. 나르시시즘의 작동 방식은 일종의 반응 기계와 비슷합니다. 정상적으로 사회화된 사람은 살인은 나쁘다라는 가치 판단을 할 줄 알지만, 나르시시스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은 살인을 하면 살인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된다는 것 뿐입니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는 정상인이라면 죄책감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 죄책감 대신 이와 유사하게 보일 수 있는 2가지 감정을 느낍니다. 그 중 하나는 수치심입니다. 수치심을 죄책감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지만 수치심은 내면적 판단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야기되는 부정적 감정입니다. 들키지 않는다면 수치심도 없습니다. 따라서 수치심은 양심이나 도덕과 무관하며 오히려 위선적 태도와 허영심이 강할수록 강하게 느끼는 감정입니다. 나르시시스트가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죄책감과 가장 유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는 감정입니다.

 

또 다른 죄책감 유사 감정으로는 공포가 있습니다. 살인을 했는데 들켜서 사형당할 위치에 처한 살인범의 상황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행위 자체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에 따른 책임을 오롯이 지게 되었을 때 그 책임에 대해 느끼는 무서움입니다. 감당하기 힘든 처벌을 피하기 힘들게 되었을 때 공포를 느낀 나르시시스트는 언뜻 죄책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살인에 대한 죄책감과 본인의 사형 집행에 대한 공포는 엄연히 별개 감정입니다. 수치심이 외부의 시선 개입 없이는 발생하지 않듯, 공포도 외부의 처벌 없이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나르시시스트는 외부 개입 없이는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죄책감이라는 것은 자기 통제의 증거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자기로 인해 상처입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이것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어 수치심 또는 공포를 느낄 상황이 되지 않는 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권력을 확인한 것에 뿌듯함을 느껴 착취적 행동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나르시시스에게 확실한 불이익이나 압력을 줄 만한 실제적 수단 없이 단지 본인이 상처입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감정적 어필을 하고 동정심을 사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이는 뱀파이어 앞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나타나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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