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멘탈리스트
자녀가 발달장애인일 경우 떠나는 아버지가 80% 본문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9qVI_EmS5EU
1. 가족 관계의 비용과 수혜 분배는 평등하지 않다
위 통계와 자매품으로 아내가 암에 걸리면 간병하는 남편은 별로 없고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이와 같은 통계는 사회가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가족'에 대한 절대적 신화가 실은 가장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가족이 사랑과 천륜으로 맺어진 숭고한 상호 관계라기보다 쉬운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 서열 담당 조직이자, 가족 내 권력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헤쳐모여가 가능한 도구적 조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가정이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인식, 내가 병들거나 약해지거나 실패했을 때 남들은 몰라도 가족만큼은 나를 보살펴주고 내 편을 들어준다는 관념, 가족의 사랑과 지원은 제3자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막강한 것이며 무조건적이라는 믿음, 이 모든 것은 오로지 '가장'에게만 팩트이다.
특정 구성원의 현재 또는 미래에 예상되는 사회적 지위/권력이 낮을수록, 가정 내에서도 이 서열이 그대로 적용되어 가족 관계 유지의 비용은 많이 요구받으면서 수혜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권력이 뒤쳐지는 구성원은 가족 내에서 형편없는 취급을 해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외부로 도망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정부나 사회 기득권층에게는 좋을 것이 없다
위와 같이 인터뷰에서 에피소드적으로 하는 이야기 외에 좀 더 좋은 통계 자료가 있으면 좋겠으나 아마 이런 정보는 수집이 잘 안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현실을 아는 사람에게 직접 듣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며, 국가나 사회나 언론이 이를 제대로 공개하고, 프레이밍하고, 논의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가 가진 이데올로기적 지향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회 통념적으로) 허용되는 사실만 공개하고, 허용되는 종류의 프레이밍만을 하고, 허용되는 범위에서만 논의를 진행하려 한다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이벤트, 가족이라는 조직, 인구 재생산이라는 행위의 수혜 구조가 일반 통념과 달리 생각지도 못한 방향의 일방적 구조로 짜여져 있다는 실상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사회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책임을 미루고 어려운 일을 떠맡길 서열 밑바닥 구성원을 잃게 된다. 문명 사회라는 것은 원래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선진국일수록 시민을 1:1 관계로 대하고 후진국일수록 가족, 씨족, 지역민, 민족별로 묶어서 각 집단별 샤리아 통치를 허용한다. 개인 한 명 한 명의 권리를 보장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득권은 언제나 문제를 사회적인 것으로 비화시키지 않고, 그 사회의 성문법이 허용하는 한계치까지 '개인적' 차원을 확장시켜 그냥 뭉개고 정당화하고 허용하고 용서하는 것을 은연중에 권장하게 되어있다.
3. 본인이 '가장' 위치가 아닌 사람들이 본인을 가족 관계의 수혜자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족 관계의 실상이라는 것이 이처럼 처참한데 반해 사회가 이를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가정의 신성함을 찬양하고 가족 관계의 수혜를 광고하는 사회의 메시지에는 늘 주어가 빠져 있다. (가장만) 지원받고, (가장만) 대우받고, (가장만) 보호받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도 가정의 구성원이기만 하면 그러한 보호막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오해한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며 꾸역꾸역 가족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폭력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이들 중 상당수가 혼자 사는 여성들을 무시하고 자신이 더 낫다고 착각한다), 양아치 부모에게 계속 효도하는 자식(이들 중 상당수가 생물학적 부모의 부재를 원자폭탄 투하 수준의 치명적 상황으로 착각한다)들은 가정이라는 조직이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착취하기만 할 뿐이며, 이 게임이 애초에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4. 나르시시즘은 주로 남성 중심적으로 발현되며 대다수의 아버지들이 나르시시즘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사회의 가족 이데올로기가 '가장'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회가 아버지들의 나르시시즘을 사회의 기본 이데올로기이자 정상적인 세계관으로 인증하고 있다는 말이다. 가장, 나아가 부모의 자식에 대한 나르시시즘은 특히 한국 사회에서 정말 흔하게 보이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다. 흔해 빠졌으니까 정상으로 보이고, 정상으로 보이니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머니(여성)는 주변인에게 자아를 포기한 관대함, 용서, 돌봄 노동 등을 끊임없이 제공하지 않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지만 아버지(남성)는 많은 동일 죄목에서 면죄부를 발급받는다. 아버지(남성)의 이기적 욕망은 이기적 욕망으로 프레이밍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자식은 내 자식이 아니라는 감탄고토식 사고방식은 무책임이 아니라 '사회적 야심을 가진 남성의 어쩔 수 없는 본능'으로 여겨진다. 남자는 자기 멋대로 못 살면 못 참으니까 어쩔 수 없다, 잘한 짓은 아니라 해도 인간적으로 이해가 간다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그러나 장애인 자식과 함께 버림받은 어머니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제도를 이야기하면 '이기적인 해줘충'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아버지(남성)의 이익/욕망은 그 자체로 사회 전체의 이익/욕망과 동일시되므로 보호받고, 이미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가부장제 트로피이자 재생산 도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어머니(여성)+결함 있는 자식의 이익과 욕망은 그저 한 개인의 이기심으로 매도되는 것이다.
이처럼 나르시시즘은 사회 통념과 기득권의 이데올로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가부장제, 남성중심적 사고를 활용해 발현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의외로 나르시시즘 발현 당사자가 무슨 정치적 입장에 있는지, 무슨 생물학적 성별을 가졌는지와는 본질적으로 무관하다. 제아무리 입으로 PC를 떠드는 자들도 나르시시즘 발현 시에는 언제나 사회 통념을 활용하려 하며(예: 박근혜 탄핵 시 여혐적 여론의 혜택을 톡톡히 본 운동권 세력), 여성 나르시시스트도 기존의 가부장제나 성역할 고정관념을 활용해 이득을 보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예: 여자라고 무시받거나 힘들었던 인생을 딸/며느리 착취로 보상받으려는 어머니). 심리학자들은 대개 남성과 여성의 나르시시스트 비율을 3:1에서 4:1 정도로 보는데 사실 이는 나르시시즘이 정말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기보다는 나르시시즘의 발현이 사회에서 유리한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따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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