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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답시고..." 대학원에 다니는 A씨는 오늘도 자신을 향해 눈을 흘기는 부모의 불평을 참아내고 있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대학원에 진학한 A씨는 얼른 취업해 돈을 벌라는 부모의 지시를 무시한 죄로 늘 가시방석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도 학교 랩에서 받는 벌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사정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취업한 직장인들만한 수입은 되지 않는다. "너같은 애는 한시라도 빨리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버는 게 무조건 장땡이야." A씨의 부모는 A씨의 진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며 그 이유의 중심에는 늘 돈이 있다. A씨는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오히려 진로가 더 잘 될 수도 있다거나, 자신의 성향상 공부가 맞는 길이라고 설명하는 등 여러모로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질문 1. 건강한 부모 밑에서 지원을 받고 자란 A와 학대자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폭력과 착취에 노출되어 자란 B. 둘 중 누가 멘탈이 더 강할까? A는 온실 속 화초이고 B는 질긴 잡초일까? A는 사회에 나오자마자 환상이 와장창 깨지며 힘들어할 것이고 B는 그 어떤 역경도 강인하게 이겨나가며 끝내 성공하게 될까? 질문 2. 한 개인 상점에서 아르바이트 중인 대학생 C. 상점 주인이 선을 넘는 폭언을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수시로 한다. 사장이랍시고 아랫사람을 부리는 태도가 가히 전근대 시절 양반이 노예를 대하는 태도 같다.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는 C에게 부모가 잔소리를 한다. "고작 그 정도도 못 견뎌서 어떻게 하냐? 그런 일도 버텨내야 강해지는 거야!" 정말일까? 이 일..
2030 여성들 덕분에 이제 많이 완화된 현상이지만, 10년 전에만 해도 각종 강력범죄 사건이 화제가 되면 언론과 뉴스 소비자들이 증거도 없이 펼치는 '가해자 서사'가 여론을 점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특히 피해자가 여성일 때일수록,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일수록, 가해자가 이른바 '국민 정서'의 버튼을 잘 알아서 이에 맞게 자기 포장을 잘 할수록 심각했다. 일방적으로 살아있는 가해자의 말만 믿고 그에 따라 사건을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익숙한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이 보자마자 친숙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믿어버리게 만든 것이다. 모든 서사는 사람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만드는 것이다. 팩트 순도 100%의 서사라 해도 그렇다. 팩트가 개별로서만 존재하면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가지고 사람..
예전에 이 블로그의 포스팅 중 하나에 '부모의 나르시시즘은 유독 딸을 향하는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남성으로 추정되는 방문객은 '아마도 여성이 육체적 힘이 약해서'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예상을 했다. 그러자 그 뒤에는 부모의 패악질에 견디다 못해 성인이 된 후 맞폭력을 썼더니 그 뒤로 부모가 더 이상 패악질을 부리지 않더라는 1차 경험 댓이 달렸다. 또 이와 다른 포스팅에는 다른 방문객이 '흙수저라면 남자든 여자든 격투기 등을 배워서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는 식의 댓을 단 적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 중 상당수를 탈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기본 소득이나 받고 소비만 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21세기에, 고작 신체적 완력을 둘러싼 이런 논의를 보고 '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