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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멘탈리스트/한국인의 행복과 불행

완벽하게 잘하면 공격받지 않을 거라는 환상

Dirt Mentalist 2022. 10. 2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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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생이 이데올로기가 지배적인 한국인(참고로 범생이 이데올로기가 강하다는 게 실제로 정말 범생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며 한국인들은 은근히 겉으로만 범생이 흉내를 낼 뿐 실제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범생이는 아니다)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윤리적인 면을 포함해 완벽한 존재가 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잘 하면 모든 사람에게 영원한 까방권을 얻어 인생이 완벽하게 흘러갈 것이라는 망상이다.

 

이런 사람이 있을 수도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 쳐도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모두의 우상이나 스타가 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예수처럼 나이 40도 먹기 전에 십자가 못 박히거나 중세 마녀 사냥에서처럼 화형대에서 인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어차피 그런 사람 없고 가상의 존재니까 우리 일상과 관계 없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은 것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가 아니라 잘못이 없어서, 못나서가 아니라 잘나서, 비윤리적이어서가 아니고 오히려 윤리적이어서 공격 대상이 되고 문제를 겪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특히 개인에게서든 시스템적으로든 나르시시즘적 방어심리에 의해 공격을 받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방어심리가 강한 이들은 작금의 시스템, 세계관, 안정성을 유지하고 여기에 기대는 이들의 일상적 예상을 깨는 수준으로 잘나거나, 진정성 있는 사람을 견디지 못한다. 그것이 자신의 현 상태에 위협이 되거나, 이미 더럽혀진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비윤리적 카르텔에서는 윤리적인 사람이 가장 '유해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나르시시즘적 세계관에서는 감히 나의 '뻔한 예상'을 벗어나는 모든 것들은 중죄이며, 공격 대상이 진짜로 가치가 있을수록 죄는 한층 더 무거워진다. 내 라이벌, 내 적수가 진짜 실력자일수록 더 무서운 것은 당연한 이치이므로.

 

때문에 세상에는 진짜배기만 골라서 비난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가짜만 골라서 진짜라고 추켜세우고 거꾸로 진짜만 골라서 가짜라고 후려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독재자 입장에서 통제가 쉬운 삼류 광대는 별로 무서울 게 없지만 사람들을 정말 대오각성시킬 수 있는 찐 풍자가는 반드시 잡아죽여야 하는 것과 동일하다. 물리적으로 잡아죽일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때에는 아마도 미학적 기준을 뒤틀어 전자를 추켜세우고 후자를 후려치는 방향을 택할 것이다.

 

자신이 가정에서든 어떤 다른 조직에서든 타고난 조건 내지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이미 스케이프고트나 보조 캐릭터 수준의 역할로 낙인찍혀있다면, 거기에서 무언가를 잘하고, 가치를 증명할수록 오히려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공격 빌미를 더 만들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해 두는 것이 좋다. 대놓고 말은 못해도 자기가 애초부터 부당한 이유로 무시하던 사람이 그 자리를 박차고 무언가를 증명하면 사람들은 이를 '하극상'으로 느낀다. 물론 이는 스스로 떳떳한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불쾌감의 핑계는 다른 곳에서 찾기 마련이다. 이를 인지해야 하는 것은 눈치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고 반대로 쓸데없는 자기검열을 막기 위해서이다. 스케이프고트가 '내가 잘했으니까 인정해주겠지'라는 나이브한 믿음을 가지면 예상치 못한 적대적 피드백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게 되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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