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
나르시시스트 시어머니가 부부 사이에 치명적인 원초적 이유 본문
이 블로그에 유입되는 검색어 중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나르시시스트 시어머니'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시어머니'라는 자리는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비난받지 않고 나르시시즘을 발현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최고의 자리다(물론 이 경향은 점차 약화되고는 있다). 이 자리가 한국에서 여성 나르시시즘 발현의 최고 권좌가 되는 이유는 첫 번째, 이 자리가 부모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있고, 두 번째, 비록 본인은 여성이지만 아들을 가진 어머니로서 남성 정체성 및 권위에 액세스가 가능하며, 세 번째, 대개의 경우 나이가 중년 이상이므로 연장자로서의 존중을 요구할 수 있고, 네 번째, 독립과 분리가 강조되는 서구권의 남성성 개념과 달리 달리 가문 의존도와 혈통 집착이 심한 한국 가부장제의 특성상 성인 남성인 아들의 남성성을 부모에 지속적으로 종속시키고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노력해서 실제 성취하기 전에는 아무런 권위나 권력을 가질 수 없었던 젊은 여성 시절에 비하면 노력 없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권력의 수준이 상당해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그렇지만 권력의 유혹은 달콤하며, 자신이 노력하지 않은 채 자동적으로 갑자기 주어지는 권력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무리 요즘 권위가 예전같지 않다 한들, 한국에서 시어머니를 비롯한 '집안의 어른'이 갖는 권위는 아직도 상당하다.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진 이런 관계가 아니라면,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더 능력있고 스펙도 좋고 창창한 젊은이들에게 주기적으로 의무적인 인사를 받고, 말같잖은 설교를 늘어놓아도 다 꾸역꾸역 듣고 있게끔 만들고, 적어도 앞에서는 복종 모드로 처신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줄 수 있는 관계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길거리에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내 설교 들으며 '네네' 거리며 내 기분 맞추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하는 젊은이들이 제아무리 속으로는 다들 싫어한다 해도 주기적으로 이들을 강제 소환해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곳에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권력이다.
시어머니가 자신의 자리를 한껏 나르시시즘적으로 활용해 권력과 권위를 누리려 들 경우, 이것이 부부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입 아프게 말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다. 시어머니가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선을 넘는 언행을 했을 때 남편이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시어머니 편을 들거나,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 식으로 대응해서 아내 쪽이 기분이 상하게 되면 이는 부부싸움 및 관계 불화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기혼 여성들 입장에서 '내 편이 아닌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는 농담도 유명하고, 시가를 '시월드'라고 칭하면서 자기들만의 (이상한) 상식으로 똘똘 뭉친 집단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누군가와 싸웠는데 인생의 동반자가 상대방 편만 든다면 누구라도 기분이 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혼은 독립이자 새로운 가정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원가족에 종속된 상대 배우자를 보면 실망스러운 것도 당연하다. 일평생 만나본 적도 없고 결혼이 아니었으면 만나지도 않았을 사이인 사람이 갑자기 웃어른 행세를 하며 내 인생, 내 집안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도 당연히 불쾌한 일이다.
그런데 단지 그 뿐일까?
그 모든 이성적 분노 이전에 선을 넘는 나르시시스트 시어머니가 부부 관계에 치명적인 이유, 한국인들이 결코 입 밖에 꺼내지 못할 원초적이고도 치명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시어머니, 나아가 본질적으로는 혼인 관계로 갑자기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관계인 배우자의 원가족과의 관계가 부부 당사자 개인 및 부부 관계 자체의 프라이버시 영역을 짓밟을 경우, 애초에 혼인이 가능했던 두 남녀의 이성적 케미스트리와 텐션은 완벽하게 박살난다. 막말로 두 부부는 서로를 더 이상 이성적 호감이나 매력의 대상으로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부의 기본 성립 조건 자체를 무력화하기 때문에 더없이 치명적이다.
기본적으로 시어머니라는 존재는 인간 대 인간으로 봤을 때 며느리와 남이나 다름없다. 자신이 며느리를 키워준 것도 아니요, 학생 시절 용돈이라도 한 번 쥐어줬던 사이도 아니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급작스럽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친해져야 할 것만 같은 강박적 관계에 불과하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가 가족으로 묶이게 되는 바람에 생기는 긴장은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이기 때문에 서양에서도 'in-law'는 불편한 관계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게 잘못된 유교 문화로 인해 한층 강화되고, 특히 한국의 시어머니들은 서양 기준으로 보면 거의 정신병 수준의 막말을 내뱉고도 사회적으로 용인을 받는 경우가 흔하다.
