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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
“어릴 때 제대로 보살핌도 못 받고 자랐지만 늙은 부모 안쓰러워서 지는 게 이기는 셈 치고 최선을 다해서 효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름 최선을 다해서 해드려도 늘 불만이시고 칭찬 한 번 해주시는 법이 없네요. 거기다가 맨날 카톡으로 자기 살 베어서 부모 봉양한 효자 얘기같은 극단적 효 사상 강요 메시지를 줄기차게 보내셔서 정말 정 떨어집니다. 조금만 살갑게 해주셔도 훨씬 힘이 나서 더 잘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걸 모르실까요? 이런 태도가 오히려 역효과난다는 걸 정녕 모르실까요?” 이런 사례를 보고 부모가 어리석다, 자기 복을 자기가 차고 있다는 식의 평가를 하기는 쉽다. 무리한 요구로 반감이 들게 만들면 그것 자체가 '역효과'가 일어난 것이라고 판단을 끝내버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
흔히 피해자 비난 논리는 가해자 시선에서의 논리, 가해자 입장에 대한 변호로 여겨진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이거나 가해자와 유사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만이 주장한다는 오해가 생긴다. 실제로는 이 통념과 달리, 오히려 피해자와 이해관계나 정체성이 더 유사하고 근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 즉, 겉으로만 봤을 때는 피해자 편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이들이 더 앞장서서 피해자 비난 논리를 전개하는 경우도 많다. “나도 유색인종이지만 미국에서 차별받은 적 한 번도 없는데 네가 문제 아냐?” “나도 여자지만 성추행 한 번도 안 당해봤는데 네가 문제 아냐?” “나도 흙수저지만 내 힘으로 성공했는데 네가 문제 아냐?” “나도 왕년에 그런 상황에 처한 적 있었는데 너처럼 바보같지..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자식을 차별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비록 그 이유와 양상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도, 현상적으로 자주 관찰되기 때문이다. 유명인의 사례도 제법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전체 자녀 중 둘째이자 딸들 중 첫째인 이방카 트럼프를 최애 자식으로 여기고, 끝에서 두 번째 자식인 티파니 트럼프를 가장 푸대접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방카가 본인의 ‘favorite’임을 숨기지도 않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으며, 자식을 차별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이방카가 백악관 실세로 떵떵거리는 동안, 티파니는 명문대에 합격하고도 고작 월 500달러의 용돈 지원에 만족해야만 했다. 나이 차이를 감안해도 트럼프 정도의 재력에 월 500달러는 정말 심한 처..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는 후손 양육에 투자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미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보다 힘도 약하고 사냥 기술도 떨어진다면 새끼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새끼가 부모 개체나 조부모 개체를 위해 희생한다면 그 종은 번성할 수 있을까? 성체의 새끼 부양은 자연의 순리이다. 이게 거꾸로 되면 그 종은 생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흙수저 집안에서는 이 구도가 뒤집혀져 있다. 어린이 보호를 최고의 윤리로 치는 서구권 문화에 비해 한국 문화가 전반적으로 노인 봉양에 치우져져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문화적 경향성이 흙수저 집안에서는 병리적 수준으로 치닫는다. 흙수저 집안의 구성원들에게서는 보통 지적 수준, 판단 능력,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준, 도덕성, 사회성 등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나이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