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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Q -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많나요?

Dirt Mentalist 2021. 9. 23.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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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보다 한국에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많나요?

 

결론:

통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부모-자식 관계가 아닌 다른 관계에서의 나르시시즘이 한국에 특히 많이 보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부모에 한해서는 한국에 더 많이 존재하며, 전체적으로 한국 부모의 나르시시즘 양상이 더 심하다고는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명백히 문화적인 것입니다. 한국의 문화는 다른 문화권에 비해 자식과 부모를 연좌제식으로 묶어 운명공동체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부모에 대한 순종과 존경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이 크기 때문에 부모의 나르시시즘을 너그럽게 용인하고 심지어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의 반응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자존감을 채우기 때문에 사회 통념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합니다. 따라서 각 나라의 문화에 맞게 적응한 다양한 양태를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김치가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다가 다음날 미국에서는 햄버거가 세계 최고라고 주장하는 게 나르시시스트의 특징입니다. 특정 문화의 속성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한국의 나르시시스트는 대개 심하게 유교적이고 가부장적인 태도를 견지합니다. 부모에게 절대적 권한과 명예가 주어지는 한국 문화에서 부모-자식 관계는 나르시시스트에게 최고의 금광과도 같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멀쩡한데 자식한테만 나르시시즘을 발현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모든 사람이 아닌 특정 사람만을 착취하고 학대하는 것도 나르시시스트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는 나르시시즘/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 등의 착취적 인간형을 전혀 잘못 이해해서 생기는 의문입니다. 원래 착취적 대인관계는 철저히 표적에게만 제한됩니다. 만나는 사람 모두를 착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반사회성이 극에 달한 폭력적 사이코패스는 종종 정말 모두를 해하기 위해 묻지마 테러를 저지르고 즉시 잡히거나 자살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착취적 인간형은 들키지 않고 평생 지속 가능한 착취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따라서 유교 문화가 없는 서양권에서도 나르시시스트의 최대 피해자는 가족/친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만만하게 접근하고 통제할 수단이 많은 대상이 가장 철저한 착취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틈만 나면 자식들을 손찌검하는 노동자 계층의 나르시시스트 아버지가 빌 게이츠 집안의 정원사로 취직했다고 해서 그가 감히 빌 게이츠를 착취하려 들까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착취적 인간형은 기회주의적이기 때문에 강약약강을 철칙으로 지킵니다. 누가 진짜 강하고 약한 인간인지를 잘못 판단해서 곤욕을 치를 수는 있어도, 본인보다 강하다고 판단한 사람 앞에서 자기 진짜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는 경우는 결코 없습니다.

 

연쇄살인범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 그의 이웃이 되는 것이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범죄의 전모가 밝혀지면 늘 이웃들이 깜짝 놀라며 정말 착한 사람이라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라고 천편일률적으로 말하기 때문에 생겨난 우스개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연쇄살인범이 이웃을 죽이지 않았다고 해서 연쇄살인범이 아닌 게 아닙니다. 만나는 사람 모두를 100% 죽이고 착취하는 나르시시스트/소시오패스/사이코패스는 없습니다. 오직 표적만을 철저히 착취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자신의 이미지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이들의 패턴입니다. 가족은 제3자에 비해 이런 식으로 고립시키기가 매우 쉬운 대상이며, 한국과 같은 유교 문화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밖에서는 비교적 멀쩡해도 부모로서는 악성 나르시시스트인 사람들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통계 자료 등으로 공식화하기에는 힘든 부분입니다. 심리학은 하드 사이언스가 아니며, 인간의 심리를 다룬다는 특징 때문에 속성상 주관적 문화 해석에서 벗어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르시시즘은 생물학적/생리학적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사회적 문제에 가깝습니다. 조현병의 발현이 소속된 문화와 무관하게 본인이 의지로 억제하기 힘든 공통적 증상(언어의 파괴적 사용이나 환청 등)을 다수 보이는 반면, 나르시시즘은 소속된 문화에 따라 자신의 의지로 외관을 카멜레온처럼 바꾸는 교활한 적응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만 보아도 이 증상이 매우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몇몇 정신 질환처럼 생화학적 진단과 치료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요원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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