서로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자식이 결혼한 배우자라는 것 때문이다. 시어머니의 권위는 아들, 즉 며느리의 남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며느리와의 관계가 가능한 유일한 이유는 아들이다. 아들이 아니라면 당연히 모든 관계는 해제된다. 길거리에서 아무 젊은 여자나 잡아다가 '니네 집안에서 너 똑바로 가르쳤냐' 식의 평가질을 하며 자기 자존감을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어머니는 아들, 즉 며느리 남편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그 정체성을 탈취함으로써 며느리에게 선을 넘는 것이다. 며느리와 일상을 공유하는 자신의 아들 정체성에 함께 올라타 실상 자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마음대로 평가질을 하고, 제3자에게는 감히 할 수 없는 요구도 하고, 집안도 마음대로 드나들고, 일상생활에 멋대로 간섭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 선이라는 게 없는 한국 문화가 남존여비 결혼 문화와 결합하면 이렇게 적정선이 없는 고부 관계를 탄생시킨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며느리 입장에서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정체성이 하나로 통일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이 본가 편만 든다면 이는 한층 심해진다. 남편은 이제 더 이상 남편 개인이 아니다. 남편은 곧 시어머니 또는 시가와 동일시되거나 적어도 매우 큰 교집합을 가진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게 잠자리 관계로 가면 어떻게 될까?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면 며느리 입장에서는 남편과 섹스하는 것이 곧 시어머니와 섹스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남편의 정체성 안에 시어머니가 너무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괴상한 농담이 아니라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멀쩡한 이성애자 여성이 이런 상황에서 남편을 남자로 볼 수 있을까? 남편 안에서 여자가 보이는데? 그것도 무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같이 이성애자도 레즈로 만든다는 매력녀도 아니요, 심지어 평범한 여자도 아니고, 남성 권위에 얹혀 가보겠다고 여적여를 시전하는 늙은 중년 시어머니가 보이는데? 막말로 이때 아내가 보는 남편은 남자 아바타를 뒤집어 쓴 시어머니, 어딘가에서 딜도를 붙이고 온 중년 여성에 불과하다.
당연히 연애 때 아무리 뜨거웠더라도 순식간에 식어버리고도 남을 일이다. 결단력 없는 '마마보이'처럼 보여서 실망스러워 남성적 매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의 본질적 문제는 실은 그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원초적이고 치명적이다. 나아가 시가 전체가 부부에게 간섭을 해대는 문화라면 남편 안에서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 시누이, 시할머니, 시이모, 시고모까지 한꺼번에 느낄 수밖에 없다. 외모가 닮았다면 당연히 더할 것이다. 막말로 남편과의 섹스는 그때부터 한 남자와의 섹스가 아니라 시가 식구들과의 난교가 되고 만다. 웬만한 변태 아니고서야 그 상황에서 진짜 이성적 케미스트리가 생길 수가 없다.
섹슈얼리티 면에서 한국에 비해 보다 원초적인 남성성/여성성을 중시하고 개인주의가 뿌리내린 서구권에서는 이 사실을 무의식중에라도 잘 알기 때문에 성인, 특히 기혼 남성의 경우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성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리더십과 독립성이 남성적 매력 유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기이하게도 원가족에 대한 집착과 이를 아내/자식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이 가부장제의 핵심이며 남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권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실제 생물학적으로는 자신의 남성적 매력을 마이너스 무한대로 깎아먹는 의존적 마마보이 짓을 '남성적'인 행위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는 남녀를 바꿔놓아도 어느 정도 성립되며, 조금씩 반대 방향의 문제도 보이는 추세이다. 흔히 기혼남들이 '장모님 딸과 그런 거 하는 거 아닙니다'라는 농담을 하곤 하는데 이 농담이 단지 오래되어 가족이 되어버린 부부 관계만을 내포하는 말일까? 왜 하필 '장모님 딸'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일까? 서구권이라면 당연히 이런 표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나치게 가깝게 지내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당연히 남편도 아내에게서 장모님의 정체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명의 개별적 여성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처가 식구들의 조합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손자녀 문제를 핑계로 실제 부부의 성생활에 직접 간섭까지 하는 무개념 부모도 넘쳐난다. 자식 부부 간의 일에 대한 최종 권리가 자식 부부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손주를 볼 내 권리'만 생각하며 부부 간 가장 내밀한 속사정까지 자기가 일종의 집안일로 왈가왈부 입에 올리고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양가가 다 이런 무개념인 최악의 상황이라면 이런 결혼은 말 그대로 난교 파티장이 되고 만다. 한국에서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의 결합'이라고들 쉽게 말하지만 이 실체는 그야말로 이런 '집안 대 집안의 난교'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개인 간 경계 따위는 저 멀리 날아가고, 건강한 정체성 유지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며, 각자의 자리와 역할에 대한 인식도 사라져 버린다.
그 어떤 상황보다 징그럽고 변태적인 이 상황이, 주로 '보수적', '전통적'이라는 탈을 쓰고 만들어진다는 것이 가장 웃기는 지점이다.
관련 추가 포스트 https://dirtmentalist.tistory.com/126
모든 나르시시스트 부모와의 관계는 근친상간적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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